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EV5에 CATL 배터리가 탑재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대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실망과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포르쉐도 CATL을 쓰니까 괜찮다'는 논리는, 과연 정당할까?
1. 포르쉐는 되고 EV5는 안 되는 이유, 단순 비교는 어렵다
비슷해 보이지만, 시장 상황과 선택지는 다르다
많은 이들이 '포르쉐도 CATL 배터리를 쓴다'며, EV5의 선택도 문제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이 두 경우는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1) 유럽은 배터리 선택지가 없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역은 아직 자체 배터리 기술력이 부족하다. 노스볼트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도전했지만,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도산했다. 현재 유럽은 CATL이나 BYD 같은 중국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 한국은 배터리 강국이다
반면 한국은 다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세계적인 3대 배터리 기업이 모두 국내에 있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특허 소송 승률, 기술력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터리 선택에 있어 유럽과 한국은 애초에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2. EV5는 ‘보급형’ 전기차다, 그래서 더 민감하다
보급형 전기차의 핵심 가치는 ‘믿음’이다
(1) EV5는 서민을 위한 전기차다
EV5는 스포티지급 전기 SUV로, 가격과 실용성 면에서 전기차를 처음 접하는 가족 단위 소비자들에게 주목받아 왔다. EV6나 EV9처럼 고가 모델이 아닌 만큼, 더 많은 이들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다.
(2) 그런데 중국 배터리라니?
그런 상황에서 중국산 CATL 배터리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보급형 모델에 기대했던 신뢰감에 상처를 준다. 소비자 입장에서 "왜 K배터리를 쓰지 않았나"라는 의문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소식을 듣고 느낀 건 하나다: 왜 굳이 이 모델에 이런 선택을 했을까?
3.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핵심 이유는 따로 있다
단지 CATL이어서가 아니라, ‘선택할 수 없게 만든 구조’ 때문이다
(1) 선택지를 빼앗은 EV5의 전략
EV5는 가격 경쟁력을 위해 CATL 배터리를 선택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다른 배터리 옵션을 선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2) ‘찜찜하지만 살 수밖에 없다’는 구조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EV5는 사실상 유일한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배터리는 선택도 못 하고, 품질 신뢰가 낮은 CATL 제품을 강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소비자로서는 불쾌함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조합, 솔직히 말해 너무 일방적이다.
🔍 왜 K배터리를 쓰지 않았을까? 기업의 논리는 이렇다
기아의 논리는 단순하다: 원가 절감, 이익 확보
(1) 국산 배터리로는 가격을 맞출 수 없다
기아 측 입장은 명확하다. EV5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CATL 배터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도 일정 수준의 이익을 남기기 위해선 K배터리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2) 기업 입장에서 수익은 우선이다
기아는 글로벌 기업이고, 주주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기아를 단순한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국민기업으로 여기고 있었기에 더 큰 실망을 한 것이다.
그 간극에서 분노가 시작된 것이다.
📌 이걸 보면 이해가 간다: 벤츠와 EV5는 조건이 다르다
CATL 배터리를 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두 차량을 동일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 구분 | 벤츠/포르쉐 | 기아 EV5 |
|---|---|---|
| 생산국 | 유럽 | 한국 |
| 배터리 선택권 | 없음 (자체 생산 불가) | 있음 (K-배터리 3사 존재) |
| 소비자 기대치 | 글로벌 시장 | 국내 시장 중심 |
| 가격대 | 고가 프리미엄 | 보급형 모델 |
| 대체 가능성 | 다양 | 제한적 |
한 마디로, 기아는 선택지가 있었는데, 그걸 외면했다는 게 핵심이다.
4.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건 ‘제품’이 아니라 ‘태도’다
EV5가 품질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다. 문제는 소비자를 대하는 방식이다.
(1) 가격 핑계로 ‘신뢰’를 희생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싼 차를 원하지 않는다. 가격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 가격에 담긴 기업의 태도다. EV5의 배터리 선택은, ‘싸게 팔겠지만 대신 국산 기술은 안 쓸게’라는 선언처럼 들릴 수 있다.
(2) 기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선택으로 인해 기아는 ‘국민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제품은 일시적이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는 오랜 시간 쌓아야 얻을 수 있는 자산이다.
소비자들은 바로 그걸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마치며
포르쉐도 CATL을 쓰니까 괜찮다는 말,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선택지가 없는 곳과 선택지를 일부러 외면한 곳은 다르기 때문이다.
EV5는 단순한 신차가 아니다.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 중요한 모델이다. 이런 모델에서의 배터리 선택은, 기술력이나 원가 경쟁력 이상으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연결된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싸니까 산다’가 아니라, ‘믿고 살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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