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봄이 되면 사람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두꺼운 외투를 벗는 순간, 뭔가 바꾸고 싶어진다. 예전에는 백화점을 돌았고, 몇 해 전에는 대형몰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요즘은 스마트폰을 열고 29CM에 들어간다.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요즘 사람들이 뭘 고르는지 보고 싶어서다.
나는 40대 중반이고, 기본적으로는 귀찮은 소비자다. 많이 비교하지 않고, 한 번 정하면 오래 쓰는 편이다. 그래서 더더욱 ‘큐레이션’이 잘된 플랫폼이 편하다.
1. 봄이 오면 왜 다시 플랫폼을 열게 되는가
계절이 바뀌는 시점은 소비 패턴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1) 치마를 다시 입게 된 이유
회사 다닐 때는 펜슬 스커트를 많이 입었다. 허리가 딱 잡히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조직을 떠나고 나니 자연스럽게 고무줄 바지나 여유 있는 팬츠로 이동했다.
그런데 최근, 옷장을 정리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너무 조이는 옷 말고, 편하면서도 단정한 옷은 없을까?”
29CM에서 40대 베스트를 눌러보니 A라인 스커트와 플리츠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처럼 각 잡힌 정장이 아니라, 니트와 매치해도 자연스러운 스타일이다.
< 내가 고를 때 보게 되는 포인트 >
✔ 허리 여유: 앉았을 때 편해야 한다
✔ 길이감: 무릎 아래로 안정감 있게
✔ 색감: 검정 일색이 아니라 중간 톤 위주
✔ 활용도: 강연, 모임, 일상 외출 모두 가능
결국 봄 쇼핑은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에게 맞는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가방 하나에도 담기는 심리 변화
이번 봄에 가방을 하나 골랐다. 과하게 로고가 보이는 디자인이 아니라, 은은한 중간 톤 색감이다. 예전 같으면 “눈에 띄는가”를 먼저 봤을 텐데, 요즘은 “오래 들 수 있는가”를 본다.
여기에 키링을 달아보는 흐름도 재미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식이라기보다, 손에 쥐었을 때 기분이 안정되는 물건이다.
이런 흐름은 단순 유행이라기보다, 소비자의 정서 이동에 가깝다.
2. 전 시즌 운동화를 고르는 이유
나는 러닝을 한다. 운동화는 여러 켤레를 돌려 신는 타입이 아니라, 한 켤레를 오래 쓰는 편이다. 그래서 더더욱 ‘신중한 선택’을 한다.
(1) 왜 최신 모델이 아니라 전 시즌을 고르는가
< 전 시즌을 선택하는 이유 >
✔ 가격 차이: 몇만원 차이라도 누적되면 크다
✔ 기능 차이: 일반 러너에게 체감은 크지 않다
✔ 검증 기간: 이미 충분히 리뷰가 쌓여 있다
✔ 심리적 안정: 검증된 모델이라는 확신
예전에는 ‘최신’이라는 단어가 설렜다. 그런데 요즘은 “이게 내 생활에 꼭 필요한가?”를 먼저 묻는다.
국제 소비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서도 이런 변화가 보인다. 2025년 입소스(Ipsos) 글로벌 소비자 전망 보고서에서는, 소비자의 68%가 “가격 대비 실제 효용을 더 엄격히 따진다”고 답했다. 2023년 대비 수치가 상승한 결과다. 단순한 유행보다 실질 가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2) YOLO에서 YONO로
한때는 “You Only Live Once”가 유행이었다. 지금은 “You Only Need One”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사고, 오래 쓰는 소비다.
나 역시 그렇다. 운동화도 하나, 가전도 전 시즌 모델 하나. 대신 만족도는 높게 유지한다. 이것이 요즘 40대의 현실적인 태도 아닐까 생각한다.
3. 선물을 고르며 느낀 소비 세대 차이
봄은 이사와 귀국, 새로운 시작이 많은 계절이다. 그래서 선물을 고를 일이 생긴다.
(1) 수건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 이유
< 프리미엄 수건을 고른 이유 >
✔ 매일 쓰는 물건이다
✔ 컬러가 공간 분위기를 바꾼다
✔ 부담 없는 가격대
✔ 취향을 크게 타지 않는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밖에 과시하는 소비보다, 집 안에서 스스로 만족하는 소비다.
(2) 그릇을 살 때 들은 조언
그릇을 선물하려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요리 열심히 하고 사진 올리는 세대는 따로 있다.”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40대 중반이 되면, 예쁜 접시보다 편한 컵을 더 자주 쓴다. 그래서 결국 머그컵을 골랐다. 나도 쓰고, 함께 촬영할 때도 쓰려고.
이 과정에서 느낀 건, 소비는 나이보다 라이프스타일을 따른다는 점이다.
4. 29CM가 성장하는 구조를 보며 든 생각
나는 과거에 공인중개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부동산도 결국 ‘포지셔닝’ 싸움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29CM는 힙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홈 카테고리까지 확장했다. 문제는 확장할수록 색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톤이 유지되고 있다.
< 플랫폼이 성장하는 방식에서 보인 특징 >
✔ 큐레이션 중심 구조 유지
✔ 패션과 홈의 감도 일관성
✔ 포인트 적립 확장으로 체류 시간 증가
✔ 오프라인 팝업으로 경험 보완
2024년 이후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섰다는 수치는 단순 숫자가 아니다. ‘취향 기반 소비’를 잘 잡았다는 신호다.
히트 상품 하나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취향의 결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힙과 핫 사이의 균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 결국 소비는 나와의 약속이다
요즘 가장 많이 느끼는 건, 혼자 있는 시간이 소중해졌다는 점이다.
늘어진 맨투맨을 입고 귤을 까먹는 시간이 더 편하다. 누군가와 어울리는 자리도 좋지만, 나와의 약속이 더 중요해졌다.
트렌드 책에서 말하는 ‘미코노미(Meconomy)’, ‘기분 소비’ 같은 개념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보여주기보다, 나를 돌보는 소비.
그래서 나는 물건을 줄이고 있다. 대신 하나를 사도 오래 고민한다. 이게 나를 편하게 해주는가, 아니면 잠깐의 자극인가를 묻는다.
봄이 왔다고 해서 무조건 새것을 사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내 생활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충분히 의미 있다.
만약 이번 봄에 쇼핑을 고민하고 있다면, 최신이라는 말보다 “내가 얼마나 자주 쓸 것인가”를 먼저 떠올려보는 게 좋다. 그 질문 하나로 장바구니가 많이 정리된다.
결국 소비는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와의 합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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