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K팝 아티스트 로제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탈퇴는 단순한 개인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글로벌로 이동하는 음악 수익 구조와 국내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드러낸다.
1. 왜 로제는 한국 저작권 협회를 탈퇴했을까?
(1) 수익 정산의 복잡성과 이중 수수료 문제
로제는 글로벌 히트곡 ‘아파트’를 통해 막대한 스트리밍 수익을 올렸다. 단일 곡 스트리밍 수익만 13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익은 음원 유통을 통한 총 매출이지, 창작자에게 직접 돌아오는 저작권 수익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음악 저작권 수익이 협회 위탁 정산 체계를 통해 이뤄진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일일이 정산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글로벌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 정산 지연과 수수료 중복 문제가 생긴다.
(2) 글로벌 전략에 따른 저작권 관리 이관
로제는 국내 그룹 활동은 YG 계열, 해외 활동은 미국의 애틀랜틱 레코드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는 미국 레이블에서 발매됐고, 로제는 미국 저작권 협회와 직접 정산 중이다. 한국 협회에 이중 등록할 경우, 양쪽 수수료를 동시에 납부해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이는 글로벌 아티스트에게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3) 탈퇴해도 한국 수익은 받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로제가 한국 협회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국내 수익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저작권은 관리 기관을 통해 위탁하는 것일 뿐, 수익 발생 자체와는 별개다. 로제 측이 미국 소속사를 통해 정산하면, 국내 발생 수익도 받을 수 있다.
2. 음원 수익과 저작권 수익, 뭐가 다른가?
✅ 헷갈리기 쉬운 수익 구조 정리
구분 | 내용 | 수익 주체 |
---|---|---|
음원 수익 | 유통·판매로 발생한 총 매출 | 유통사, 제작사, 플랫폼 |
저작권 수익 | 작사·작곡·편곡자에게 돌아가는 수익 | 창작자, 실연자 |
실연자 수익 |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돌아가는 권리료 | 가수 |
- 음원 수익은 보통 유통사와 제작사가 60~70%를 차지하고, 플랫폼은 약 30%를 가져간다.
- 저작권 수익은 협회를 통해 작사·작곡가 등에게 배분되며, 통상 전체 수익의 10~15% 수준이다.
- 실연자 수익은 가수가 직접 저작에 참여하지 않아도 일정 부분 받지만, 그 비율은 낮다.
3. 한국 음악 산업 수익 구조의 문제점
(1) 아티스트 몫이 적다
2023년 기준, 국내 스트리밍 수익 중 플랫폼이 35%, 유통사·제작사가 48.3%, 창작자 전체는 약 10.5%만 배분받는다. 즉, 가수나 작곡가가 전체 수익에서 받는 몫은 15%도 안 된다.
(2) 정산까지 시간 오래 걸린다
한국은 유통사와 제작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정산이 단계별로 나뉘고 그로 인해 투명성 부족 문제가 있다. 반면 글로벌 플랫폼은 실시간 스트리밍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산 주기를 자동화하고 있다.
(3) 투명하지 않은 유통·제작 구조
한국은 제작사와 유통사가 한 회사인 경우가 많아, 실제로 누가 얼마를 가져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는 아티스트 입장에서 불만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4. 스트리밍 시장은 커지는데, 왜 수익은 적을까?
✅ 국내외 스트리밍 구조 비교
구분 | 스트리밍 비율 | 창작자 수익 배분률 |
---|---|---|
한국 | 전체 수익의 35% | 약 10.5% |
미국 | 12.3% | 12.3% |
영국 | 16% | 16% |
독일 | 15% | 15% |
스트리밍은 200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하며 디지털 음악 산업의 핵심이 됐다. 국내 시장만 봐도 2019년 9,500억 원에서 2023년 1조8,000억 원 규모로 거의 두 배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만으로 외제차 한 대 값 번다는 말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창작자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5~7원 수준이며, 수십억 스트리밍이 있어야 눈에 띄는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5. 중국 자본 확대, 기회일까 리스크일까?
(1) 중국 기업의 지분 확대
텐센트 뮤직은 SM의 2대 주주로 등극했고, YG·카카오·JYP와도 지분 협약을 맺고 있다. 알리바바도 SM 지분을 일부 보유 중이다. 즉, 중국 자본은 이미 국내 주요 기획사의 핵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 협력이냐, 종속이냐
일부에서는 이를 단순 투자로 보기도 하고, 다른 일부는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한 필수적 관계로 해석한다. 특히 텐센트 뮤직과 협력 없이 중국 시장에서 유통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6. 국내 플랫폼과 정부의 대응 전략
(1) 플랫폼 보호 정책
정부는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정산 기준을 변경했다. 인결제 수수료를 제외하고 저작권료를 계산하도록 하여, 플랫폼 수익은 늘지만 저작권자는 다소 손해를 본다.
(2)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
멜론, 지니뮤직 등은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밀리고 있다. 이들 글로벌 플랫폼은 자체 정산 시스템, 실시간 데이터 분석, 직접 대시보드 제공 등으로 창작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3) 자체 플랫폼을 통한 대응
하이브의 위버스, SM의 버블 등 자체 플랫폼을 통해 팬과 직접 연결하면서, 수익을 기업 내부에서 정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는 광고·굿즈 등 부가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치며
로제의 저작권 협회 탈퇴는 단지 한 아티스트의 선택을 넘어, K팝 산업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이다. 아티스트가 정당한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한, 한국 음악 생태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국내 플랫폼과 산업 구조가 글로벌 기준에 맞춰 변화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아티스트들이 해외로 활동 기반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아티스트와 플랫폼, 팬과의 연결 구조를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정산 투명성과 수익 구조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K팝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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