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미국에서는 병원 가기보다 앱으로 약을 주문하는 게 더 쉬운 시대가 됐다. 구독형 원격 진료 서비스로 비만, 탈모, 성기능 문제까지 조용히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힘스&허스 헬스’는 그런 변화의 중심에 있다. 지금은 거대 제약사와의 갈등으로 위기에 놓였지만, 그 배경에는 미국 의료의 복잡함과 개인의 심리를 정확히 읽은 전략이 숨어 있다.
1. 힘스 헬스는 어떤 회사인가
처음에는 남성 성기능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힘스(Hims)는 2017년 설립 당시 남성 전용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창업자 앤드류 두덤은 탈모와 정신 건강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을 계기로,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편하게 상담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상했다.
이후 여성 건강까지 확장하면서 ‘허스(Hers)’ 브랜드로 확대
1년 뒤에는 여성 대상 건강 제품과 서비스까지 확장하며 허스(Hers)를 출시했고, 이후 두 브랜드를 통합해 지금의 힘스&허스 헬스(Hims & Hers Health)가 됐다. 현재는 성기능, 탈모, 피부질환, 정신 건강, 비만 치료까지 포괄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구독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 왜 미국에서는 이런 플랫폼이 필요했을까
(1) 병원 가기 불편하고 의료비가 너무 비싸다
미국 의료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예약도 어렵고 진료비도 비싸다. 간단한 연고 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수십만 원을 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다 보니, 아예 병원 대신 월마트나 CBS 헬스 등에서 일반 약을 사거나, 전문 진료 없이 약을 구매할 수 있는 구조가 생겨났다.
(2) 탈모·성기능·정신 질환 등은 말하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정신 건강, 성기능, 탈모처럼 낙인(stigma)이 있는 질환이다. 병원에서 상담받기도 꺼려지는 민감한 문제들을 혼자 고민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바로 그 틈새를 공략한 것이 힘스 헬스였다.
3. 힘스는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까
(1) 앱으로 약을 고르고, 의사와 문진 후 우편으로 배송
- 내가 선택한 제품: 탈모 치료제 ‘퀸스테리드’
- 가입하면 앱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
- 이후 의사가 질문지를 보내고, 여기에 답변하면 처방 가능 여부를 결정
- 미국 50개 주 어디든 약 배송 가능, 다만 해외로는 배송 불가
(2) 구독 가격은 어떤가?
| 질환 유형 | 월 구독료 | 연간 예상 비용 |
|---|---|---|
| 탈모 치료 | 약 20달러 | 약 260달러 |
| 성기능 | 약 30달러 | 약 360달러 |
| 비만 치료제(복제약) | 월 199달러 | 6개월 선결제 시 599달러 |
| 정신과 처방약 | 3개월 150달러 + 상담당 99달러 | - |
구독형 시스템이라 진료비를 따로 낼 필요 없이, 가입만 하면 정해진 금액으로 약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4. 노보노디스크와의 갈등, 왜 벌어졌을까
(1) 위고비 유통 파트너였던 힘스, 복제약도 만들기 시작하다
노보노디스크는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위고비’를 앞세워 강력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힘스가 복제약을 자체 제조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다. 심지어 힘스는 위고비보다 저렴한 자체 복제약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는 노보노디스크 입장에서 ‘배신’처럼 보였다.
(2) 결국 계약 파기, 주가도 동반 하락
노보는 2024년 6월, 힘스와의 유통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 여파로 힘스의 주가가 급락했고, 노보노디스크 역시 주가가 하락하며 양측 모두 타격을 입었다.
5. 미국 의료 시장에서 힘스가 차지한 위치
(1) 2년 유지율 85%, 구독자 230만 명
단순히 가격만 싸서가 아니다. 사용자가 플랫폼을 쉽게 익힐 수 있고, 민감한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 실제로 한 번 가입한 고객의 2년 유지율이 85%에 달하며, 1년 유지율은 90%에 육박한다.
(2) 미국 원격 의료 시장의 파괴자
- 2024년 기준 매출 약 20억 달러 예상
- 순이익은 약 1억 달러, 조정 에비타 약 1억 7,000만 달러
- 매출총이익률은 80% 이상을 유지해 왔으나, 비만 치료제 집중으로 최근 다소 하락
6. 힘스의 리스크와 미래 전략
(1) FDA의 복제약 경고, 사고 위험 우려
개인 맞춤형으로 조제된 약이기 때문에 효능이나 안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실제로 FDA는 조제약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향후 단속이 강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2) 비만 치료제 의존 줄이고 포트폴리오 다변화 추진
힘스는 최근 영국 플랫폼 어니스트 헬스, 유럽 약국 플랫폼 자바를 인수하면서 유럽 시장 진출도 확대 중이다. 미국 외에도 130만 명 이상의 유럽 유저를 확보한 상태다.
마치며
힘스 헬스는 단순한 온라인 약국이 아니라, 미국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파고든 기업이다. 다만 너무 빠른 확장과 복제약 중심의 전략은 FDA와 기존 제약사와의 마찰로 이어지며 위기를 불러왔다.
앞으로는 복제약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헬스 플랫폼’으로 변모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비싼 의료비, 말 못 할 질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심리까지 미국이라는 시장은 여전히 크고 복잡하다. 그 틈새를 다시 공략할 수 있을지, 힘스의 다음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경제 및 부동산 > 경제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삼성 파운드리의 반격 시작…TSMC 고객이 삼성으로 돌아서는 이유 (0) | 2025.07.11 |
|---|---|
|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에 집착하는 이유는? 국채 시장 위기의 돌파구 (0) | 2025.07.06 |
| 스테이블 코인과 국채 위기, 달러 체제의 변화는 실현될까? (0) | 2025.07.04 |
| 한국 화장품 산업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제조·유통의 숨겨진 강자들 (0) | 2025.07.04 |
| 기초수급자도 받을 수 있는 7,000만원 대출? 지금 확인해야 할 정부 지원 제도 (0) | 2025.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