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피자업계가 미친 듯이 싸지는 이유, 그 안의 계산법

처음엔 단순한 할인 경쟁인 줄 알았다

최근 피자 앱을 열어보면 1만원대 후반의 피자 광고가 넘쳐난다.
처음엔 단순한 프로모션 정도로 생각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이면엔 꽤 복잡한 시장의 구조 변화가 있었다.

라지 사이즈 기준으로 보면 예전엔 3만원을 훌쩍 넘기던 브랜드들이 이제는 2만원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매출이 늘었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영업이익은 몇 년째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가격을 낮췄는데, 더 팔아도 남는 게 줄어드는 구조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위기감이 촉발한 게임

문제의 시작은 대형 프랜차이즈였다.
국내 피자 시장의 규모 자체는 매년 커지고 있는데, 정작 시장을 키운 주체들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몇몇 브랜드는 중소형 수제 피자 전문점보다도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이러다 보니 마케팅 예산이 공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앱 할인, 포장 전용 행사, 1+1 쿠폰 등 소비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왜 이렇게 싸졌지?’ 싶은 이벤트들이 잇따랐다.
결국 이게 일시적 가격 조정이 아니라 ‘생존형 게임’으로 번진 셈이다.

 

중소 브랜드들도 울며 따라 붙은 이유

흥미로운 건 중소 브랜드들의 반응이었다.
처음엔 “우린 품질로 승부하자”는 분위기였는데 대형 프랜차이즈가 미친 듯이 가격을 내리자 결국 따라가지 않으면 시장 점유율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그 사이에 원가 부담은 그대로 남았다.
치즈, 밀가루, 토핑 재료는 대부분 수입인데 환율이 오르면서 원가 압박이 심해졌다.
그런데 소비자는 이미 ‘2만원대 피자’에 익숙해진 상황.
결국 업체들은 마진을 줄여서라도 팔 수밖에 없었다.

 

이 게임의 진짜 목적은 ‘유지’다

겉으로 보면 대대적인 할인 경쟁이지만, 실제로는 브랜드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 벌기’에 가깝다.
앱 메인에 노출되어야 하고, 소비자 리뷰를 쌓아야 하니까 매출보다 브랜드 유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지금은 피자를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의 기억 속 자리를 지키는 싸움이다.”

결국 누가 오래 버티느냐의 게임이 되어버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지만

이런 구조는 소비자에게 당장은 이득이다.
할인 폭이 크고, 선택지도 다양하다.
하지만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바닥을 치면 결국 품질이 떨어지거나, 점포 유지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피자 시장이 단순히 싸게 먹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브랜드의 생존을 건 전략적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은 웃으며 피자를 시키지만, 몇 년 뒤엔 그 브랜드가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결국 남는 건 ‘한 판의 가치’였다

결국엔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피자 한 판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시장 구조의 압력 속에서 만들어진 계산의 결과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그 가격을 버티기 위해 이익을 포기했고, 누군가는 그 덕에 싸게 먹는다.

언젠가 이 경쟁이 잦아들 때쯤, 다시 제값을 하는 피자를 만날 수 있을까.
지금의 피자업계는, 말 그대로 ‘미친 게임’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