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세상을 바꾸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인터넷이 전 세계 8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데 13년이 걸렸다면, ChatGPT는 단 2년 반 만에 그 숫자에 도달했다.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속도가 아니다. 인간의 생각, 학습, 그리고 성장의 구조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AI는 ‘도와주는 기술’에서 ‘대신하는 존재’로 넘어가고 있다. 단순한 문서 정리나 그래프 작성뿐 아니라, 사고의 일부까지 맡기려는 경향이 커졌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효율이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위태롭다.
청년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시니어 세대의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이들이 AI를 도구로 삼아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니어의 역할은 점점 줄어든다. 신입이 배워야 할 일들을 AI가 더 정확하게, 더 빠르게 해내니 회사 입장에서는 새 사람을 뽑을 이유가 없다.
이 구조가 계속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0년 뒤, 10년차 경력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사회가 된다. 기업의 단기 효율이 전체의 장기적 붕괴로 이어지는 셈이다. 지금의 청년층은 ‘학습할 기회 자체’를 잃고 있다. 이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뇌가 멈추는 일과 다르지 않다.
AI 안경의 편리함 뒤에 숨은 두려운 대가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등장할 AI 안경은 정말 매력적이다. 외국어 책을 들여다보면 즉시 번역되어 보이고, 조립 과정도 실시간으로 안내된다. 언뜻 보면 완벽한 세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도구는 ‘생각의 근육’을 빼앗는다. 뇌가 가장 활발히 자라야 할 시기에 모든 답을 기계가 대신 제시해 준다면, 스스로 사고할 이유가 사라진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AI를 이용한 커닝 사태가 현실로 나타났다. 문제는 학생의 양심이 아니라 교육 제도의 낡음이다. 시험은 ‘등급을 매기는 도구’로만 남았고, 사고력을 기르는 과정은 사라졌다. 그러니 아이들이 AI의 도움을 ‘부정행위’가 아니라 ‘합리적 선택’이라 느끼게 된 것이다.
생각을 키우는 방식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공부란 뇌 속에 새로운 신경 연결망을 만드는 일이다. 개념 하나를 이해할 때마다 뉴런의 연결이 늘어나며,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그런데 AI가 모든 답을 대신하면 그 연결망이 자라지 않는다. 마치 헬스장에서 트레이너가 대신 운동해주는 것과 같다. 그 결과, 트레이너는 강해지고 나는 그대로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AI를 잘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조교처럼, 트레이너처럼 활용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스스로 점검한 뒤 도움을 청해야 한다. 하지만 ‘대신 해달라’는 순간, 우리는 사고의 주체가 아닌 피동적 존재로 바뀐다.
AI는 불평등을 증폭시키는 거대한 증폭기
AI를 잘 다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앞으로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이다. 국가 간 격차도 마찬가지다. 기술을 소유한 극소수 기업이 인류의 방향을 좌우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이미 그 시작점에 서 있다.
더 무서운 건, 우리는 AI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대형 AI 기업들은 학습 데이터와 윤리 원칙을 공개하지 않는다. AI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왜 그런 결론을 내리는지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 그러니까 인류는 ‘이해하지 못하는 지능’을 신뢰하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AI 시대에 필요한 건 ‘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하는 능력’이다
이제 인간의 경쟁력은 질문력이다. AI가 수많은 답을 만들어낼 수 있어도, 어떤 질문을 던질지 결정하는 건 인간뿐이다. 풍부한 교양과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결국 교양은 질문의 깊이를 만들어주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육은 이런 시대에 가장 위험한 방식이다. 외워서 푸는 교육은 사고의 틀을 좁히고, 창의적 질문을 막는다. “이건 왜 생겼을까?”, “이건 사회를 어떻게 바꿀까?”를 묻는 힘이 사라진다. 결국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인간만 남는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한다면, 인간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가사 노동을 대신했을 때, 우리는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간에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었다. AI도 마찬가지다. 고된 노동을 대신하게 만든 기술이라면, 인간은 그만큼 더 ‘사람다운 일’을 찾아야 한다.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을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AI가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새로운 청년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창출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기술이 인간을 위한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제도화하는 것, 그것이 ‘사회적 대응’의 핵심이다.
AI 윤리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투명성과 책임성은 AI 시대의 최소 조건이다. 내가 보고 있는 정보가 사람의 생각인지, AI가 만든 결과물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어떤 결과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지 않는다.
AI는 결국 도구다. 민주주의와 집단 지성이 함께 작동할 때만 이 도구가 인간을 위해 일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회가 깨어 있어야 한다.
결국, 미래를 지키는 건 질문하는 인간이다
AI의 속도는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하는 속도, 질문하는 힘은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우리가 사고를 포기하지 않는 한, 기술은 결코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편리함에 잠식당한 시대, 생각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시작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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