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매콤한 냄새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땐 이상하게 손이 떡볶이 쪽으로 간다.
특히 인천 남동공단 근처에서 일할 때 자주 들르던 그 ‘공단 떡볶이’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날의 소스 농도, 어묵의 두께, 그리고 묘하게 중독성 있는 단짠 밸런스까지.
이번엔 그 맛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서 만들어봤다.
처음엔 ‘그 맛’이 날까 싶었다
떡볶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은근히 변수가 많다.
밀떡을 얼마나 불리느냐, 양념 비율을 어떻게 맞추느냐, 불 세기 하나로도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번엔 최대한 간단한 조합으로 만들어봤다 — 진간장 1스푼, 멸치액젓 1스푼, 설탕 3스푼, 고추장 1스푼, 고춧가루 반 스푼, 미원 한 꼬집, 다진 마늘 1스푼.
이 조합이 놀랍게도 ‘공단 떡볶이’의 핵심에 가장 가까웠다.
양념을 섞을 때 설탕이 완전히 녹을 정도로만 젓고, 따로 볶는 과정 없이 한 번에 끓여준다.
이게 포인트였다.
물 두 컵, 밀떡 두 컵, 어묵 한 컵.
양념을 몽땅 넣고 약불에서 천천히 졸이면 된다.
끓일수록 색이 달라지고 냄새가 진해진다
처음엔 맑은 붉은색이던 양념이 끓으면서 점점 탁해지고 묵직해진다.
떡이 국물을 먹기 시작할 때쯤이면 주방 공기가 확 바뀐다.
이때 한 번 젓지 않으면 떡이 바닥에 달라붙는다.
그걸 두세 번만 반복해주면, 바로 그 ‘공단 떡볶이’ 특유의 꾸덕한 질감이 나온다.
밀떡은 탱탱하고, 어묵은 도톰하게 썰어 넣어야 식감이 산다.
특히 ‘미도어묵’이라 불리는 도톰한 제품을 써보면 확실히 다르다.
일반 어묵보다 밀도감이 있어서 양념이 잘 스며든다.
국물 넉넉하게, 숟가락으로 퍼먹는 게 진짜다
공단 떡볶이의 매력은 바로 ‘국물형’이다.
국물이 자작하게 남아 있을 때 순대를 찍어 먹거나, 삶은 달걀을 으깨서 섞으면 진짜 완성된다.
사진으로 보면 살짝 묽어 보이지만, 식으면 금세 꾸덕하게 변한다.
그 상태에서 밥을 살짝 비벼 먹으면 그게 또 별미다.
조리 시간은 대략 10분 남짓이지만, 밀떡을 미리 한 시간 정도 불려둬야 식감이 말랑하게 나온다.
이 한 과정만 챙겨도 맛의 차이가 크다.
만들어놓고 나서 느낀 점
처음엔 단맛이 강하게 올라오지만, 식을수록 감칠맛이 더 살아난다.
멸치액젓 한 스푼의 존재감이 의외로 크다.
간장만 넣었을 때보다 훨씬 깊은 맛이 난다.
- 양념장은 단순하게.
- 끓이는 동안 자주 저어줄 것.
- 국물은 자작하게 남겨둘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95%는 그 맛이 난다.
그때의 맛을 떠올리며
다 만들어놓고 한입 먹었을 때, 진짜 그 골목 냄새가 스쳐갔다.
매운맛보다 단맛이 먼저 오고, 이어서 혀 끝에 짭조름한 감칠맛이 남는다.
공단 퇴근길에 사람들이 줄 서서 먹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결국엔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간단한데, 다시 생각나는 맛.”
떡볶이라는 게 늘 그렇다.
복잡하게 꾸미지 않아도, 그 시절의 향을 불러올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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