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집 한 채 가격이 10억원을 넘는 시대이다. 서울뿐 아니라 뉴욕,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에서는 100만달러가 기본이라는 이야기도 낯설지 않다. 그런 흐름 속에서 약 7,759달러, 우리 돈으로 1,000만원 남짓한 초소형 주택이 등장했다는 소식은 당연히 눈길을 끈다. 그것도 전기차 기업으로 알려진 테슬라에서 말이다.
나는 과거 공인중개사로 일한 적이 있어 집값 구조를 꽤 오래 들여다봤다. 그래서 이런 뉴스가 나오면 단순한 화제가 아니라 “이게 실제로 시장을 건드릴 수 있는가”를 먼저 보게 된다.
1. 왜 지금 ‘작은 집’이 다시 거론되는가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토지비, 인건비, 금융비용, 각종 규제 비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실제로 건축 자재 값보다 행정과 금융 비용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1) 집값의 상당 부분은 땅과 금융에서 결정된다
① 땅값이 구조를 좌우하는 현실
- 대도시에서는 토지 가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 같은 구조의 집이라도 위치에 따라 가격 차이가 수억원 이상 벌어진다.
- 결국 ‘집’이 아니라 ‘입지’에 돈을 내는 구조이다.
② 금융 시스템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식
- 장기 대출이 기본이 되면서 수십년 이자를 부담한다.
- 금리 1% 차이로 총 상환액이 크게 달라진다.
- 구매자는 집을 사는 동시에 금융 상품을 함께 사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3년 발표한 글로벌 주택 보고서에서도 주요 국가의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금융 완화 정책과 토지 공급 제약을 핵심 요소로 언급한 바 있다. 단순히 자재 값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라는 의미이다.
이 지점에서 테슬라의 접근은 다르다. 집을 부동산이 아니라 ‘제품’으로 본다는 점이다.
2. 공장에서 찍어내는 집이라는 발상
전통적인 건축은 현장에서 오랜 시간 작업한다. 반면 이번에 공개된 개념은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놓고 현장에서는 연결만 하는 구조이다.
(1) 자동차처럼 생산하는 방식이 가능할까
① 미리 완성된 내부 구조
- 전기 배선과 배관을 공장에서 사전 설치
- 단열, 환기 시스템을 모듈화
- 현장에서는 기초 위에 올리고 연결만 진행
② 재료 선택의 차별화
- 강화 강철과 복합 패널 중심 구조
- EPS 단열재 적용으로 에너지 효율 고려
- 가볍지만 이동 가능한 구조 설계
나는 예전에 중국에서 소형 제품을 수입해 온라인 판매를 해본 적이 있다. 그때 느낀 것은 대량 생산이 되면 가격은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간다는 사실이다. 자동차도, 스마트폰도 그랬다. 집 역시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면 가격 구조는 바뀔 수 있다.
3. 280제곱피트 공간, 실제로 살 수 있을까
약 280~375제곱피트라면 8~10평 남짓이다. 숫자만 보면 답답해 보이지만, 내부 설계를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1) 공간을 나누는 대신 접는다
① 머피 침대와 가변형 거실
- 침대를 벽 안으로 넣으면 거실이 넓어진다.
- 작업 공간과 휴식 공간을 시간대별로 전환 가능하다.
- 불필요한 가구를 최소화한다.
② 전기 중심의 주방 시스템
- 인덕션과 전기 오븐 사용
- 소형 식기 세척기 포함
- 정수 시스템 내장
(2) 에너지 독립이라는 매력
① 태양광과 배터리 조합
- 지붕형 태양광 패널
- 자체 배터리 저장 시스템
- 앱으로 전력 사용량 확인 가능
② 물과 폐기물 관리
- 빗물 수집 시스템
- 회색수 재활용 구조
- 자동화된 폐기물 처리 설계
도심 한복판이 아니라면, 전기와 물이 어느 정도 자립된다면 선택지는 넓어진다. 캠핑카와는 다르게 고정형이면서도 이동 가능한 중간 지점에 있다.
4. 이것이 부동산 시장을 흔들 수 있을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이 모델이 대량 생산되어 전 세계로 공급된다면 기존 시장은 어떻게 될까.
(1)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
① 대출 부담 감소
- 초기 비용이 낮으면 장기 대출이 줄어든다.
- 청년층이나 1인가구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② 확장 가능한 구조
- 기본 유닛 1개에서 시작
- 필요하면 추가 연결
- 철거 없이 확장 가능
(2) 현실적인 장벽
① 각국의 건축 규제
- 용도지역 제한
- 최소 면적 기준
- 전기·수도 인허가 문제
② 토지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 집이 저렴해도 땅은 별도이다.
- 도심에서는 토지 가격이 여전히 높다.
- 결국 입지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나는 부동산을 다뤄본 경험상, 규제가 가장 큰 변수라고 본다. 제품은 만들 수 있지만 제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이 모델이 성공하려면 도시 외곽, 농촌, 또는 규제가 비교적 유연한 지역부터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5. 화성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유
이 모델이 단순한 소형 주택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이동성과 자립성 때문이다. 에너지 생산, 물 관리, 모듈 확장 구조는 외부 인프라가 부족한 환경에서 유리하다.
우주 정착이라는 거대한 목표와 연결 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재난 지역 임시 주택, 원격 근무자, 세컨드 하우스 시장에서 먼저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치며
집은 오랫동안 부의 상징이었고, 동시에 빚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집을 ‘제품’으로 바라보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모든 사람이 8~10평 공간에서 살 수는 없겠지만,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만약 이 모델이 실제로 대량 생산되고 각국 규제를 통과한다면, 첫 집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계산법은 달라질 것이다. 큰 집을 목표로 무리하는 대신,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집을 투자 대상으로 볼 것인지, 생활 도구로 볼 것인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지금 집을 고민하고 있다면, 크기보다 구조와 비용을 먼저 따져보는 시각도 한 번쯤은 가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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