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한강버스가 ‘실패작’으로 몰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문제는 분명 있었지만, 서울시의 새로운 교통 실험으로서 여전히 주목할 만한 시도였고, 지금은 ‘중단’이 아니라 ‘정비 중’이라는 시선도 필요하다.
1. 한강버스, 진짜 실패한 사업일까?
초기 문제는 많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의도’와 ‘방향’이다.
내가 이 사업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단순히 ‘배’가 다닌다는 신기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울의 교통 문제를 강을 활용해 풀어보겠다는 시도 자체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운행에서는 고장이 잦았고, 속도나 운행 시간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이걸로 이 사업 전체를 실패로 규정하는 건 조금 이르다고 느꼈다.
실제 대중교통도 첫 도입 단계에서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버스도 지하철도, 전기차도 그랬다.
이건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서울시 교통 정책의 방향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문제점은 분명했다, 하지만 고칠 수 있는 성격이다
한강버스의 단점들은 구조적인 한계가 아니라, 조정 가능한 요소들이다.
(1) 고장은 어쩌면 당연한 초기 진통일 수도 있다
- 9월 18일 운항 시작 후 열흘 만에 운행 중단
- 방향타 고장, 전기 계통 오류 등 기술적 문제 발생
- 총 8척 중 다수에서 비슷한 고장 발생
이걸 두고 “엉망이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초기 고장들을 ‘예측 가능했던 문제’로 봤다. 신규 설계, 국내 중소 조선소 제작, 미숙한 테스트 과정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고, 지금은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시험 운행’ 기간이다.
(2) 속도 저하 역시 기술 보완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다
- 목표 속도: 19~20노트 → 실제 운항 속도: 14~17노트
- 평균 소요 시간: 75분 → 최대 127분
속도 문제는 선박 출력과 수심 문제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출력 문제는 엔진 교체나 업그레이드로 보완할 수 있고, 수심 문제는 준설과 수심 표식 설치로 개선될 수 있다.
지금은 문제를 ‘파악’하고 ‘보완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다.
3. 속도가 전부일까? 이용 방식부터 다시 생각해봤다
출퇴근용 교통수단으로 접근하면 실망이 크다. 하지만 이걸 바꿔보자.
(1) 천천히 흐르는 서울을 경험하는 방식
한강을 따라 여유 있게 이동하면서 서울의 중심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 이건 지하철이나 버스에선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봄, 가을, 맑은 날에는 진가가 드러날 수 있다.
(2) 3,000원으로 즐기는 ‘강 위의 관광’이라는 시선도 필요
지금의 속도라면 정시성 높은 출퇴근 교통수단으로는 어렵다. 하지만 낮 시간대나 주말의 느린 관광형 이동수단이라면 충분히 수요가 생길 수 있다.
4. 실제로 나도 기대했던 부분이 있었다
내가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이 사업이 가진 ‘가능성’ 때문이다.
(1) 접근성 문제는 아직 해결 중이다
- 선착장이 둔치 쪽에 있어 일반 대중교통과 연결이 불편하다는 지적
- 하지만 셔틀버스나 순환 마을버스 연계 방안도 서울시가 검토 중
한강이라는 지형적 특성상 완벽한 접근은 어렵겠지만, '적당한 보완'으로 실용성을 확보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2) 급행 노선은 내년 봄 시작 예정
- 마곡~잠실 3정거장만 서는 급행: 약 82분 예상
- 일반 노선보다는 빠르고 효율적인 구조
지금처럼 무조건 빠르지는 않지만, 일정한 시간 계획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선택 가능한 교통 옵션이 될 수 있다.
5. 겨울엔 어떻게 하나? 결빙 이슈도 준비 중이다
겨울철 결빙 기준이 미정인 점은 아쉬웠지만, 지금은 그 기준을 만들고 있는 단계다.
서울시는 한강 결빙 상황을 기준으로 기온·수온·결빙 두께 등을 종합해 운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올해 겨울 내로 확정할 계획이다.
모든 사계절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진행 중이다.
6. 속도를 되찾기 위한 보완도 진행 중이다
출력 문제와 수심 문제는 이미 개선 방향이 정해져 있다.
(1) 선박 출력 문제
→ 출력이 낮은 배는 엔진 업그레이드 또는 전기 모터 전환 검토
(2) 한강 수심 문제
→ 뚝섬·청담대교 등 수심 얕은 구간 준설
→ 수심 표식 설치, 선체 침하 방지 대책 마련
이건 단순한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강이라는 환경에 맞춘 튜닝 작업으로 볼 수 있다.
7. 외국의 리버버스 사례를 참고해보면
런던, 파리, 방콕 등도 처음부터 잘 굴러간 건 아니었다.
런던의 우버보트도 처음엔 ‘교통 수단’보다 ‘관광용’에 가까웠고, 정착되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서울도 지금은 첫걸음을 떼는 중일 뿐이다.
마치며
한강버스는 실패가 아니라, '지금 조정 중인 실험'이다.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하지만 교통과 도시의 가능성을 강에서 찾겠다는 방향성은 옳았고,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였다.
속도, 안정성, 접근성 등 문제는 분명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는 서울이 ‘육지’ 위에서만 움직이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강버스는 지금 포기할 이유가 없는 사업이다.
이런 분들에게는 계속 지켜볼 만하다
- 빠른 이동보다 특별한 이동 경험을 원한다면
- 주말·평일 낮 시간대를 활용해 한강을 즐기고 싶다면
- 도시의 새로운 교통 실험에 관심 있다면
장기적으로 한강버스는 ‘느린 교통’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단기 성과만 보지 말고, 이 사업이 나아가는 방향을 함께 지켜보는 건 어떨까.
'인문&사회&과학 > 사회와 역사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핵잠수함은 어떻게 움직일까, 한국이 개발하려는 이유와 기술적 난제 (0) | 2025.11.06 |
|---|---|
| 이슬람에서 술과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0) | 2025.10.30 |
| 토론 없는 사회는 성장할 수 없다, 2025 노벨상에서 배운 점 (0) | 2025.10.23 |
| 미중 무역협상 앞두고 리천강 해임, 중국의 속내는? (1) | 2025.10.21 |
| SNS보다 통장 잔고를 챙기는 세대, 2030 안티 플렉스 문화 분석 (3) | 2025.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