시작하며
구로구에서 카페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예전에는 상업시설 안에 있는 프랜차이즈를 먼저 떠올렸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건축 자체가 목적이 되는 공간이 동네에 생겼기 때문이다. 2024서울 서울특별시 건축상 시민공감 특별상,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 등 건축상 3관왕을 차지한 단독 건축 카페, 9로평상 이야기다.
📍주소: 서울 구로구 서해안로 2134
상호: 9로평상
1. 건축상을 휩쓴 카페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외관이었다. 상업시설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 공간처럼 보였다. 이 건물은 세계 건축상 수상 경력이 있는 건축가 곽희수 선생님의 설계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예쁜 카페’가 아니라, 건축 의도가 분명한 공간이라는 점이 방문 전부터 궁금증을 만들었다.
2024년 서울시가 발표한 건축상 수상작 자료(서울특별시, 2024년 10월 발표)에 따르면 시민공감 특별상은 ‘도시 맥락과 공공성’을 중시한다고 한다. 상업 공간이면서도 지역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이 선정 기준이었다는 점에서, 이 공간이 왜 주목받았는지 짐작이 간다.
내가 느낀 건 단순했다.
“카페에 들어가려고 왔는데, 건축물을 구경하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2. 통창과 노출 콘크리트가 만드는 분위기
이 공간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노출 콘크리트 단독 건축물, 그리고 사방이 열려 있는 통창 구조다.
(1)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보였던 이유
① 노출 콘크리트가 주는 묵직함
- 외벽과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디자인이다.
- 과장된 장식이 없고, 선과 면으로 승부하는 느낌이다.
-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을 구조다.
② 단독 건물이라서 가능한 여유
- 상가 건물 1층이 아니라 독립된 구조다.
- 건물 주변 동선이 넉넉해 답답하지 않다.
- 사진 각도가 다양하게 나온다.
40대가 되니 인테리어의 화려함보다 공간의 구조를 먼저 보게 된다. 이곳은 유행을 타는 소품보다는 건물 뼈대가 중심에 있다. 그래서 몇 년이 지나도 다시 오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내부에 들어서면 왜 다들 창가를 먼저 찾는지 알게 된다
① 통유리로 이어지는 개방감
- 내부 대부분이 통창 구조다.
- 자리마다 바깥 풍경이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 채광이 좋아 낮 시간대 분위기가 특히 좋다.
② 천왕산과 수목원 뷰
- 계절마다 색이 달라진다.
- 봄에는 연초록, 가을에는 단풍빛이 통째로 들어온다.
- 날씨 좋은 날은 하늘까지 프레임처럼 보인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으면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바깥 풍경이 대화를 대신해준다. 이 점이 이 공간의 힘이다.
3. 넓은 평상 콘셉트가 만드는 독특한 동선
이 카페 이름에 들어간 ‘평상’이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생소했다. 막상 가보니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이해가 된다. 바닥과 좌석 구성이 일반 테이블 위주가 아니라, 넓은 평상처럼 구성된 공간이 중심에 있다.
(1) 신발 벗고 올라가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
① 가족 단위 방문에 어울린다
- 아이와 함께 와도 부담이 적다.
- 여러 명이 둘러앉기 좋다.
② 장시간 머물기 편하다
- 소파보다 몸이 덜 긴장된다.
- 노트북 작업보다는 대화에 어울린다.
요즘 카페는 회전율을 의식해 좌석이 촘촘한 곳이 많다. 그런데 이곳은 일부러 공간을 비워 둔 느낌이 있다. 덕분에 사람은 많아도 소란스럽지 않다.
4. 루프탑에서 보는 계절 변화가 이곳의 핵심이다
개인적으로는 루프탑이 가장 인상 깊었다. 1층과 2층 실내도 좋지만, 이 공간은 위로 올라가야 진가가 드러난다.
(1) 봄과 가을이 특히 기억에 남는 이유
① 벚꽃 시즌
- 주변 녹지와 어우러져 풍경이 풍성해진다.
- 분홍빛과 콘크리트 색감이 대비를 이룬다.
- 사진 찍기 좋은 각도가 많다.
② 가을 단풍 시기
- 천왕산 능선 색이 선명하다.
- 해 질 무렵 빛이 부드럽게 퍼진다.
- 여름보다 훨씬 쾌적하다.
“벚꽃 피면 여기 다녀오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도심에서 벚꽃과 산 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카페는 흔하지 않다. 미리 일정표에 체크해두면 후회는 없을 듯하다.
5. 이런 사람이 가면 더 만족도가 높다
카페는 취향이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만족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방문 전 이런 기준을 떠올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 이런 분위기를 찾고 있다면 어울린다
- 조용히 풍경을 바라볼 공간이 필요할 때
- 건축물 자체를 보는 재미를 느끼는 사람
- 부모님이나 지인을 모시고 갈 장소를 고민 중일 때
- 벚꽃, 단풍 시즌에 사진 남길 곳을 찾는 경우
반대로, 빠르게 커피만 테이크아웃하려는 목적이라면 이 공간의 장점을 다 느끼기 어렵다. 이곳은 ‘잠깐’보다는 ‘머무는’ 공간에 가깝다.
6. 내가 다시 찾게 된다면 언제일까
나는 부동산 일을 했던 시절부터 건물을 볼 때 수익성보다 구조와 맥락을 먼저 보는 편이다. 상업시설이 지역과 얼마나 어울리는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될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9로평상은 단기 유행형 공간과는 결이 다르다. 건축 의도가 분명하고, 주변 자연과의 연결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다시 간다면 봄 초입이나 가을 초저녁을 고를 생각이다. 햇빛 각도와 바람의 온도가 이 공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마치며
구로구에서 “어디 갈 만한 데 없을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이제는 망설임 없이 이곳을 떠올릴 것 같다. 통창, 노출 콘크리트, 평상 구조, 그리고 천왕산 뷰까지. 요소 하나하나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다.
벚꽃 시즌이 오기 전에 한 번 일정부터 잡아보는 것도 괜찮다. 사람이 몰리기 전, 여유 있는 날을 골라 천천히 머물러보면 이 공간의 매력을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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