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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사회와 역사 관련

정치와 경제, 가족은 왜 분리되어야 할까? 고대 그리스가 남긴 경고

by 코스티COSTI 2025. 6. 13.

시작하며

정치란 무엇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가정에서의 질서’가 곧 ‘국가의 질서’로 이어진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사상은 정반대를 이야기한다. 정치는 가족, 경제, 사익으로부터 단절된 ‘공적 영역’이어야만 성립된다는 것이다.

 

1. 정치와 경제는 근본부터 다르다

(1) 경제는 사적인 문제, 정치는 공적인 관계

정치는 태생부터 ‘공적인 삶’을 전제로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를 명확히 구분했다. ‘이코노미(경제)’는 가정, 즉 의식주를 해결하는 사적인 활동이었다. 이에 반해 ‘폴리틱스(정치)’는 여가를 활용해 자유인들끼리 대등하게 토론하고 결정하는 공적 활동이었다.

📑 그리스의 경제와 정치 개념 구분

구분 경제(Economy) 정치(Politics)
주체 가부장 (데스포테스) 시민 (폴리테스)
공간 가정 (이코스) 도시국가 (폴리스)
활동 생존과 생산 의사결정과 합의
관계 위계적 수평적, 대등

이처럼 고대 그리스는 경제적 역할과 정치적 역할을 철저히 분리했다. 정치에 참여하려면 먼저 경제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야 했다. 그 상태를 ‘자유인’이라 불렀고, 그들이 바로 ‘시민’이었다.

(2) 사적 영역은 결핍된 상태로 본 이유

오늘날 우리는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할 가치로 여기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프라이버시를 ‘결핍의 영역(privation)’으로 봤다. 가정에서만 이루어지는 권력관계는 인간다움을 실현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2. 정치와 가족을 혼동하면 생기는 문제

(1) 수신제가 치국 평천하의 한계

동양적 전통에서 ‘집안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국가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믿음은 강력했다. 부모에게 효도하듯 임금에게 충성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이 논리의 맹점은 ‘가족 질서’를 ‘국가 질서’로 확장시킨다는 점에 있다.

(2) 고대 그리스는 가족과 국가를 철저히 분리했다

그리스 정치철학은 오히려 반대였다. 국가가 가족의 연장이 되는 순간, 정치는 부패로 흐른다고 경고했다. 혈연, 사적 이해관계, 가부장적 권력은 정치에서 완전히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대 비극 작품들이 다루는 주제의 핵심은 가족 관계의 극복이다.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오레스테스의 이야기는 모두 혈연과 권력의 충돌에서 비극이 발생하는 구조다.

 

3. 오늘날 정치가 부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사익이 공적 결정에 개입하는 순간

가장 흔한 부패의 형태는 정치인이 자신의 가족, 사업, 친척을 위해 정치 권력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최근 사례처럼 대통령이 자신의 장인을 대사로 임명하거나, 며느리를 당직에 앉히는 일은 명백한 사적 개입이다.

📑 공적 권한의 사적 남용 예시

  • 대통령이 특정 기업 제품을 직접 홍보
  • 자녀의 사업에 유리한 정책을 추진
  • 세금 내역을 비공개하고 공직에 오름
  • 친인척을 고위공직에 임명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시민은 정치를 ‘사익 추구의 장’으로 인식하게 되고, 정치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2) 공직자는 백지 신탁을 해야 한다

정치인이 자신의 자산과 기업 이해관계를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 모든 정책 결정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고대 그리스는 이러한 상황을 ‘부패’라고 정의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적인 이해관계를 완전히 끊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4. 왜 정치인은 말로만 설득해야 할까?

(1) 정치에서 폭력과 협박은 금지다

정치가 경제나 가족의 영역과 다르다는 점은 ‘폭력의 금지’로도 구체화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거나, 선생이 학생을 때릴 수 없듯이, 정치에서도 물리적 강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2) 말로 설득하고, 동의를 이끌어야 한다

정치란 결국 말로 설득하는 공동체다. 비폭력과 설득만이 유일한 도구이며, 이를 위해 시민은 철학, 역사, 윤리, 문학까지 모두 익히고 이해해야 한다. 수사학(레토릭)은 바로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다.

📑 정치인이 갖춰야 할 설득의 도구들

  • 역사 지식: 현재 문제의 맥락을 설명할 때
  • 문학·비극 인용: 감정과 가치의 공감을 유도
  • 철학·윤리: 정치의 방향성과 기준 제시
  • 수사학 기술: 청중을 이해시키고 공감시키는 능력

 

5. 우리가 민주주의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

(1) 아버지 없는 집, 왕 없는 국가

정치는 누군가의 명령이 아니라, 모두의 합의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즉, ‘아버지’ 같은 리더가 아니라, 대등한 시민들이 서로 설득하며 규칙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이다.

(2) 법은 외부 권력이 아닌 시민이 만드는 것

정치는 시민이 스스로 만든 법을 스스로 지키는 과정이다. 법은 지배자의 명령이 아니라, 시민의 합의로 탄생해야 한다. 이것이 고대 그리스가 민주주의를 ‘이소노미아(isonomia)’라고 부른 이유다. 데모크라시는 나중에 붙은 이름일 뿐이다.

 

마치며

정치는 경제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다. 정치는 철저히 인위적이며, 오직 인간만이 감당할 수 있는 고도의 공동체 활동이다. 혈연도, 사익도, 폭력도 배제된 그 공간에서 말로 설득하고 합의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란 곧 ‘가장 어려운 인간 행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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