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기름은 한때 ‘건강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동물성 지방 대신 식물성으로 바꾸면 콜레스테롤이 낮아지고, 혈관이 깨끗해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나 역시 ‘식물성기름의 배신’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야, 우리가 너무 쉽게 받아들였던 진실이 얼마나 불완전했는지 알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미국의 생화학자 출신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식이 조언이 아니라, 산업과 의학이 어떻게 얽혀 왔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역사서에 가깝다.
식물성씨앗기름이 어떻게 식탁 위로 올라오게 되었는가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씨앗에서 기름을 짜서 먹지 않았다. 그건 비누나 윤활유를 만드는 산업용 부산물에 가까웠다. 면실유, 대두유, 옥수수유 같은 기름이 대표적이다. 면화 씨앗에서 남은 찌꺼기, 대두박에서 추출한 기름을 ‘깨끗한 식용유’로 포장한 게 바로 시작이었다.
이후 가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기름은 싸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식품 산업의 필수 재료가 되었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사는 과자, 마요네즈, 드레싱, 단백질바, 심지어 건강식품에도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문제는 이 기름들이 단순한 지방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지방’이라는 점이다.
몸속 염증을 불러오는 고도불포화지방산의 함정
식물성씨앗기름의 핵심 성분은 고도불포화지방산이다. 특히 오메가6 계열의 지방산이 많다. 이 구조는 산소와 결합하기 쉬워 공기나 열에 노출되면 금세 산화된다.
공장에서 정제할 때 이미 고온과 화학용매를 거치기 때문에, 병에 담기기 전부터 산패가 시작된다는 얘기도 있다. 이렇게 변질된 기름이 몸에 들어오면 세포막에 쌓여 산화스트레스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세포 손상과 염증 반응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그 염증이 한 번 생기면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포가 손상될 때마다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고도불포화지방산이 지나치게 많으면 그 반응이 과도하게 지속된다. 이게 바로 만성 염증의 출발점이다.
염증이 지방을 바꾸고, 인슐린저항성을 만든다
지속적인 염증은 체내 지방의 성격을 바꾼다. 단순한 에너지원이던 지방이 ‘염증성 체지방’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지방은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연비가 나쁜 연료처럼 작동한다.
몸은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착각하고 계속 당을 찾는다. 그때마다 인슐린이 분비되고, 시간이 지나면 인슐린저항성이 생긴다. 이 단계에서부터는 먹는 양이 같아도 살이 쉽게 찌고, 공복혈당이 높아지는 체질로 바뀐다.
결국 식물성씨앗기름은 비만, 대사질환, 만성 피로 같은 문제의 바탕에 깔린 조용한 요인일 수 있다.
단 2주만 끊어봐도 몸이 반응한다
저자는 식물성씨앗기름을 완전히 끊었을 때, 몸속 지방산 비율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3~4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염증 반응은 단 2주 만에도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안의 기름부터 점검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바꿔보는 게 좋다.
- 버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라드(돼지기름), 비정제 코코넛오일, 비정제 아보카도오일 같은 전통 지방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 아보카도오일은 진한 초록빛이 나는 제품을 고르고, 정제 과정이 명확히 표시된 것을 고른다.
- 들기름과 참기름은 열과 공기에 약하므로 개봉 후 한 달 안에 소진하고 냉장 보관한다.
- 외식 시에는 기름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메뉴, 예를 들어 샤부샤부나 보쌈처럼 국물 형태의 식단을 고른다.
생각보다 많은 가공식품에 씨앗기름이 숨어 있다. 드레싱, 마요네즈, 그래놀라, 단백질바, 심지어 영양제 캡슐 속에도 있다. 성분표에서 ‘식물성 유지’나 ‘대두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유’라는 단어가 보인다면 잠시 멈추는 게 좋다.
내가 느낀 변화와 생각의 전환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식물성기름이 처음부터 ‘먹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팔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산업의 부산물이 식탁 위로 올라오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건강식’으로 포장되는 과정이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었다는 점이 씁쓸했다.
나는 그 뒤로 장을 볼 때마다 제품 뒷면의 성분표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엔 번거로웠지만, 점점 어떤 식품이 진짜 ‘가공되지 않은 것’인지 감이 온다.
작은 변화가 시작이 될 수 있다
모든 걸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하루 세 끼 중 한 끼라도 식물성씨앗기름이 들어가지 않은 식단으로 바꿔보면 된다. 그 작은 실천이 피로감, 붓기, 집중력 같은 데서 조금씩 신호를 준다.
건강은 결국 ‘내가 매일 반복하는 선택’의 결과라는 걸 요즘 새삼 느낀다.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공유하는 콘텐츠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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