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추가 제철이라 그런지 가격도 괜찮고 단맛이 좋다. 평소엔 겉절이나 국에만 쓰던 알배추를 조금 색다르게 먹어보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배추까르보나라’라는 이름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생소했지만 왠지 부드럽고 고소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막상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간단했고, 의외로 ‘이 조합이 되네?’ 싶을 만큼 조화가 괜찮았다.
처음엔 라면을 쓰는 게 괜찮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부담 없이 금방 조리할 수 있어 좋았다. 크림파스타보다 가볍고, 또 크림라면보다 깊은 맛이 난다.
배추를 먼저 살짝 데치는 게 핵심이었다
배추는 그냥 볶으면 숨이 죽지 않아 식감이 질기다. 끓는 물에 소금 약간 넣고 데치면 배추가 부드러워지면서 단맛이 올라온다. 데친 뒤 찬물에 굳이 헹구지 않아도 된다. 따뜻한 상태에서 바로 쓰면 된다.
그다음은 대파와 베이컨. 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대파를 볶아 향을 먼저 내면 좋다. 그 위에 잘게 썬 베이컨을 넣고 바삭하게 볶는다. 이때 면을 끓이던 물(면수) 한두 스푼을 넣으면 베이컨의 짠맛이 부드럽게 풀린다. 여기에 아까 데친 배추를 넣고 같이 볶으면 채소향이 퍼지며 색이 살짝 투명해진다.
생크림과 우유는 1:1, 치즈와 버터는 풍미용
소스는 생크림과 우유를 같은 비율로 섞는다. 각각 100ml씩 넣으면 적당하다. 여기에 버터 한 조각과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넣는다. 버터가 녹으면서 고소한 향이 올라오고, 치즈는 소스를 부드럽게 엮어준다.
이때 간은 소금 대신 굴소스로 한다. 굴소스 1스푼 반이면 충분하다. 너무 짜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 후춧가루를 살짝 넣으면 크림의 느끼함이 덜해진다.
마지막엔 라면을 넣고 꾸덕하게 졸이기
삶아둔 라면은 물기를 빼서 넣는다. 너무 오래 졸이지 말고, 소스가 살짝 자작할 정도로 남겼을 때 불을 꺼야 한다. 너무 졸이면 면이 불고, 너무 묽으면 맛이 희미해진다.
접시에 담을 땐 면을 먼저 담고, 남은 배추와 베이컨을 위에 얹는다. 보기에도 좋고, 먹을 때 식감이 다양하다. 사진으로 보면 꼭 파스타 같다.
매운맛이 필요하면 청양고추 하나
배추와 크림의 조합이 달큰해서 조금 느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럴 때 청양고추를 반 개 정도 넣으면 매운맛이 살짝 감돌면서 입맛이 확 돈다. 다만 아이들과 먹을 때는 뺀 게 낫다.
- 배추는 반드시 살짝 데쳐야 단맛이 산다.
- 굴소스는 간을 잡는 핵심이다.
- 소스는 생크림과 우유를 1:1로, 너무 끓이지 말 것.
이 세 가지만 기억하면 실패할 일이 없다.
한 끼로 충분한 배추까르보나라의 매력
이 요리는 ‘파스타처럼 근사하게 먹고 싶지만, 재료는 집에 있는 걸로 해결하고 싶을 때’ 딱이다. 라면 한 봉지와 배추 몇 장으로 이렇게 색다른 맛이 난다는 게 놀라웠다. 부드러움 속에 배추의 단맛이 은근히 남고, 굴소스 덕에 깊이도 있다.
가끔 크림 파스타가 생각날 때, 냉장고 속 알배추가 보인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 방법을 써보길 권한다. 생각보다 훨씬 근사하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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