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2025년 국방예산에서 905억 원이 삭감되며, 공격헬기 AH-64E 아파치 2차 도입 사업이 백지화됐다. 하지만 이를 드론이 아파치를 대체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현실과 다르다. 지금의 전장 환경과 미래 전력 구상 사이에는 아직 큰 간극이 존재한다.
1. 아파치 도입 중단,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가격 문제와 생존성 논란이 겹쳤다.
지난 몇 년간 군 내부에서 아파치 2차 도입은 지속적으로 검토되어 왔다. 2017년 36대를 도입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차 사업에는 3조 3,00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하지만 보잉이 실제 협상에서 제시한 가격은 약 4조 6,655억 원. 무려 1조 3,000억 원 초과였다.
이쯤 되면 사업 자체가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국회 동의 없이는 추가 예산 편성도 어려웠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본 세계 각국은 공격 헬기의 생존성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대공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의해 수많은 헬기들이 격추된 장면들이 그 근거였다.
2. 드론으로 아파치를 대체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 운용 시간과 날씨 문제: 대부분의 드론은 악천후에 취약하다. 비, 안개, 눈 등에서 탐지와 정밀조준이 어렵다.
- 작전 반경의 한계: 소형 드론의 경우, 비행 시간 2시간 30분 내외. 장시간 작전은 불가능하다.
- 전자전 취약성: GPS 교란이나 전자파 공격에 노출되면 쉽게 무력화된다.
- 관측 범위 부족: 특히 산악지형에서는 매복된 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 미국의 MQ-1C 그레이 이글 한 대의 도입 단가는 약 294억 원.
- 장거리 작전이 가능하지만, 활주로 조건이 까다롭고 대공무기에 취약하다.
내가 이 부분을 주의 깊게 본 이유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실제 전장에서의 신뢰성과 운용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공격 드론이 아무리 많이 배치된다고 해도, 아파치와 같은 정예 전력의 빈자리를 단기간에 채우긴 어렵다는 것을 직접 실전 분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3. 미국은 왜 여전히 아파치를 유지할까?
공격 헬기의 포기가 아닌 진화다.
미군은 아파치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전면적인 퇴역은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차세대 장거리 고속 공격헬기 FLRAA(V-280)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AH-64E V6 업그레이드 사업도 병행 중이다.
- 레이더 탐지거리 2배 증가 (8km → 16km)
- 링크16 통신 도입으로 공군·지상군과의 통합작전 가능
- 디지털 지도 및 입체 지형 분석 탑재
- 신형 미사일 AGM-179 장착 (사거리 8km → 16km)
한마디로 생존성과 타격 능력을 동시에 높이고 있는 중이다.
4. 우리 지형에서는 어떤 전략이 유리할까?
한반도의 산악 지형은 드론보단 아파치에 유리하다.
우크라이나는 광활한 평원이 주 전장이지만, 한반도는 산과 계곡이 복잡한 지형이다. 아파치는 초저고도 30m 이하로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매복된 적에게 노출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이와 달리 드론은 지형 제약과 전자전 공격, 짧은 비행 시간 등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실제 영국 RUSI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된 드론의 60~80%가 임무 실패를 겪었다고 한다. 이는 드론이 아직 ‘완성된 전력’은 아니라는 증거다.
5. 그렇다면 아파치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중고 아파치 도입, 국산 상륙 공격 헬기 등이 있다.
- 미군이 퇴역시키는 AH-64D 중고 기체 도입 후 개량
- 비교적 빠르게 전력 확보 가능
- 비용 부담 상대적으로 낮음
- 국내에서 개발 중인 ‘상륙 공격 헬기’
- 가격은 아파치의 절반 수준
- 기동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방어력과 화력은 유사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중고 아파치 도입을 통한 시간 벌기다. 상륙 공격 헬기나 블록2 무인기가 실전 배치되기까지는 최소 5~10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6. 단순한 '드론 만능론'은 위험하다
전술 환경은 ‘단일 해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장에서 드론이 강력한 무기인 것은 맞지만, 기후, 지형, 전자전, 적의 전력 구조에 따라 성능은 달라진다. 게다가 한국은 북한이라는 고정된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전력을 검토하면서도 기존 검증된 전력의 공백은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실적인 대체 시기와 신뢰성 확보다.
마치며
공격 헬기와 드론은 '상호 보완'의 개념이지, 단순한 대체 관계가 아니다.
당장의 국방 예산 삭감은 필요했을지 몰라도, 전략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은 필수적이다. 중고 아파치 도입, 국산 상륙 공격 헬기 개발, 무인기 전력의 현실적 배치까지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첨단이란, 위험도 함께 수반한다. 그래서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되기 전까지, 기존 전력의 공백을 메울 현실적인 판단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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