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2025년 하반기, 미국은 2조 달러가 넘는 국채를 신규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런데 이 국채를 누가 사줄 수 있을까? 미국의 해답은 뜻밖에도 스테이블 코인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이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 미국 국채 시장, 왜 지금 스테이블 코인에 눈을 돌렸을까
국채를 발행해야 하지만, 살 사람이 없다
상반기 미국은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신규 국채 발행을 미뤄왔다. 하지만 8월부터는 2조1,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만 한다. 기존 투자자금은 한계에 다다랐고, MMF(머니 마켓 펀드) 역시 이미 단기 국채에 투자 중이라 여유가 없다.
단기 국채는 불안, 장기 국채는 위험
- 단기 국채를 늘리면: 시장에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단기 자금이 말라버리면 단기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융위기의 신호탄이 된다.
- 장기 국채를 늘리면: 장기 금리가 급등한다. 기준금리를 낮춰도 장기 금리가 오르면 시장 전반이 무력해진다.
이런 이중 딜레마 속에서, 미국이 찾은 묘수가 바로 스테이블 코인이었다.
2. 스테이블 코인, 미국 국채를 떠받치는 ‘고마운 존재’?
스테이블 코인이란?
- 1달러 = 1코인 형태로 고정
- 달러 기반 자산(현금, 미국 국채 등)으로 100% 준비금 보유
- 대표적인 예: 테더(USDT), 서클(USDC)
미국 정부의 시선 변화
처음엔 규제 불가, 탈중앙화 이슈로 스테이블 코인을 경계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 테더와 서클은 미국 국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 중
- 현재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
-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커질수록, 국채를 사줄 ‘큰손’이 생기는 셈
3. 지니어스 액트, 과연 천재적 묘수일까?
지니어스 액트의 핵심 규정
- 스테이블 코인은 100% 현금 또는 90일 이내 만기의 미국 국채로 준비금 확보 의무
- 이자를 지급하면 안 됨
- 준비금만큼만 발행 가능
결과적으로 생긴 효과
- 국채를 ‘자동으로’ 사주는 구조가 됨
- 스테이블 코인이 커지면 국채 수요도 자동 확대
하지만 여기엔 심각한 함정이 있다.
4. 달러 패권은 강해지는데, 미국의 힘은 약해진다?
이상한 역설이 시작된다
스테이블 코인이 확산되면 달러 기반 거래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된다. 이론상 달러 패권은 더욱 강해진다. 하지만, 미국의 실질적 통제력은 약화될 수 있다.
(1) 스위프트(SWIFT)의 무력화
미국은 그간 스위프트 퇴출을 통해 국가 제재 수단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은 탈중앙화 구조이기 때문에, 더 이상 스위프트를 통하지 않는다.
(2) 북한, 이란, 러시아의 제재 우회 가능성
국제 투명성 기구는 경고했다. 스테이블 코인이 제재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3) IBM 호환 컴퓨터의 역설
IBM은 PC 표준을 만들고도 통제권을 잃었다. 패권은 커졌지만, 그 이득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등이 가져갔다. 지금의 스테이블 코인 구조도 미국이 통제력을 잃을 수 있는 구조와 흡사하다.
5.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 국채를 구원할 수 있을까?
현재 스테이블 코인 시총: 2,300억 달러
- 단기 국채 보유: 약 1,500억 달러
- 전체 미국 국채 시장 대비 비중: 0.4~0.6% 수준
- 현실적으로 국채 시장을 받쳐줄 수준이 아니다
2028년까지 2조 달러로 성장 가능?
- 재무부 장관은 2조 달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 그 사이 미국 부채는 44조 달러 이상으로 급증할 예정
- 스테이블 코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6. 스테이블 코인 자금, 어디서 오는 걸까?
새로운 돈이 아닌, 다른 곳에서 빠져나오는 돈
스테이블 코인에 들어가는 자금의 출처는 대부분 기존 자산 시장이다.
- MMF에서 돈이 빠지면: 결국 단기 국채 수요는 비슷하다. 주머니만 바뀐다.
- 예금에서 빠지면: 통화 승수 효과가 줄어든다 → 신용 창출 감소 → 경기 위축
- 주식에서 빠지면: 자본 시장이 위축된다
결론: 미국 자금이 아닌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는 게 핵심 전략
7. 스테이블 코인의 최종 목표는 중남미?
(1) 송금 시장 장악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번 돈을 본국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수수료는 매우 높다. 그런데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하면 수수료가 거의 없다.
(2) 자국 화폐 신뢰 붕괴
-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자국 화폐 가치가 급락 중
-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보유하려는 수요는 점점 증가
- 자국 화폐 대신 달러 사용 → 미국 국채 수요로 전환
(3) 다음 먹잇감은?
- 돈을 많이 찍는 나라들
- 자국 통화 약세를 겪는 국가들
이런 국가들의 국민은 스테이블 코인을 더 선호하게 되고, 미국은 이 수요를 미국 국채 시장의 뒷받침 수단으로 활용한다.
마치며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국채 시장을 떠받치기 위한 대안이자, 달러 패권을 확장하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선택이 미국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달러는 강해질 수 있지만, 미국이 통제력을 잃는 아이러니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국채 수요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금융시장 전체가 스테이블 코인의 블랙홀에 빨려들어갈 수도 있다.
이제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니라, 국제 질서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 앞으로는 투자보다 정책의 흐름 속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바라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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