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천주교(Catholic) 신자의 부고를 받고 빈소에 들어서면 일반 장례식장과 다른 제단 구성 때문에 당황하기 쉽다. 분향이나 헌화 외에도 영정 앞에 성수채가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아 어떤 순서로 예를 갖춰야 하는지 순간적으로 멈칫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주교 예식이라고 해서 복잡한 신앙 교리를 모두 알 필요는 없으며, 성수 뿌리기와 고인을 향한 배례, 그리고 유족과의 인사 순서만 차례대로 지키면 결례 없이 조문을 마칠 수 있다. 비신자라도 기본적인 배례 방식으로 추모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긴장할 이유는 없다.

1. 빈소 입장과 부의금 전달 동선
장례식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조객록(방명록)을 작성하고 부의금을 전달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안쪽에 마련된 부의 봉투에 이름을 정자로 기재하고, 빈소 입구 접수대에서 방명록 서명과 함께 봉투를 전달한다. 간혹 분향실 내부로 봉투를 들고 들어가는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접수대가 외부에 있다면 밖에서 먼저 정리를 마치고 들어가는 동선이 자연스럽다.
외투나 소지품을 가볍게 정돈한 뒤 빈소 문을 열고 들어가며 상주와 가볍게 눈을 맞추고 목례로 첫인사를 나눈다. 이때 상주에게 곧바로 다가가 말을 길게 건네지 않고, 고인의 영정이 모셔진 제단 앞으로 곧장 이동해 예를 먼저 갖추는 것이 예법에 맞다.
2. 분향과 헌화 그리고 성수 뿌리는 법
제단 앞에서는 일반적인 분향이나 헌화뿐만 아니라 성수를 통한 추모가 함께 이루어진다. 종교가 다른 조문객이 가장 헷갈려하는 지점이 바로 이 성수 예식이다.
제단 앞 조문은 다음의 순서로 차분하게 진행한다.
- 향을 피울 때는 촛불에 불을 붙인 뒤 입으로 불지 않고 손이나 가벼운 흔들림으로 불꽃을 끈 뒤 분향함에 꽂는다.
- 국화꽃으로 헌화할 때는 꽃봉오리가 고인의 영정을 향하도록 단정하게 놓는다.
- 성수 그릇 옆에 놓인 성수채를 오른손으로 집어 든다.
- 영정을 향해 가볍게 세 번 성수를 뿌린다. 이때 마음속으로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청하는 기도를 함께 바친다.
성수채를 제자리에 내려놓은 뒤에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배례를 진행한다. 만약 신자가 아니라서 성수 의식이 낯설고 부담스럽다면 무리해서 성수를 뿌리지 않고 일반적인 헌화나 분향 후 묵념을 올려도 예의에 벗어나지 않는다.
3. 절과 성호경 선택 및 유족 위로말
영정 앞 배례를 마친 뒤에는 상주와 맞절을 나누고 퇴장할 차례다. 본인의 신앙 여부에 따라 절을 하거나 서서 기도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신자가 아닌 조문객은 영정을 향해 큰절을 두 번 올린 뒤 상주를 향해 돌아서서 맞절(또는 정중한 목례)을 나눈다. 반면 가톨릭 신자라면 십자성호(성호경)를 긋고 고인을 위해 짧은 묵도를 올린 다음, 상주와 맞절이나 정중한 목례로 인사를 대신한다.
배례가 끝난 후 유족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는 매우 중요하다. 병환의 원인이나 사망 시점을 캐묻는 질문은 큰 결례에 해당한다. 대신 차분한 태도로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야 한다. 신자라면 주님의 위로와 평화가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하고, 비신자라면 깊은 애도의 뜻을 짧게 건넨 뒤 조용히 물러나오는 것이 올바른 마무리다.
마치며
천주교 장례 조문의 핵심은 성수 뿌리기와 본인에게 편한 배례 방식을 결합해 고인의 안식을 빌어주는 태도에 있다. 제단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헌화와 배례를 순서대로 진행한 뒤, 유족의 슬픔을 배려하는 짧은 위로의 말로 조문을 매듭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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