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및 부동산/경제 관련

송전탑 민원 없이 해결한 용인 반도체 단지, 도로 밑에 전선을 묻었다

by 코스티COSTI 2026. 1. 30.

시작하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반도체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전기’였다.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망 설치마다 주민 반대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사업이 늦춰지는 일이 반복됐다. 그런데 경기도와 한전이 뜻밖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도로 밑으로 전선을 매설’한 것이다. 단순히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행정 협업과 제도 변화가 맞물려 가능했던 사례였다.

 

1.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문제는 ‘전기’였다

처음부터 용인에 반도체 단지를 짓는 일은 순탄치 않았다. 공장보다 더 어렵다고 할 만큼, 전력 공급 인프라가 가장 큰 과제였다.

(1) 1단계에서는 문제없던 송전, 2단계부터 꼬이기 시작

SK하이닉스는 2018년 1단계 단지를 추진할 때만 해도 전력 확보에 큰 문제가 없었다.

  • 인근에 이미 345kV, 765kV의 고압 송전망이 지나고 있었고
  • 연결 구간은 불과 7km 정도로, 가공 송전탑만 세우면 충분했다.

그러나 주민 반대가 거셌다. 이미 두 개의 송전망이 지나가는데 또 하나를 세운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2) 결국 지하로 뚫은 ‘6,000억짜리 송전 터널’

하이닉스는 시간을 늦출 수 없었다. 지상 대신 지하 50m 터널형 송전선로를 선택했다.

  • 당초 600억원 예상 → 실제 6,000억원 투입.
  • “돈으로 시간을 샀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과감한 결정이었다.

그 덕에 민원은 사라졌지만, 그만큼의 비용 부담이 기업에 쏠렸다.

 

2. 문제는 다시, 삼성의 합류로 커졌다

2024년 삼성전자가 같은 지역에 220만평 규모의 초미세공정 클러스터를 추가로 짓겠다고 하면서, 전력 수요는 급증했다.

(1) 계획 변경의 연쇄 효과

  • SK하이닉스: 2단계로 확장하며 전력 수요 2.7GW 추가
  • 삼성전자: 새 단지로 9GW 필요
  • → 총 12GW 이상의 추가 전력 확보 필요

이는 기존 송전망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결국 LNG 발전소 3곳 신설이라는 임시 해법이 등장했지만, 장기적 해결책은 아니었다.

 

3. 송전망을 땅속으로? ‘지중화’의 두 얼굴

송전망 지중화는 이미 수도권에서는 익숙한 방식이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비용 때문에 쉽지 않다.

(1) 지중화의 장점

  • 송전탑이 없어 미관·민원 문제 해결
  • 공사 기간이 단축되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

(2) 지중화의 현실적 한계

  • 가공 송전보다 5~10배 비쌈
  • 지하 깊이(50m 이상) 파면 공사 기간과 비용이 급격히 증가

그래서 이번 용인 사례의 핵심은 ‘지중화’ 그 자체보다 ‘도로와 결합’한 방식이었다.

 

4. 도로 밑으로 전선을 매설한 경기도 모델

경기도는 한전과 협의 끝에 지방도 318호선 확장공사송전망 공사를 하나로 묶는 방안을 제안했다.

(1) 두 공사를 하나로 묶은 이유

도로 확장 공사는 어차피 땅을 파야 하고, 송전망 매설도 땅을 판다. 이를 병행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생긴다.

 

💡 이렇게 달라졌다 — 도로 밑 송전망의 이점

구분 기존 방식 도로 병행 방식
공사 구분 도로공사·송전공사 별도 한 번에 병행
주민 반대 민가 통과로 민원 발생 도로 하부 통과로 반대 최소
비용 도로 5,500억원 + 송전망 별도 약 30% 절감 가능
토지 보상 사유지 보상 필수 지자체 소유 도로 하부 활용

경기도가 땅을 확보하면, 한전은 그 밑에 전력구를 매설하고, 다시 도로 포장만 하면 되는 구조다.

