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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및 부동산/경제 관련

코스트코가 만든 커클랜드 시그니처, 나이키·코카콜라 매출을 넘은 이유

by 코스티COSTI 2026. 3. 8.

시작하며

유통업에서 PB는 늘 “싸지만 품질은 아쉬운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그런데 이 통념을 뒤집어 버린 사례가 있다. 바로 코스트코의 PB 브랜드인 커클랜드 시그니처다. 한때는 나이키와 코카콜라의 연매출을 합쳐야 비슷한 규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장했다. 유통사가 만든 자체 브랜드가 글로벌 제조사를 압도하는 그림, 어떻게 가능했을까.

 

1. PB는 싸구려라는 인식, 그걸 먼저 부쉈다

내가 처음 코스트코 매장을 방문했을 때 느낀 건 “왜 이렇게 브랜드가 적지?”였다. 다른 대형마트는 같은 카테고리 안에 브랜드가 빼곡한데, 코스트코는 몇 개 안 된다. 이 구조가 모든 출발점이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PB는 유명 브랜드의 대체품이었다. 가격은 낮고, 품질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라는 암묵적인 전제가 있었다. 실제로 여러 유통사가 카테고리마다 서로 다른 PB 이름을 붙였다. 혹시 하나가 문제를 일으켜도 다른 제품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정반대로 갔다. 수십 개로 쪼개져 있던 PB를 하나로 통합했다. 그 이름이 본사가 있던 지역명을 딴 ‘커클랜드’였다.

왜 위험을 감수했을까.

(1) 직원도 모르는 브랜드는 소비자도 모른다

코스트코 창업진이 매장을 방문했을 때, 직원조차 PB 상품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였다.

 

브랜드가 많으면

  • 소비자는 기억하지 못한다
  • 직원도 설명하지 못한다
  •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

결국 “브랜드 통합 = 신뢰 집중”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2) 하나로 묶으려면 품질부터 달라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이다. 하나의 이름으로 모든 카테고리를 묶으려면, 그 이름이 곧 품질 보증이 돼야 한다. 싼 가격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코스트코는 단순히 OEM을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1등 브랜드 제조사에 접근했다. “우리 이름으로 같은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었다.

이 지점이 기존 PB와 완전히 달랐다.

 

2. 적게 팔아서 많이 남기는 대신, 적게 남기고 크게 팔았다

나는 과거에 공인중개사로 일하면서 상가 매출 구조를 자주 들여다봤다. 매출은 ‘마진 × 회전율’이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설명된다. 대부분은 마진을 높이려 한다. 코스트코는 반대로 갔다.

(1) 선반이 적으니 협상력이 커진다

코스트코는 취급 품목 수를 4,000개 안팎으로 제한한다. 일반 대형마트가 수만 개 상품을 다루는 것과 비교하면 극단적으로 적다.

 

이 구조의 장점은 명확하다.

  • 한 제품당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크다
  • 제조사는 코스트코를 포기하기 어렵다
  • 단가 협상에서 우위에 선다

대표 사례가 기저귀다. 글로벌 브랜드가 제안을 거절하자, 다른 제조사와 손잡고 커클랜드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매대 구성은 완전히 달라졌다.

“코스트코에서 빠지면 매출이 크게 흔들린다”는 현실이 협상력을 만든 셈이다.

 

(2) 제조사가 바뀔 수 있다는 긴장감

커클랜드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도 관리가 끝나는 건 아니다.

① 원가를 끝까지 들여다본다

  • 재료비 구조를 확인한다
  • 불필요한 공정이 있는지 따진다
  • 마진이 과도하면 재협상한다

② 더 나은 조건이 나오면 교체한다

  • 오래 거래했다는 이유는 고려하지 않는다
  • 동일 가격에 더 나은 품질이면 교체한다

이런 긴장 구조가 지속되니, 제조사는 품질과 가격을 동시에 맞출 수밖에 없다.

 

3. 소비자가 느끼는 건 결국 ‘믿고 집는 습관’이었다

브랜드는 광고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커클랜드는 거의 광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 경험이 브랜드를 만든다.

(1) 같은 공장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의 힘

일부 주류나 식품 카테고리에서는 유명 브랜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조사가 생산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공식 확인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자 인식은 이미 형성됐다.

“이 정도면 믿어도 되겠다”는 판단이 쌓인다.

심지어 어떤 제조사는 커클랜드 제품을 자신들이 만든다고 공개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과거에는 PB 제조 사실을 숨겼는데, 이제는 오히려 이력이 된다.

이건 PB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의미다.

 

(2) 가격 인상 억제 장치 역할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커클랜드가 존재하는 한, 일반 브랜드가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 왜냐하면

  • 코스트코는 원가 구조를 이미 알고 있고
  • 대체재를 직접 보유하고 있고
  • 소비자는 가격 비교가 즉각 가능하다

유통사가 소비자의 ‘방어막’ 역할을 하는 구조다.

 

4. 실패하면 바로 내린다, 그래서 신뢰가 유지된다

모든 커클랜드 제품이 성공한 건 아니다. 과거에 출시됐다가 사라진 콜라, 맥주도 있다.

왜 빨리 사라졌을까.

코스트코에서 가장 비싼 자원은 ‘진열 공간’이다.

  • 팔리지 않으면 바로 교체한다
  • 브랜드 이름이 붙어 있어도 예외 없다
  • 감정 대신 숫자로 판단한다

이 원칙이 유지되니 소비자는 안심한다.

“여기 남아 있는 제품은 최소한 기준은 통과했겠지”라는 믿음이다.

 

5. 결국 핵심은 ‘적은 품목’이었다

많은 유통사가 PB를 확대했다. 하지만 코스트코만큼 영향력을 키운 사례는 드물다.

이유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품목을 줄였기 때문에 통합 브랜드 전략이 가능했다.

상품이 수만 개라면

  • 품질 관리가 분산되고
  • 협상력이 약해지고
  • 브랜드 신뢰가 희석된다

코스트코는 애초에 구조를 다르게 설계했다.

2025년 이후 글로벌 유통업계 자료를 보면, PB 비중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대형 리테일러들은 자체 브랜드를 통해 수익 안정성을 높이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격 경쟁용’에 머문다. 코스트코는 ‘신뢰 자산’으로 키웠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마치며

나는 40대가 되면서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 단순해졌다. 화려한 광고보다 “여기서 사면 크게 실패하지는 않겠다”는 감각이 더 중요해졌다.

커클랜드 시그니처는 그 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 싸게 만들어서 많이 파는 구조가 아니라, 많이 팔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든 다음 가격을 낮췄다.

앞으로 PB의 비중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모든 유통사가 같은 결과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 품목 수를 줄일 각오가 있는지, 제조사와 정면으로 협상할 힘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브랜드 신뢰를 숫자로 관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다음에 코스트코 매장에 가게 된다면, 한 번쯤 장바구니 안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생각보다 많은 제품에 같은 이름이 붙어 있을 것이다. 그 이름이 왜 거대한 힘이 되었는지 떠올려 보면, 유통업의 판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도 함께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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