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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사회와 역사 관련

이란 반정부 시위, 단순한 분노가 아닌 구조적 흔들림의 시작

by 코스티COSTI 2026. 1. 1.

연말의 중동은 늘 조용하지 않다.
2025년의 마지막 날, 이란을 둘러싼 소식들이 다시 요동쳤다.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테헤란 거리의 공기가 묘하게 달라졌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 열기 속에는 단순한 분노 이상의 복합적인 신호가 있었다.

 

이란의 시위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2017년의 경제 시위, 2019년의 유가 시위, 2022년 마사 아미니 사망 이후의 거리 저항.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움직임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점이 있다. 상인들이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상인들이 거리로 나온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이란의 바자르(시장)는 단순한 거래 공간이 아니다. 1979년 이란 혁명의 불씨도 바로 이 상인들의 조직적인 참여에서 시작됐다. 그들이 다시 철시하고 거리로 나섰다는 건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경제층’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평소 정치적 발언을 피하고, 혼란을 싫어하는 집단이다. 그런데 지금은 환율 폭등과 물가 상승, 폐업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까지 몰려 있다.
한때 3만리알이던 환율은 이제 145만리알까지 치솟았다. 인플레이션은 50%를 넘었다. 장사를 해도 남는 게 없으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자연스럽게 거리의 구호가 된 셈이다.

 

영상 속 ‘시위 장면’을 믿기 어려운 이유

SNS에는 ‘정부 퇴진’을 외치는 영상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그중 상당수가 ‘조작된 음성 덧입히기’로 확인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동일한 장면에 다른 구호를 입혀 마치 왕당파나 친서방 세력이 주도하는 듯 꾸민 영상들이 퍼지면서, 오히려 진짜 시위대가 곤란해지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영상은 오히려 역공의 빌미가 된다”는 경계심이 커졌다. 그만큼 정보의 혼탁함이 극심한 시기다.

 

1월 3일, 이란이 긴장하는 날

이란 사람들에게 1월 3일은 단순한 날짜가 아니다.
2020년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국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의 ‘순교일’이다.
올해는 그 날이 마침 시아파의 성인 ‘이맘 알리’의 생일과 겹친다. 정부는 이 날을 대대적인 ‘애도 행사’로 준비하고 있지만, 시위대 역시 이 날짜를 ‘집결의 신호’로 보고 있다.
종교 행사와 정치 시위가 맞물리는 시점. 이란 정부에게는 피하고 싶은 변수일 것이다.

 

바시즈 민병대의 그림자

이란의 거리 치안은 경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바시즈(Basij)’라 불리는 민병대가 별도로 움직인다. 이들은 군 복무 전후의 남성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조직으로, 전국에 수백만 명이 존재한다.
시위가 격화되면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마다 진압에 나선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한 보조 세력이 아니라, 체제 유지의 상징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경찰보다 민병대를 더 두려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란 내부의 긴장은 경제에서 시작된다

이란의 불안은 결국 경제다. 국제 제재로 인해 달러 거래가 막히고, 의약품조차 수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핵개발을 막기 위한 제재라지만, 결과적으로는 민생이 먼저 타격을 받았다.
환율 급등과 수입품 품귀, 병원 약품 부족이 일상화되자 ‘정부가 아니라 제재가 문제’라고 말하던 이들도 점점 비판의 화살을 안쪽으로 돌리고 있다.
정부가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현실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시위는 혁명일까, 개혁일까

이란 정세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갈래다.
지금의 움직임을 ‘체제 붕괴’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내부에서는 오히려 ‘개혁 요구의 폭발’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권이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시민들의 목소리가 경제 정책과 사회 규제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그게 진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다시 불붙은 중동의 판

이란의 상황은 주변국에도 긴장을 전한다. 예멘, 사우디, UAE, 시리아, 그리고 이스라엘까지 서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란이 불안정해질수록,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또 다른 계산에 들어간다.
이스라엘은 내부적으로 조기 선거를 준비 중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외교적 ‘그림’을 짜고 있다.
사우디는 남부 국경의 예멘 반군 움직임을 주시하며 공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복잡한 판 속에서, 이란의 불안은 단지 국내 문제가 아니라 중동 전역의 ‘불균형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마무리하며

이란의 시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월 3일 이후의 거리 풍경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에 따라, 이란 사회의 다음 페이지가 결정될 것이다.
다만 확실한 건 있다. 상인들이 문을 닫고,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온 순간부터 이 사안은 단순한 ‘소요’가 아니라 사회적 균열의 징후가 되었다는 점이다.
누구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이란의 겨울은 이제 단순히 추운 계절이 아니다.
어떤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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