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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및 부동산/경제 관련

서태평양 6,000m 심해에서 찾은 희토류, 한국이 먼저 깃발 꽂아야 할 이유

by 코스티COSTI 2026. 2. 12.

시작하며

자원 빈국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세대이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는 표현이 교과서에 실려 있었고, 그래서 더더욱 공급망이라는 단어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서태평양 수심 6,000m 아래에서 고농도 희토류 퇴적층이 확인됐다는 소식은 단순한 과학 뉴스가 아니라, 우리 산업의 미래와 연결된 이야기로 다가왔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 생산과 정제 기술을 사실상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발견은 ‘돈이 되느냐’ 이전에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1. 6,000m 아래에서 확인된 숫자, 왜 2,000ppm이 중요할까

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감정이 아니라 농도였다. 자원 이야기는 결국 숫자에서 갈린다.

(1) 평균 2,000ppm이라는 의미

① 이 정도면 상업성 검토가 가능한 수준이다

  • 일반 해역은 100ppm 안팎으로 경제성이 거의 없다
  • 이번 발견 지역은 최대 3,000ppm 이상으로 보고됐다
  • 일본이 주목했던 해역과 비슷한 농도 범위다

② ‘발견’과 ‘개발’은 다르다

  • 현재는 유망지 탐사 단계다
  • 추가 시추와 매장량 추정이 필요하다
  • 상업 개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희토류는 17개 원소 묶음이다.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같은 원소가 전기차 모터, 로봇, 방산 장비, 풍력 터빈에 들어간다. 특히 고성능 자석에는 중(重)희토류 비중이 중요한데, 이 부분을 중국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산화물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철, 구리 같은 400조원대 원자재와 비교하면 작다. 그래서 서방 기업들이 수익성만 보고 뛰어들지 않았고, 그 사이 중국이 30년 넘게 기술을 축적했다.

작지만 전략적인 시장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2. 공해상 자원, 발견했다고 우리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부동산학을 공부했고 공인중개사로 일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인지 ‘소유권’ 문제를 먼저 따져보게 된다. 바다 밑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1) 국제 절차라는 큰 관문

이번 해역은 공해상이다. 따라서 유엔 해양법 협약 체계 아래, 국제해저기구(ISA)를 통해 탐사권과 개발권을 따로 받아야 한다.

① 단계는 세 번에 걸친다

  • 유망지 탐사: 누구나 가능
  • 탐사권 신청: 국가 또는 국가가 보증한 기관만 가능
  • 개발권 신청: 최종 구역의 절반만 실제 개발 가능

② 개발 이익도 일부는 국제사회와 공유한다

  • 로열티를 기금 형식으로 납부
  • 일정 구역은 유보지로 남긴다

아직 심해저 광물 개발권을 공식적으로 부여받은 나라는 없다. 다만 탐사권은 약 30여 건이 승인됐고, 그중 중국이 가장 많다. 한국도 몇 개 구역을 확보하고 있지만, 속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ISA가 2027년을 목표로 개발 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규칙이 마련되면 사실상 출발선이 열리는 셈이다.

 

3. 더 어려운 문제는 ‘캐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그냥 캐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진짜 벽은 분리·정제 기술이다.

(1) 왜 그렇게 어렵나

① 화학적 성질이 너무 비슷하다

  • 17개 원소가 한 구역에 몰려 있다
  • 색이 다른 공을 고르는 게 아니라, 비슷한 색 공을 다시 나누는 작업에 가깝다
  • 수십 단계, 많게는 수백 단계 공정이 필요하다

② 중국은 단계를 줄이는 노하우를 축적했다

  • 30년 이상 대규모 상업 공정 경험
  • 환경 비용을 감수하면서 기술을 축적
  • 관련 기술의 해외 이전을 강하게 통제

국내 연구진도 실험실 수준, 소규모 파일럿 단계 기술은 확보했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원광이다. 원광이 없으면 대규모 실증이 어렵다.

이 부분에서 심해 희토류는 의미가 있다.

 

4. 심해 희토류가 육상보다 나은 점은 무엇일까

내가 흥미롭게 본 대목은 방사성 물질과 환경 부담이다.

(1) 육상 광산과의 차이

① 방사성 물질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다

  • 육상 일부 광산은 토륨 등 방사성 물질이 많다
  •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이 크다

② 진흙 형태라 화학 처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 암석 파쇄 과정이 줄어든다
  • 처리 공정 단순화 가능성이 있다

③ 경·중희토류 비율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는 해역도 있다

  • 육상은 경희토류 편중 경향
  • 중희토류 확보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

물론 6,000m 수심에서 채굴하는 기술, 해양 생태계 영향 문제 등은 여전히 과제다. 하지만 일본이 비슷한 수심에서 시험 채굴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다.

 

5. “그냥 사오면 안 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

나는 시장 논리를 존중하는 편이다. 수익이 안 나는 사업을 국가가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에는 늘 신중하다.

하지만 희토류는 일반 원자재와 다르다.

(1) 중국의 수출 통제 사례가 이미 있다

① 2010년 일본과의 갈등 당시 수출 제한

② 특정 국가를 선별적으로 압박한 전례

③ 중희토류는 사실상 중국 의존도 90% 이상

비축도 방법이다. 그러나 비축이 늘어나면 공급을 더 조일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비축은 시간이 지나면 소진된다.

내 판단은 이렇다.

  • 평시에는 시장 논리
  • 위기 시에는 최소한의 자립 능력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6. 자원 문제는 수익이 아니라 손실 관리의 영역이다

나는 투자에서도 항상 리스크를 먼저 본다. 이 사안도 마찬가지다.

희토류 사업이 당장 10조원 시장을 선점하는 돈벌이 기회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하다.

“중국이 특정 기간 동안 우리에게 공급을 중단하면, 우리는 얼마를 잃는가?”

방산, 전기차, 첨단 부품 산업의 생산 차질을 생각해 보면, 손실 규모는 단순히 원재료 가격 몇 조원이 아니다. 신뢰, 수출 계약, 산업 경쟁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산업 정책이 아니라 국가 안보 정책에 가깝다.

 

마치며

서태평양 6,000m 아래의 진흙은 아직 우리의 자산이 아니다. 탐사, 국제 절차, 기술 개발이라는 긴 길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발견은 분명한 신호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 그냥 두고 중국과의 관계에 기대는 길
  • 시간이 걸려도 자립 능력을 키우는 길

나는 후자를 택하는 쪽이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모든 것을 다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소한 위기 때 버틸 수 있는 카드 한 장은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이 바로, 바다 밑에 깃발을 꽂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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