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며
눈이 내리는 아침, 창덕궁을 찾았다. 지난번 경복궁에서 본 설경의 아름다움이 잊히지 않아 또다시 우리 궁궐과 눈의 조화를 보고 싶어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은 조선 왕들이 가장 사랑했던 궁궐로, 자연과 어우러진 배치가 인상적이다. 경복궁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이곳에서, 흰 눈과 어우러진 풍경을 따라 걸으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하나씩 되짚어 본다.
2. 창덕궁,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공간
창덕궁은 조선 시대 궁궐 중에서도 자연과 가장 잘 조화를 이룬 곳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궁궐은 직선적이고 정형화된 구성이 많지만, 창덕궁은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지형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도나무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라 일부 구역의 모습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창덕궁의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입구에서부터 만나는 돈화문, 진선문, 그리고 인정전까지, 조선 시대 건축미와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공간들이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낸다.
3. 왕이 정치를 펼치던 인정전
인정전은 창덕궁의 중심 건물로, 왕이 공식적인 행사를 열던 곳이다. 이곳은 1985년 국보로 지정된 건물로, 조선 시대 왕들의 즉위식과 외국 사신 접견 등이 이루어졌다.
특히, 정면 다섯 칸의 중층 팔작지붕은 안정감 있는 형태를 띠고 있으며, 내부에는 임금이 앉았던 용상과 상징적인 병풍이 놓여 있다. 눈 덮인 품계석과 월대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과거의 왕들이 이곳에서 나라를 다스리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4. 후원, 자연 속에서 만나는 고요한 아름다움
창덕궁의 후원은 한국 궁궐 중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꼽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할 수 있으며, 직접 걸어보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정원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후원의 중심에는 부용지와 부용정이 자리하고 있다. 부용정은 조선의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과 마주하고 있으며, '화이불치(華而不侈,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뜻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건축물이다.
또한, 연꽃이 피는 애련지와 연못을 감싸듯 세워진 애정, 존덕정, 관람정 등의 정자들은 창덕궁 후원의 품격을 더욱 높여준다. 자연스럽게 배치된 소나무들과 흰 눈이 덮인 풍경이 어우러지며, 마치 시간 속을 거닐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5. 조선 왕실의 마지막 흔적, 낙선재
후원을 둘러본 후에는 창덕궁 내에서도 특별한 공간인 낙선재로 향했다. 낙선재는 조선 후기 문예 군주로 불리는 헌종이 지은 곳으로, 단청이 없는 담백한 모습이 특징이다. 검소한 외관과 정교한 창살 장식에서 헌종의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조선왕조가 끝나고 대한제국이 몰락한 후,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 덕혜옹주가 머물렀던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조선 왕조의 마지막을 간직한 공간으로 다가왔다.
6. 창덕궁을 마무리하며 따뜻한 한 끼
역사적인 공간을 둘러본 후에는 서울의 겨울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줄 음식이 필요했다. 인근의 식당에서 모아 꽃쌈과 애호박 돼지전골, 생새우전 등을 주문해 따뜻한 식사를 즐겼다.
고소한 돼지고기와 새콤한 무침이 어우러진 보쌈, 얇은 튀김옷이 바삭한 새우전, 담백하면서도 칼칼한 애호박 돼지전골까지, 다양한 맛을 경험하며 창덕궁 탐방을 마무리했다.
7. 마치며
창덕궁은 단순한 궁궐이 아니라, 조선의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하나의 공간이었다. 눈 내리는 풍경 속에서 더욱 깊어진 그 매력은 사계절 내내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다음에는 다른 계절에 방문해 또 다른 창덕궁의 모습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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