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갈라 포라스-김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은 드로잉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질문하게 만든다. 전시를 직접 관람하고 나서, 미술 전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러봐야 할 이유들을 정리해보았다.
1. 이번 전시, 왜 특별하게 느껴졌을까?
자연을 소재로 하되 자연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한 드로잉
사실 이 전시는 단순히 ‘드로잉 전시’라고 말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평범한 그림처럼 보였지만,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자연을 다룬다’는 게 이렇게 복잡할 수 있구나 싶었다.
전시 공간은 두 섹션으로 나뉘어 있었다. 바깥쪽에는 습기라는 변수로 만들어진 추상적 드로잉이 있었고, 안쪽에는 작가가 수석을 해석한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신호’ 시리즈의 제작 방식이었다.
(1) 이런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전시장 습기로 그려진 드로잉이 있다고?
이건 처음 듣는 방식이었다. 작가는 전시장에 설치된 제습기를 이용해, 거기서 모인 물방울을 흑연이 묻은 천 위로 떨어뜨린다. 천 아래엔 흰 패널이 있고, 물방울이 떨어지며 무작위로 형체를 만든다. 이게 ‘신호’ 드로잉 시리즈다.
그렇다 보니 이 작품은 아래와 같은 요소들에 따라 모양이 완전히 달라진다.
💡 전시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요소들
- 전시가 열린 국가와 지역의 기후
- 관람객 수와 그들의 움직임
- 계절과 실내 온도·습도
실제로 이 작품은 세계 여러 도시의 전시장에서 구현되었고, 각 전시장의 이름과 전시 기간이 제목에 포함돼 있었다.
(2) 장소마다 달라진 드로잉
어떤 작품들이 있었을까?
| 작품명 및 장소 | 제작 연도 | 사이즈 | 특징 |
|---|---|---|---|
| Signal (Pitzer) | 2024년 | 182.9cm 정사각형 | 미국에서 전시 |
| Signal (Cleveland 미술관) | 2025년 | 182.9cm 정사각형 | 미드웨스트 지역의 기후 반영 |
| Signal (멕시코시티 MUAC) | 2023년 | 182.9cm 정사각형 | 고온다습한 기후 반영 |
| Signal (덴버 현대미술관) | 2024년 | 182.9cm 정사각형 | 고지대 지역 특성 반영 |
| Signal (스페인 세비야) | 2023년 | 182.9cm 정사각형 | 유럽 남부의 여름 반영 |
→ 이건 전시회라기보다 기후 기록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예쁜 작품을 감상한다기보다, 전시장 환경과 예술의 상호작용을 목격하는 경험이었다.
2. 수석 드로잉은 왜 더 흥미로웠나?
‘돌’을 새롭게 보는 시선이 필요했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수석’을 주제로 한 드로잉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도 예전엔 수석을 그저 ‘돌’로만 봤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1) 어떤 드로잉이 있었는지 살펴보면?
수석 드로잉의 종류와 특징
| 작품명 | 크기 | 기법 | 특징 |
|---|---|---|---|
| 6 Balanced stones | 152.4x182.9cm | 색연필, Flashe | 균형 잡힌 구조 강조 |
| 9 Animal shaped stones | 121.9x121.9cm | 색연필, Flashe | 동물 형상으로 보이는 돌 |
| 39 Mountains | 182.9x289.6cm | 흑연 | 산을 연상시키는 돌 구성 |
| 15 Rocks from outer space | 182.9x228.6cm | 색연필, Flashe | 우주에서 온 것 같은 형상 |
| 12 Sacred stones | 182.9x152.4cm | 색연필, Flashe | 신성함을 상징하는 돌 이미지 |
| 10 Mythological stones | 182.9x152.4cm | 색연필, Flashe | 신화적 존재처럼 보이는 돌 |
→ ‘수석도 이런 식으로 분류할 수 있구나’ 싶었다.
기존의 전통적 분류(균형·형상·희귀성)에서 벗어나 작가만의 기준으로 돌을 해석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3. 왜 ‘책거리’와 연결했을까?
회화적 정밀 묘사로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
이 드로잉들은 단순히 돌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조선 후기의 ‘책거리’ 형식을 참조해, 수집품을 배열하고 관찰하는 방식을 드로잉 안에 담았다.
책거리는 ‘물건을 진열해 놓은 정물화’지만, 단순한 구도가 아니다. 애정과 관심, 기록의 의미가 담긴 회화 장르다.
→ 이번 드로잉도 마찬가지다. 그냥 돌을 그린 게 아니라, 작가의 ‘관찰의 시선’을 드러낸다.
4. 전시장 안에서의 또 다른 장치
수석 수집가들과의 협업이 있었던 이유는?
전시 후반부에는 실제 수석 수집가들이 모은 수석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드로잉과 실물 수석을 나란히 비교하며 볼 수 있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 흥미로운 구성이었다.
→ 전시가 더 풍부해진 이유는?
- 관람객 입장에선 작품과 실물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 수석 수집가들의 개인적 해석과 설명도 함께 비치되어 있어, 그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듯했다.
“수집이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재해석의 시작이다.”
5. 이 전시가 던지는 질문
“우리는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분류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전시는 보는 사람의 인식 방식을 흔들어놓는다.
돌이라는 단순한 대상을 통해서도, 얼마나 다양한 시선과 분류가 존재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다.
- 누군가는 예술 작품으로,
- 누군가는 자연 유물로,
- 누군가는 소장품으로 본다.
이 전시는 그 경계를 흐리고, 그 안에서 개인의 해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마치며
《갈라 포라스-김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은 단순한 드로잉 전시가 아니었다. 자연과 인간, 제도와 예술, 습기와 선(線)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요소들이 서로 맞닿으며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낸다.
삼청동 국제갤러리를 찾는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작품과 나 사이의 거리를 천천히 줄여가 보자.
이건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해석의 여정을 따라가는 경험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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