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삼겹살을 삶으면 맛이 덜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고기는 분명 좋은데, 어디선가 잡내가 남거나 질감이 퍼석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최근 시장통에서 보던 그 쫀득한 수육을 집에서도 그대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핵심은 간단했다. 물을 붓지 않는 것. 오직 채소의 수분으로만 익히는 ‘무수분 통삼겹 수육’이었다.
이 방법은 실제로 오래된 시장 수육집에서 자주 쓰는 방식이라고 한다. 물을 넣지 않기 때문에 고기 향이 희석되지 않고, 채소의 단맛이 자연스럽게 배어든다. 무엇보다 ‘삶는다’기보다 ‘찌는 듯 익히는’ 과정이라 육즙이 고스란히 남는다.
채소로 바닥을 깔 때가 제일 중요하다
양파 두 개를 1cm 정도 두께로 썰어 냄비 바닥을 빈틈없이 덮는다. 너무 얇으면 타고, 너무 두꺼우면 채수의 양이 부족해진다.
그 위에 대파를 큼직하게 썰어 올리고, 사과나 배를 넙적하게 썰어 추가한다. 이 세 가지가 고기 밑에서 ‘수분 폭탄’ 역할을 하며 고기를 천천히 익혀 준다. 배를 넣으면 단맛이 부드럽게 감돌고, 사과를 넣으면 향이 좀 더 산뜻하게 변한다.
고기 밑간은 단순하지만 꽤 강력하다. 된장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미림 2큰술을 섞어 고기 겉면에 꼼꼼히 펴 바른다. 이때 손으로 직접 문질러 주듯 바르면 훨씬 균일하게 스며든다.
고기가 익을 때 된장의 색이 겉을 은은하게 갈색으로 감싸주기 때문에, 나중에 썰어 냈을 때 시각적인 식욕도 확 살아난다.
냄비 쌓는 순서가 맛을 결정한다
바닥에는 양파, 중간에는 대파와 배, 위에는 된장 바른 삼겹살을 올린다. 지방층이 위로 향하게 놓으면 기름이 녹아내리며 고기를 감싸 준다. 마지막으로 월계수잎 3~4장, 통후추 약간, 소주 100ml 정도를 둘러 마무리한다. 소주는 잡내를 날리고 고기의 결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이 상태에서 뚜껑을 닫고 약불로 1시간 정도 익힌다. 중간에 뚜껑을 열면 내부 증기가 빠져서 채수의 순환이 끊기므로, 절대 열지 않는다. 약불을 유지하면 채소에서 나온 수분이 서서히 증기로 변하면서 고기를 부드럽게 익히게 된다. 냄비 안에서는 물이 따로 없는데도, 40분쯤 지나면 자연스럽게 채소에서 나온 육즙이 밑에 가득 고인다.
마지막 뜸이 진짜 고기를 완성한다
불을 끄고 나서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이 과정이 지나야 육즙이 다시 고기 안으로 스며든다. 너무 뜨거울 때 썰면 결이 부서지기 때문에, 약간 식힌 뒤 도톰하게 썬다. 썰 때마다 칼끝에서 느껴지는 탄력감이 다르다.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럽게 풀리는 느낌, 바로 시장 수육 특유의 식감이다.
사진으로 보면 이게 ‘삶은 고기’ 맞나 싶을 정도로 윤기가 흐른다. 물로 삶은 수육에서는 보기 힘든 색감이다. 된장 덕분에 갈색빛이 은은하게 돌고, 고기 단면에서 육즙이 번진다.
정리하자면, 이 무수분 통삼겹 수육의 포인트는 세 가지다
- 첫째, 물 대신 채소로 수분을 만든다.
- 둘째, 된장과 미림으로 고기의 잡내와 색을 동시에 잡는다.
- 셋째, 약불로 오랜 시간 익히되 중간에 뚜껑을 절대 열지 않는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식당에서 파는 듯한 쫀득한 식감이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나는 이날 배를 넣어 봤는데, 사과로 할 때보다 단맛이 훨씬 깊었다. 대신 사과는 좀 더 향긋하고 부드럽게 마무리되는 느낌이라, 개인 취향에 따라 달리 써보면 좋겠다. 수육을 썰어 냈을 때 냄비 안에 남은 채수는 그대로 소스 베이스로 활용해도 괜찮다. 간장, 다진 마늘, 들기름 한 방울만 더해주면 훌륭한 수육 찍어먹는 소스가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너무 센 불로 빨리 익히려 하지 않는 것이다. 채소 수분만으로 익히는 조리법이라, 중간에 불 세기를 높이면 밑이 탈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은근한 약불’이 가장 중요하다.
식어도 부드럽게 남는 무수분 수육의 매력
이 방식으로 익힌 고기는 식어도 질기지 않다. 냉장고에 두었다가 다음날 데워 먹어도 여전히 부드럽고 윤기가 살아 있다. 남은 고기는 얇게 썰어 김치찌개에 넣으면 깊은 감칠맛이 올라온다.
고기를 삶으면서 불 앞에 오래 서 있어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그만큼 결과가 다르다. 주말 저녁, 따끈한 밥 한 공기와 이 수육 한 점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물을 대신한 시간의 맛, 무수분 통삼겹의 결말
물이 아닌 채소로 익히는 통삼겹 수육은 ‘기교’보다 ‘시간’이 만든 맛이다. 불 조절 하나로 삶은 듯, 찐 듯, 구운 듯한 독특한 질감이 완성된다. 삶은 수육이 늘 밍밍하게 느껴졌다면, 이번에는 꼭 이 방식으로 시도해 보길 권한다. 한입 베어물면 “이게 수육 맞나?” 싶은 놀라움이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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