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취향은 타고나는 걸까, 아니면 만들어가는 걸까.
나는 후자에 가깝다고 본다. 특히 요즘처럼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콘텐츠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선택이 아니라 ‘추천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울트라백화점 서울 Vol.2다.
2026년 2월 6일부터 5월 1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이름은 백화점이지만, 물건 대신 ‘세계관’을 진열해 둔 공간이다.
1.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질문들, 괜히 멈춰 서게 된다
처음 공간에 들어서면 거대한 인사이트 페이퍼 벽이 보인다.
나는 여기서 생각보다 오래 서 있었다.
‘왜 우리는 비슷한 옷을 입을까?’
‘유행은 누가 만들까?’
이런 질문을 읽다 보니, 평소 그냥 넘겼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1) 본격적인 취향 쇼핑 전에 몸이 풀린다
①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선택을 다시 보게 된다
- 내가 산 옷이 정말 내 취향이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 인기 차트에 있는 음악만 들었던 이유를 떠올리게 된다
- SNS에서 자주 보이던 브랜드가 왜 익숙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②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 물건보다 제작자의 태도에 눈이 간다
- 브랜드 뒤에 있는 사람을 상상하게 된다
- 소비보다 관점에 집중하게 된다
이 단계가 없었다면, 뒤에 이어질 공간도 그냥 전시로만 보고 나왔을 것 같다.
2. 음악, 출판, 영화, 패션을 고르듯 돌아본 시간
이 전시는 70여 팀이 참여한 아카이브 형식이다.
말 그대로 ‘고르는 재미’가 있다.
(1) LP판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던 이유
입구를 지나면 LP 공간이 먼저 나온다.
유명 타이틀곡이 아니라, 뮤지션이 아끼는 B사이드 같은 곡들이 중심이다.
① 귀에 꽂히는 곡을 발견하는 순간
- 낯선 노래인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 인터뷰 문장을 읽고 나니 곡이 다르게 들린다
- 플레이리스트를 ‘구매’하는 기분이 든다
🎵 내가 어떤 음악에 멈춰 서는지 궁금하지 않았나
- 빠른 비트보다 담백한 멜로디에 오래 머문다
- 가사가 많은 곡보다 여백 있는 곡을 고르게 된다
- 화려함보다 서사가 있는 곡에 손이 간다
나는 여기서 스스로를 조금 이해하게 됐다.
나는 생각보다 조용한 결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2) 출판 공간에서 문장 하나를 챙기다
12팀의 출판사가 참여했는데, 유행을 따르기보다 고집을 드러낸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① 책장을 넘기다 멈춘 문장들
- 지금 나의 고민을 정확히 짚는 문장
- 남들이 다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
- 속도를 늦추라는 조용한 제안
📚 어떤 문장을 집에 가져가고 싶었나
- 자존감을 올려주는 말보다, 태도를 다잡게 하는 문장
- 위로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문장
- 가볍지 않고,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은 문장
나는 한 문장을 오래 읽고 자리에 앉아 잠시 쉬었다.
이 공간만큼은 다른 사람 속도에 맞출 필요가 없다.
(3) 영화는 보기 전에 먼저 읽는다
10명의 리뷰어가 각자의 시선으로 고른 독립 영화들이 소개된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를 먼저 보기 전에 왜 이 작품을 골랐는지를 읽게 된다는 점이다.
① 글을 읽고 나서 영화를 보면 달라진다
- 어떤 장면을 주의 깊게 봐야 할지 감이 잡힌다
- 리뷰어의 관점과 내 감정을 비교하게 된다
- 같은 장면을 보고도 다르게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 시간표를 미리 보고 가야 하는 이유
- 상영 시간이 작품마다 다르다
-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방문 시간을 조절하는 게 좋다
- 티켓 부스에서 별도 티켓을 받아야 한다
나는 이 공간에서 ‘내가 어떤 이야기에 반응하는 사람인지’를 알게 됐다.
자극적인 전개보다 인물의 감정선에 오래 머무르는 편이었다.
(4) 옷이 아니라 태도를 고르게 되는 패션 공간
마지막은 패션이다.
옷이 걸려 있는 매장이 아니라, 액자처럼 전시된 의상과 인터뷰가 함께 놓여 있다.
① 브랜드의 답변을 읽고 나니 달라 보였다
- 왜 이런 소재를 선택했는지
- 왜 대량 생산을 하지 않는지
- 왜 시즌보다 메시지를 우선하는지
👔 나는 어떤 옷에 끌렸을까
- 튀는 디자인보다 절제된 형태
- 로고보다 실루엣
- 유행보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나는 예전 공인중개사로 일하던 시절, 고객이 집을 고를 때 ‘겉모습보다 구조를 본다’는 말을 자주 했다.
패션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고르는 건 옷이 아니라 태도였다.
3. 흩어진 선택을 모으면 결국 나다
이 전시의 핵심은 마지막에 드러난다.
음악 스티커, 출판 문장, 영화 티켓, 패션 인터뷰 지류를 모아 하나로 바인딩하면 나만의 작은 매거진이 완성된다.
처음엔 단순한 기념품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만들어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런 걸 고르는 사람이었구나.’
(1) 무의식의 선택이 보여주는 것
① 반복해서 등장하는 키워드
- 조용함
- 태도
- 지속성
② 내가 멀리한 것들
- 과도한 화려함
- 즉각적인 자극
- 빠른 소비
취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선택을 쌓다 보니 조금씩 또렷해진다.
마치며
유행을 따르는 건 편하다.
하지만 편하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이번 울트라백화점 서울 Vol.2는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 선택, 정말 네가 한 게 맞나?”
혹시 요즘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한 번쯤 이런 공간에 몸을 두어도 좋다.
취향은 거창한 게 아니다. 내가 반복해서 멈춰 서는 지점을 확인하는 일이다.
2026년 5월 1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이어진다.
유행에 지쳤다면, 이번에는 남들이 아니라 내 감각을 기준으로 하루를 써보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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