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프리카 사이 다리를 짓지 않는 이유
본문 바로가기
코스티 이야기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 다리를 짓지 않는 이유

by 코스티COSTI 2024. 11. 19.

지브롤터 해협: 좁지만 멀리 느껴지는 14km

 

1. 지브롤터 해협, 다리 건설이 논의되는 이유

유럽과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지브롤터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교역 루트 중 하나다. 스페인과 모로코 사이의 직선 거리는 겨우 14km, 이 거리는 기술적으로 다리를 놓기에 충분히 짧다. 현대 기술로는 인천대교(21km)보다 짧은 다리를 건설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왜 아직 다리가 건설되지 않았을까? 이는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정치적·경제적·역사적 요인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지브롤터 해협은 단순한 물리적 경계를 넘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세계 정치의 복잡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2.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정치적 장벽이 문제

기술적 도전이 아닌 정치적 복잡성

다리를 짓기 위한 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해 있다. 실제로 세계에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많은 다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인천대교(21km)나 덴마크와 스웨덴을 잇는 외레순 다리(16km)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지브롤터 해협은 단순히 기술적 논의로 해결되지 않는다. 스페인과 모로코는 역사적으로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스페인은 오랫동안 무슬림의 통치를 받았고, 이슬람 세력의 유럽 진출은 711년 지브롤터를 통해 시작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두 나라 사이에 다리를 건설하는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교통적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게 만든다.

 

3. 경제성 부족, 투자 대비 효율성이 낮다

현재의 교통 시스템으로도 충분

유럽과 아프리카는 이미 선박과 항공편으로 충분히 연결되어 있다.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이동하려면 페리를 이용해 약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물류 측면에서도 대형 선박이 해협을 통해 매일 왕래하며 물자를 운송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다리나 터널을 건설한다고 해도 교통 편리성의 증가가 경제적 투자 비용을 상쇄할 만큼 크지 않다. 특히 모로코와 스페인의 경제적 격차로 인해 다리를 통한 교류가 상업적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문화적 우려와 인구 이동 문제

스페인과 유럽 연합은 아프리카와 직접 연결될 경우 생길 수 있는 인구 이동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많은 난민들이 유럽으로 넘어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다리는 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다리가 난민 이동의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다리 건설에 소극적이다.

 

4. 한일 해저터널과의 비교: 정치와 역사의 그림자

한일 해저터널: 비슷한 이유로 좌초된 사례

지브롤터 해협 다리 건설 논의는 일본과 한국 사이의 한일 해저터널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기술적으로 해저터널을 건설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일 해저터널이 실제 추진되지 못하는 이유는 역사적 감정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의 과거 침략과 식민 지배의 역사를 떠올리며 터널 건설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스페인도 지브롤터 해협 다리를 통해 이슬람 문화가 유럽으로 확산되는 것을 상징적으로 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치적 필요성과 감정적 반발의 충돌

한일 해저터널 논의와 지브롤터 다리 건설의 공통점은 경제적 실익보다는 정치적, 감정적 요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프라 개발의 논의가 단순히 공학적 문제로 끝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5. 다리 대신 해저터널? 가능성과 한계

해저터널의 대안 가능성

지브롤터 해협에서는 해저터널 건설 논의도 종종 등장한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해저터널)은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런던과 파리를 몇 시간 내에 연결하는 주요 교통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유로터널과 지브롤터 해저터널은 상황이 다르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터널은 정치적·경제적 문제가 더 크고, 유지 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6. 역사적 배경: 지브롤터라는 이름의 상징성

지브롤터라는 이름의 기원

지브롤터라는 이름은 "따리크의 산"이라는 뜻을 가진 아랍어 "자발 따리크"에서 유래했다. 이슬람 장군 따리크 이븐 지야드가 711년에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을 정복한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 사건은 스페인과 유럽 역사에서 이슬람 세력 확장의 상징적 순간으로 기억된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지브롤터 해협 다리가 이러한 역사적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여겨진다.

 

7. 미래의 가능성: 다리가 지어진다면?

경제적 통합의 장점

만약 지브롤터 해협에 다리나 터널이 건설된다면, 이는 유럽과 아프리카 간의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크게 증대시킬 수 있다. 두 대륙 간의 관광, 무역, 물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양측 정부의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유럽 연합 내에서도 다리 건설에 대한 찬반 논의가 갈리고 있으며, 모로코와 스페인의 상호 신뢰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8. 결론: 기술이 아닌, 사람의 문제

지브롤터 해협 다리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정치적, 경제적, 역사적 장벽 때문에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프라 문제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양측의 깊은 신뢰와 협력이 필요하다.

다리가 없더라도, 지브롤터 해협은 여전히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중요한 물류 중심지로 남아 있다. 언젠가 이 다리가 건설될지 모르지만, 그날이 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업자 정보 표시
코스티(COSTI) | 김욱진 | 경기도 부천시 부흥로315번길 38, 루미아트 12층 1213호 (중동) | 사업자 등록번호 : 130-38-69303 | TEL : 010-4299-8999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8-경기부천-1290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