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는 단어를 처음 실감한 건 50대 초반이었다. 일에서 손을 뗄 때 ‘쉼’이 아니라 ‘두려움’이 찾아온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다. 나 역시 퇴직 후의 삶을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다. 국민연금이 나오겠지, 그래도 집 한 채는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데 최근 부모님 요양원 문제를 직접 겪으면서,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절감했다.
부산 해운대 쪽의 한 요양원을 알아볼 때였다. 시설은 깔끔했고, 직원들도 친절했지만 월 비용이 350만원이었다.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었다. 국가 지원을 받더라도 간병비, 식사비, 기저귀값, 추가 돌봄비까지 합치면 한 달 300만원은 훌쩍 넘는다. 1년이면 3,600만원, 10년이면 3억6,000만원. 여기에 의료비 조금만 보태면 4억이 훌쩍 넘는다.
그때 떠올랐다. ‘요양원 10년, 4억6,000만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막연한 의심. 그게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숫자를 하나씩 직접 계산해보면 답은 너무 냉정하다.
노후의 30년, 내가 직접 계산해 본 현실의 금액
우리 세대는 평균 수명이 90세에 육박한다. 그러니 60세 은퇴 후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그 30년 동안 매달 300만원씩만 쓴다고 가정해보자. 1년에 3,600만원, 30년이면 10억8,000만원이다. 그런데 여기엔 물가상승이 반영되지 않았다.
요즘 치킨 한 마리가 2만원인데, 10년 전엔 9,000원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물가상승률이 연 2.5%만 되어도 30년 뒤 생활비는 15억 가까이 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월 189만원 정도 받는다고 해도, 결국 30년이면 6억8,000만원. 나머지 8억2,000만원은 스스로 메워야 한다.
나는 이 계산을 실제로 엑셀로 돌려 봤다.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 현재 저축, 주택연금 가능액까지 넣어봤는데 그래도 6억 가까이 부족했다. 이게 현실이었다.
문제는 생활비가 아니라 ‘병원비와 요양비’였다
부모님 세대의 의료비를 직접 내보면 그 부담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된다. 아버지가 70대 초반 위암 수술을 받으셨을 때, 건강보험이 적용돼도 본인 부담금만 1,000만원이 넘었다. 항암치료가 이어지자 결국 3년 동안 8,000만원이 나갔다. 병원비는 한 번에 훅 들어온다.
게다가 병이 낫는다고 끝이 아니다. 회복 후에도 돌봄이 필요하다. 간병인을 하루 24시간 두면 월 300만원은 기본이다. 조금만 상태가 악화되면 요양원으로 옮겨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그 비용이 월 380만원 수준이다. 10년이면 4억6,000만원. 4억이란 숫자는 그냥 통계가 아니라 실제 내 통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다.
나는 솔직히 처음엔 ‘그 정도면 너무 과장된 금액 아닌가?’ 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부모님 병원비와 요양센터 비용을 합치니 정확히 1억2,000만원이 나갔다. 그제야 확신이 들었다. “늙어서 아픈 건 선택이 아니고, 준비만이 선택이다.”
퇴직금 2억, 금방 줄어드는 이유를 체감하다
지인의 아버지는 중소기업 부장으로 은퇴하며 퇴직금 2억을 받았다. 아들 결혼자금 5,000만원, 보증금 보태기 3,000만원. 남은 돈은 1억2,000만원이었다. 처음엔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하셨지만, 부인 무릎 수술에 2,000만원, 본인 당뇨 합병증 입원으로 1,500만원. 그리고 매달 120만원의 적자.
결국 10년이 지나자 통장이 바닥났다. 38년을 성실하게 일하고도 70대에 ‘아들아, 병원비가…’라는 말을 꺼내야 했다. 그 말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나는 옆에서 지켜보았다. 돈보다 더 무서운 건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반대로 미리 계산한 사람은 달랐다
반면 또 다른 선배는 퇴직 전부터 30년치 생활비를 스스로 계산했다. 55세에 퇴직금을 한꺼번에 받지 않고 IRP에 넣었다. 세금 30%를 아끼고, 그 돈을 매달 연금처럼 나누어 받았다. 국민연금도 5년 연기해 월 43만원을 더 받게 했다.
집도 과감히 줄였다. 서울의 24평 아파트를 팔고 경기도로 옮겨 차익 3억원을 만들어 배당 ETF에 투자했다. 그 결과 매달 국민연금 163만원, 퇴직연금 80만원, 배당금 100만원. 총 343만원이 꾸준히 들어왔다. 지금도 자식 손 안 벌리고, 1년에 두 번 여행도 다닌다.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단 하나였다. ‘미리 계산했느냐, 그냥 믿었느냐.’ 그뿐이었다.
지금부터라도 해야 할 세 가지 준비
- 첫째,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서 ‘내 연금 알아보기’를 클릭하면 바로 나온다. 그 숫자를 정확히 봐야,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다.
- 둘째, 퇴직금은 가능하면 IRP 계좌에 넣어 연금화하자. 일시금으로 받는 순간 세금도 많이 내고, 금방 사라진다.
- 셋째, 집이 있다면 주택연금도 검토해 볼 만하다. 특히 자녀와 따로 사는 경우라면 ‘평생 월급’처럼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다. 나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전단계 진단을 받고 생활 습관을 완전히 바꿨다. 약 대신 식습관과 운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의사 말대로, “건강이 최고의 노후 자금”이다. 정말 그렇다.
30년의 노후를 버틸 힘은 결국 준비된 마음에서 온다
어느 날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2억이면 충분할 줄 알았어. 30년이 이렇게 긴 줄 몰랐어.”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노후 준비를 숫자가 아니라 ‘시간의 길이’로 보게 됐다. 30년이라는 건 생각보다 길고, 그 안엔 병도 있고, 돌봄도 있고, 외로움도 있다. 결국 그 모든 걸 버틸 힘은 돈보다 ‘준비된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아직 50대라면 늦지 않았다. 10년이 있다. 60대라면 그래도 5년은 남아 있다. ‘아직 괜찮아’라는 착각이 노후의 가장 큰 적이다.
지금 계산기를 열어보자.
그게 당신 인생의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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