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현대·기아가 자율주행 기술에서 10년 뒤처졌다는 말, 정말 사실일까? EV9 HDP 프로젝트가 중단된 이유부터 레벨 3 기술의 실제 상황까지, 지금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가장 많은 오해가 쌓인 이슈를 풀어본다.
1. 레벨 3 자율주행, 왜 출시 직전에 멈췄을까?
EV9 HDP 프로젝트의 의미와 중단 배경부터 짚어보자.
(1) 가장 큰 우려: 사고 시 책임 문제
레벨 3는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는 구간에서 사고가 날 경우 제조사가 책임을 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사 책임을 강하게 묻는 환경이기 때문에, 브랜드 타격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2) 사회적 인식 부담
사고 한 번이면 브랜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공포. 특히 국내 소비자들은 자율주행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라, 테스트 실패가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2. 문제의 핵심: 하드웨어 성능이 너무 낮았다
소프트웨어가 좋아도 하드웨어가 받쳐주지 않으면 한계가 분명하다.
현대기아가 사용한 모빌아이(Mobileye)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강점이 있지만, 하드웨어 성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 현대기아가 사용한 모빌아이 칩셋의 성능은 다음과 같다:
- Q4H: 약 2 테라플롭스
- Q5H: 약 16 테라플롭스
- Q6H: 약 34 테라플롭스
비교를 해보자. 요즘 고급 로봇청소기도 5~10 테라플롭스 수준이며, 테슬라 FSD는 무려 500 테라플롭스에 달한다. 심지어 일반 노트북에도 40 테라플롭스급 칩셋이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주행을 구현한다는 건, 무거운 소프트웨어를 낡은 컴퓨터에 얹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3. 협력사 변경이 어려운 현실, 왜 못 바꾸나?
성능 낮은 칩셋을 쓰면서도, 계약 때문에 쉽게 바꾸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
(1) 모빌아이와의 장기 계약
현대기아는 10년 이상 모빌아이와 협력해 왔다. 시스템 반도체 계약은 차량 한 기종당 3년 이상 묶이는 경우가 많아, 당장 바꾸는 게 어렵다.
(2) 중도 계약 해지의 리스크
계약을 깨면 공급 중단, 부품 수급 차질, 차량 출고 지연 같은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차량 출시 전체가 뒤틀릴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
4. 그럼 현대는 정말 뒤처진 걸까?
단정할 수 없다. 방향을 바꾸고, 대응은 이미 시작되었다.
(1) 삼성과 손잡고 자율주행용 칩셋 개발 중
현대는 삼성과 함께 자체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목표는 200 테라플롭스급 자율주행 전용 칩셋. 이 정도면 충분히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2) 출시 시점은 2027년으로 예상
지금 하드웨어를 바꿀 수는 없지만, 2027년 출시 모델부터는 기본 성능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예정이다.
(3) 소프트웨어 최적화는 이미 선도적
현대기아는 하드웨어 제약 속에서도 소프트웨어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려 노력했다. EV9 HDP도 그런 결과물 중 하나였다.
5. 지금 상황, 냉정하게 요약해보자
🛠 현대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쟁점
- 문제는 기술력이 아니라 부품 수급과 협력사 계약
- 하드웨어 성능은 부족했지만, 소프트웨어로 극복하려는 시도 있었다
- 계약 종료 이후, 성능 좋은 칩셋으로 교체 계획 이미 진행 중
- 2027년을 전후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새 판으로 바뀔 가능성 큼
6. 앞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체크할 포인트
단순히 “뒤처졌다”는 말보다는, 기술 전환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 차량 구매 시 고려할 점
- 레벨 3 기능 여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2025~2027년은 과도기다. 구형 칩셋이 들어간 모델인지 꼭 확인할 것.
- 플래그십 모델부터 최신 칩셋이 먼저 들어갈 확률이 높다.
- 시스템 반도체 성능도 구매 기준으로 점점 중요해질 것.
마치며
현대기아가 자율주행 기술에서 무조건 뒤처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단지 ‘하드웨어 성능’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협력사 계약 문제를 해결하는 전환 시점에 있을 뿐이다.
2027년 이후 자율주행 시장에서 현대기아의 새로운 그림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전환의 흐름을 이해하면, 앞으로 어떤 차를 사야 할지도 훨씬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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