(2) 이 방식의 사회적 의미

  • 민원 0건: 도로 하부는 사유지가 아니므로 반대할 명분이 없다.
  • 공사 기간 단축: 도로 확장과 동시에 전력망 공사 가능.
  • 비용 절감: 중복 토목 공사 제거로 30% 이상 절약 효과.

 

5. 왜 이제서야 가능했을까?

이 단순한 해법이 뒤늦게 등장한 이유는 ‘부처 간 칸막이’였다.

(1) 산업부 vs 국토부의 분리된 권한

  • 송전망은 산업부·한전 관할
  • 도로는 국토부·지자체 관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도로 계획과 송전망 계획이 맞물릴 수 없었다.

(2) 전력망 확충 특별법의 시행

2023년 제정된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이 구조를 바꿨다.

  • 산업부, 국토부, 재정부, 행안부가 공동으로 송전계획 수립
  • 토지 강제 수용 가능
  • 부처 간 데이터 공유 및 협력 의무화

이 법이 시행된 덕분에 ‘도로+송전망 통합 공사’가 제도적으로 가능해졌다.

 

6. 해외는 이미 ‘도로형 송전망’으로 가고 있다

(1) 독일의 사례

  • 2015년부터 ‘지중화 기본 원칙’을 법으로 명시
  • 송전망은 기본적으로 땅속, 필요할 경우만 지상 가능
  • 대부분의 송전선로는 도로 또는 철로를 따라 설치

(2) 미국의 사례

  • 중서부~동부 간 560km HVDC(고전압직류) 프로젝트
  • 철로 하부를 따라 송전선을 매설
  • 토지 보상, 인허가 지연을 피하는 전략

결국 선진국들은 이미 ‘송전망은 사회 인프라’로 보고, 도로·철도와 같은 맥락에서 다루고 있었다.

 

7. 남은 과제, 전기요금과 지역 형평성

도로형 송전망은 민원 해소에는 효과적이지만, 비용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1) 누가 그 돈을 낼까?

  • 송전망 지중화 비용은 보통 한전이 부담하지만
  • 용인 단지의 경우 SK하이닉스가 대부분을 부담
  • 앞으로는 사용자(기업)가 일부 부담하는 구조로 가야 현실적이다.

(2) 지역별 차등 요금제의 필요성

송전 거리가 길수록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 발전지(호남, 동해안)는 전기요금이 낮고
  • 소비지(수도권)는 높게 책정하는 거리 기반 요금제가 논의 중이다.

이 방식은 “송전망 이용료 = 고속도로 통행료”처럼 설계된다. 멀리 전기를 끌어다 쓰는 기업이 그만큼 부담하는 합리적 구조다.

 

8. 앞으로의 전망

도로형 송전망은 단순한 임시방편이 아니다. 앞으로 에너지 고속도로(HVDC) 확충에도 이 방식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 경기도 모델이 성공하면, 타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 있음
  • 해저 송전망(서해안~수도권) 프로젝트에도 응용 가능
  • 향후 지방-수도권 간 전력 순환 구조 확립의 첫 단추

 

마치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망 문제는 “전기보다 민원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복잡했다. 그러나 도로 밑에 전선을 매설하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모든 걸 바꿔놓았다. 부처 간 협업, 법 개정, 기업의 투자 의지가 맞물리자 ‘주민 반대 0건’이라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결국 이 사례가 보여주는 건 단 하나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조율의 힘이다.” 송전망도 결국 도로처럼, 모두가 공유해야 할 공공 인프라로 바라볼 때 갈등은 줄어든다.

사업자 정보 표시
코스티(COSTI) | 김욱진 | 경기도 부천시 부흥로315번길 38, 루미아트 12층 1213호 (중동) | 사업자 등록번호 : 130-38-69303 | TEL : 010-4299-8999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8-경기부천-1290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