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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전자기기 사용기

캐논 EF 85mm F1.2 만투 끈적임, 집에서 살려본 과정과 선택법

by 코스티COSTI 2026. 3. 10.

시작하며

서랍 속에 잘 모셔둔 렌즈를 꺼냈는데, 손에 닿는 순간 기분이 확 상한다. 마치 설탕물이라도 묻은 것처럼 끈적거린다.

특히 2000년대 전후 출시된 고급 렌즈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보인다. 대표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던 캐논 EF 85mm F1.2 만투 같은 렌즈다. 가격도 비쌌고, 지금도 충분히 현역으로 쓸 수 있는 렌즈인데 외관 때문에 손이 안 가게 된다.

버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직접 손을 대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다만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 만족도가 꽤 달라진다.

 

1. 왜 이렇게 끈적해졌을까

처음에는 보관을 잘못했나 싶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문제는 보관이 아니라 우레탄 코팅의 가수분해 현상이었다.

고급 렌즈 특유의 부드러운 감촉을 위해 입혀진 우레탄 코팅이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과 반응하고, 분자 사슬이 끊어지면서 점성이 생긴다. 겉만 닦아낸다고 해결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번 시작되면 내부 구조가 이미 느슨해진 상태라, 시간이 지나면 또 끈적임이 올라온다. 그래서 결론은 단순하다.

코팅층 자체를 제거하거나, 부품을 통째로 바꾸거나, 아예 도색으로 덮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2. 내가 시도해본 세 가지 방법

(1) 비용 거의 안 들이고 해결해보고 싶다면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우레탄 코팅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이다.

렌즈 상단 3개, 몸체 3개. 총 6개의 나사를 풀면 외부 플라스틱 링이 분리된다. 이 점이 생각보다 큰 장점이다. 렌즈 광학부에 약품이 닿을 걱정이 없다.

① 아이소프로필 알코올과 에탄올 중 무엇을 쓸까

  • 아이소프로필 알코올(IPA)가 더 잘 닦인다.
  • 에탄올도 가능하지만 용해력이 조금 약하다.
  • 에탄올을 쓸 경우에는 천에 충분히 적셔 불린 뒤 닦는 게 수월하다.

나는 집에 있던 76% 에탄올을 사용했다. 완전히 제거하는 데 약 40분 정도 걸렸다.

② 작업하면서 느낀 현실적인 부분

  • 평평한 면은 금방 끝난다.
  • 요철 사이사이는 시간이 많이 든다.
  • 코팅을 벗기고 나면 촉감은 약간 미끄럽다.

③ 절대 쓰면 안 되는 것

  • 아세톤은 사용하지 않는다.
  • ABS 플라스틱 자체를 녹일 수 있어 변형이나 변색 위험이 있다.

이 방법의 장점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점은 시간과 노동이다.

나는 이런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 장비를 오래 쓰려면 결국 손이 조금은 가야 한다는 점이다.

 

(2) 새것 같은 촉감을 원한다면 부품 교체

솔직히 말하면,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방법은 교체다.

온라인 마켓에서 교체용 고무 링을 몇만원 선에 구할 수 있다. 나사 6개 풀고, 교체하고, 다시 조이면 끝이다. 5분이면 끝난다.

① 교체 방식의 장점

  • 작업 시간 거의 없음
  • 신품 느낌의 무광 촉감
  • 외관 복원도가 높음

② 고려할 부분

  • 소액이지만 비용 발생
  • 정품 여부는 판매처마다 다름
  • 중고 거래 시 설명 필요

내 기준에서는 시간 대비 만족도가 가장 좋았다.

40대가 되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 아껴서 다른 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렌즈 하나 붙잡고 1시간 쓰는 것보다, 몇만원 쓰고 깔끔하게 끝내는 선택이 더 합리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3) 개성을 살리고 싶다면 도색

마지막 방법은 도색이다.

화이트나 다른 색상으로 커스텀하면 완전히 다른 렌즈처럼 보인다.

① 도색의 매력

  • 나만의 스타일 구현 가능
  • 외관 전체를 리프레시하는 느낌
  • 심하게 손상된 경우에도 적용 가능

②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점

  • 잘못하면 표면이 울 수 있다
  • 중고 재판매 시 감가 가능성
  • 업체 선택이 중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순정 상태를 선호해서 도색은 선택하지 않았다. 다만 오래 쓸 생각이라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3.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 내 상황이라면 이렇게 고른다

  • 비용을 아끼고 싶다 → 코팅 제거
  • 시간 아끼고 싶다 → 부품 교체
  • 외관을 새롭게 바꾸고 싶다 → 도색

내가 여러 장비를 다뤄보면서 느낀 건, 기능이 멀쩡하다면 외관 문제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캐논 EF 85mm F1.2 만투는 지금도 충분히 쓸 수 있는 렌즈다. 해상력, 보케, 특유의 색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겉이 끈적인다고 해서 성능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마치며

서랍 속에서 끈적거리던 렌즈를 정리하고 나니, 다시 카메라를 들고 나가고 싶어졌다.

20년 된 렌즈도 관리만 해주면 여전히 현역이다.

혹시 방 한쪽에 만지기 싫어서 방치해둔 렌즈가 있다면, 오늘 한 번 나사를 풀어보는 것도 괜찮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작업을 마치고 나면 기분도 꽤 좋다.

장비는 쓰라고 있는 거다. 그냥 두면 점점 더 손이 안 간다.

한 번 손을 대보면, 다시 현장에서 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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