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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티 이야기/생활정보

1989년 우지파동 이후 36년 만의 귀환, 삼양 1963 라면 먹어보니

by 코스티COSTI 2025. 11. 4.

시작하며

1989년 ‘우지파동’ 이후 우리 식탁에서 사라졌던 소기름 라면(우지라면)이 36년 만에 돌아왔다. 삼양식품이 내놓은 ‘삼양 1963 라면’은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국내 라면의 원조 복각판이자 삼양의 명예 회복 프로젝트처럼 보인다. 1봉지 1,530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그때 그 맛”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과연 이 라면은 옛 우지라면의 향수를 제대로 살려냈을까?

 

1. 우지라면, 왜 사라졌고 왜 다시 돌아왔을까

라면 한 봉지에도 시대의 굴곡이 담겨 있다.

1989년, 식품업계를 뒤흔든 ‘우지파동’은 삼양식품을 비롯한 다섯 개 회사가 식품용으로 부적합한 소기름(우지)을 사용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후 무죄로 밝혀졌음에도 소비자 신뢰는 무너졌고, 삼양은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후 2010년대 초, ‘불닭볶음면’의 세계적 성공으로 삼양은 다시 일어섰지만, 매출의 70% 이상이 불닭 시리즈에 집중된 상황이었다. 이제는 국물 라면 시장의 존재감을 되찾기 위해, 삼양이 다시 꺼낸 카드가 바로 ‘1963 라면’, 즉 우지라면의 복각이다.

 

2. 삼양 1963 라면, 구성과 특징은 이렇게 다르다

내가 마트에서 구입한 가격은 4개입 6,150원(봉당 약 1,530원)이었다. 일반 라면(1,000~1,200원대)보다 30% 이상 비싸다. 하지만 봉지부터 남다르다. 금색 포장에 ‘1963’이라는 숫자가 크게 새겨져 있고, ‘프리미엄’ 문구가 눈에 띈다.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삼양의 자존심을 건 제품이라는 느낌이다.

 

(1) 어떤 재료로 튀겼을까?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진짜 소기름으로 튀겼느냐”이다. 표기상으로 보면 ‘골든 블렌드 오일(Golden Blend Oil)’이라 하여 정제 우지와 팜유를 혼합한 형태다. 성분 표기 순서상 우지가 먼저 적혀 있으므로 함량은 최소 50% 이상으로 추정된다.

즉, 기름의 절반 이상이 소기름 기반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우지라면 복각이라 할 만하다.

 

(2) 면과 스프 구성

  • 면 무게: 131g (일반 라면보다 약 20g 더 많음)
  • 칼로리: 530kcal, 나트륨 1,730mg
  • 구성: 액상 스프, 분말 스프, 후첨 프레이크

면은 일반 삼양라면과 비슷한 비주얼이지만, 튀김 향이 훨씬 고소하다. 특히 조리 전부터 소고기국 냄새처럼 느껴지는 우지 특유의 고소함이 확연히 다르다.

 

3. 맛의 핵심, 후첨 스프 전후의 차이

직접 끓여보면서 느낀 차이는 후첨 분말 스프 전후로 맛의 결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1) 후첨 스프 넣기 전 – 구수한 ‘곰탕 같은’ 국물

  • 국물이 진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 우지의 기름진 풍미가 느껴진다.
  • 삼양라면 특유의 깔끔한 감칠맛이 살아 있다.

이 단계에서는 밥을 말고 싶은 국물맛이 난다. 기름층이 은은하게 떠 있고, 한 모금 마시면 옛날 라면 냄새가 살짝 스쳐 간다.

 

(2) 후첨 스프 넣은 후 – 청양고추 향이 강한 칼칼한 국물

  • 파와 청양고추가 더해지면서 맵고 칼칼한 향이 확 올라온다.
  • 국물 색이 진해지고, 설렁탕보다 매운 육개장에 가까운 느낌이다.
  • 하지만 그만큼 우지의 고소함이 묻혀버린다는 아쉬움이 있다.

결국 후첨 스프를 넣기 전의 단순한 구수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옛날 라면의 감성’이 사라졌다고 느낄 수 있다.

 

4. 한 리뷰어의 표현처럼, “한두 발짝 너무 나갔다”

내가 실제로 먹어봐도 이 평가는 어느 정도 공감된다. 맛은 충분히 진하고, 품질도 좋다. 하지만 삼양이 “복각”보다는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라면의 식감도 살짝 달라졌다. 과거의 삼양라면처럼 꼬불꼬불한 면이 아니라 조금 더 두껍고 펴진 형태라서, “옛날 라면 같다”기보다는 “요즘 고급라면 같다”는 인상이 강했다.

 

소비자가 체감한 변화는 이런 부분이었다

구분 1980년대 우지라면(기억 속 이미지) 2025년 삼양 1963 라면
기름 종류 100% 소기름 소기름+팜유 혼합
면 식감 꼬불꼬불하고 얇음 두껍고 펴짐
국물 맛 구수하고 담백 매콤하고 진함
가격대 200원대(과거 기준) 1,530원
이미지 대중적, 서민형 복고·프리미엄형

라면 자체의 완성도는 높지만, 소비자 기대치와는 약간의 간극이 있었다. “옛날 라면 그대로의 향수”보다는 “요즘 입맛에 맞춘 고급 국물라면”에 가깝다.

 

5. 삼양 1963 라면이 가진 상징적인 의미

삼양이 이 제품을 단순히 라면 신제품으로 낸 건 아닐 것이다. 불닭볶음면으로 해외 매출이 급증했지만, 삼양의 정체성은 결국 ‘국물 라면’에 있다. 그 원점이 바로 1963년의 첫 우지라면이다.

따라서 이 복각은 기업의 역사적 회복 선언이자, 소비자에게 “삼양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또한, 현재 국내 라면 시장에서 ‘프리미엄 라면’ 트렌드가 확실히 자리잡고 있다. 농심의 ‘사리곰탕라면 프라임’, 오뚜기의 ‘진라면 더 진한맛’ 등과 함께, 삼양 1963은 그 흐름의 중심에서 ‘기름의 품질’로 차별화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6. 먹어본 입장에서 느낀 개인적인 판단

나 역시 1980년대 라면 세대를 거쳤다. 그 시절 주말마다 집에서 끓여 먹던 삼양라면의 고소한 냄새는 아직도 선명하다. 그래서 이 제품을 손에 들었을 때, 기대감이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있다. 하지만 ‘옛날 그 맛’은 아니다. 현재의 입맛에는 더 풍부하고 진하지만, 복각이라기보다 재해석된 삼양라면이다.

  • 밥 없이 국물만 마셔도 좋을 만큼 진한 맛
  • 그러나 소기름의 구수함을 오래 느끼긴 어렵다
  • 가격이 1,500원을 넘어서면 자주 사먹기엔 부담된다

다만, “삼양이 다시 본래의 라면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복귀작임은 분명하다.

 

마치며

삼양 1963 라면은 단순히 ‘소기름으로 튀긴 라면’이 아니라, 삼양의 역사·명예·정체성을 담은 복귀 선언에 가깝다. 맛만 놓고 보면 지금 입맛에 맞게 잘 만들어진 라면이지만, 우리가 기억 속에서 찾던 ‘그 우지라면의 향수’와는 조금 다르다.

그래도 나는 이 라면이 계속 출시되길 바란다. 다음 버전에서는 좀 더 단순하고 구수한 맛으로 회귀한 제품이 나오면 좋겠다. 그게 진짜 의미의 ‘복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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