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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일본 총리의 독도 망언, 그 이면엔 ‘다카이치 사나에’의 정치가 있었다

by 코스티COSTI 2025. 12. 16.

한일 관계가 오랜만에 나쁘지 않던 시점이었다. 여행길이 열리고, 정상회담도 무난히 치러지며 양국 분위기가 조금씩 풀려가는 듯했는데, 뜻밖에도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발언했다. 한국 언론은 ‘망언’이라며 크게 다뤘고, 일본 언론은 의외로 조용했다. 그런데 정작 일본 내에서 화제가 된 건 발언 자체가 아니라, 한국 언론이 쓴 기사였다.

 

한국의 보도가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 포털에 실리자, 댓글이 수천 개 달렸다. “한국이 또 망언이라 부르네.” “당연한 말을 했다.” 이런 식의 반응이 많았다. 일본 내부 여론이 다시 끓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언론의 번역 기사 덕분이었다.

 

뜬금없는 발언의 배경에는 ‘시마네’가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말실수’로 보였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발언은 일본 국회의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나왔다. 본래 민생 예산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갑자기 독도 이야기가 등장했다. 그 질문을 던진 사람은 시마네현 출신 자민당 의원이었다. 시마네는 일본 정부가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자기 땅이라고 주장할 때마다 근거로 내세우는 지역이다.

 

이 지역의 국회의원이 총리에게 “독도 문제에 단호히 대응해달라”고 질문했고, 사나에 총리는 “단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미 짜여진 순서였다. 같은 당 의원이 던진 질문에, 총리가 ‘예상된 답변’을 하는 형식. 하지만 이런 발언은 곧바로 뉴스가 되고, 지역구엔 ‘총리가 우리 현의 입장을 챙겨줬다’는 정치적 효과가 돌아간다.

 

시마네현의 생존 전략, 그리고 독도 카드

그 시마네현이 요즘 어떤 상황이냐면, 인구가 60만 명 아래로 떨어진 지방이다. 대기업도 거의 없고, 젊은층이 빠져나가며 노년층만 남았다. 일본 내에서도 ‘쇠퇴 지역’으로 꼽힌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은 의석도 줄게 된다. 시마네 입장에서는 위기다. 국회의원이 줄면, 정부 예산과 영향력도 사라진다.

 

그래서 등장한 카드가 ‘독도’였다.
시마네는 독도 문제를 통해 “우리 지역은 국경 지역이다. 국가 안보상 중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우려 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 지원을 유지할 수 있다. 그 지역 출신 의원이 총리에게 독도 이야기를 꺼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사나에 총리의 발언은 외교보다 내부 정치용 발언이었다.

 

사나에 총리의 성향이 만든 강경 발언

사나에 총리의 성향도 한몫했다. 이전 일본 총리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외교적으로 신중히 대응하겠다”며 회피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질문이 오면 즉석에서 강경한 답을 던진다. 대만 사태와 관련해서도 “그건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다”라고 말해 중국을 자극한 적이 있다. 심지어 그 답변은 내각부가 미리 준비한 공식 입장이 아니었다. 즉흥적인 발언이었다.

 

그런데 일본 내에서는 오히려 그런 직설적인 태도가 인기를 얻고 있다. 물가 상승, 임금 정체로 불만이 쌓인 시민들이 ‘할 말은 하는 총리’를 지지하는 것이다. 외교적으로는 위험하지만, 내부 정치에서는 강한 리더로 비친다.

 

이번 발언의 진짜 이유

이번 독도 발언도 같은 흐름이다.
냉정하게 보면 일본이 지금 한국과 불필요하게 각을 세울 이유는 없다. 중국·러시아와 마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관계는 유지하는 게 이익이다. 그럼에도 이런 발언을 한 건, 대내적 메시지 때문이다.
“나는 굴복하지 않는 총리다.”
이 한 줄이 일본 내 지지율을 붙잡아 준다.

 

결국 독도 망언의 배경에는 세 가지 층위가 겹쳐 있다.

  • 지방 정치: 시마네현의 생존 전략
  • 여당 정치: 자민당 내부의 결속 과시
  • 총리 개인: 강경 이미지로 얻는 지지율

이 셋이 맞물리면서,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독도’가 다시 국회에 등장한 것이다.

 

결국엔 정치였다

한일 관계는 여전히 복잡하다. 예전처럼 거칠게 싸우진 않지만, 이렇게 정치적 타이밍마다 독도가 등장한다. 일본 내부에서는 표를 위한 카드로, 한국에서는 자존심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사진으로 보면 단지 조용한 바위섬일 뿐인데, 이 작은 섬 하나가 정치인들의 입속에서 몇 번이고 이용된다. 결국 이번 발언도 외교가 아니라 정치의 언어였다.

 

돌아보면 결론은 하나다.
내부의 불안을 외부로 돌리는 순간, 그 말은 진심이 아니라 계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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