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배추는 밭에서 500원인데 소비자는 5,000원에 산다. 정말 중간 유통이 다 먹는 걸까?
이 질문은 매번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마다 나오는 대표적인 분노의 표현이다. 그러나 ‘유통 폭리론’만으로는 문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한국 농산물 유통 구조는 훨씬 더 복잡하고, 변화 중이다.
1.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의 차이, 정말 유통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한 유통 마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나도 예전에는 농민은 헐값에 팔고, 유통업자는 폭리를 취하는 구조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유통비용과 각 단계의 역할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어떤 품목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걸까?
| 품목 | 평균 유통비용 비중 | 농가 수취 비율 | 주요 비용 발생 구간 |
|---|---|---|---|
| 쌀 | 약 30% | 70% | 건조, 저장, 도정 과정 등 ‘출하단계’ |
| 사과 | 약 50% | 50% | ‘도매단계’의 저장·선별·소분 |
| 노지 채소 (배추 등) | 60~70% | 30~40% | 출하, 운송, 노동 등 전반적 비용 집중 |
노지 채소가 가장 비용이 크고 가격 변동도 심하다. 나는 배추나 무 가격이 들쭉날쭉한 이유가 단순 기후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유통 구조도 이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배추처럼 부피가 큰 작물은 운송, 보관, 작업 인건비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 외국보다 유통비가 많은 걸까?
이건 어떤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유통비가 비싸다고 할 수 있을까?
이 부분도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다. 한국의 유통비 비율은 해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평균적인 수준이다.
🌍 해외와 비교하면 이런 모습이었다
| 국가 | 평균 유통비율 | 특징 |
|---|---|---|
| 한국 | 약 57% | 채소류는 70% 이상인 경우도 많음 |
| 일본 | 약 51% | 산지 농협이 조직화되어 있음 |
| 미국 | 약 65~75% | 유통업체 중심, 대형화 구조 |
| 프랑스 | 60%대 | 소매 유통 수익 구조가 강함 |
한국이 유독 비싸서가 아니라, 구조와 소비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3. 유통 단계를 줄이면 가격이 내려갈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 내가 처음엔 ‘중간 단계를 줄이면 가격이 떨어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유통 단계마다 필요성과 역할이 있었다.
🔍 각 단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 단계 | 역할 | 왜 생략이 어려운가 |
|---|---|---|
| 산지 유통 | 수확, 분류, 포장 | 영세 농가들이 직접하기 어려움 |
| 도매시장 | 저장, 분산, 경매 | 기후변동 시 재고 조절 기능 |
| 소매 | 소포장, 배송, 광고 | 소비자 편의 대응 필요 |
특히 도매시장의 ‘경매 중심 구조’는 가격 변동성의 핵심 요인이지만, 한편으론 신속한 거래와 물량 소화를 위한 기능도 한다. 도매 법인이 7% 수수료를 받는다고 해서 폭리를 취하는 건 아니다.
4. 소비자가 체감하는 비싼 가격, 다른 이유도 있다
이건 내가 직접 느낀 부분이다. 편리함에 돈을 내고 있었다.
요즘은 소포장, 새벽배송, 선세척 제품이 당연해졌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추가 비용이다. 나는 처음엔 ‘왜 1/4 단 배추가 3,000원이야?’ 했지만, 그게 바로 편의 서비스 비용이었다.
🛒 우리가 더 많이 지불하는 이유는 이랬다
- 새벽배송: 물류센터, 인건비, 배송 시스템 등 추가 비용 발생
- 소포장 상품: 1인 가구용 제품은 단가 상승 구조
- 정형화된 포장: 저장, 선별, 규격화 시설이 필요
즉, 우리가 편하게 살수록 농산물 가격은 더 비싸지는 구조였다.
5. 근본적인 병목: 산지의 조직력 부재
이건 왜 해결이 안 되는 걸까?
내가 보기엔 한국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산지 조직화 부족’이었다. 일본은 4,000개 농협을 600개로 통합하면서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을 높였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1,100여 개 농협이 산개된 구조다.
🧱 산지 조직화가 안 되면 생기는 문제들
- 물량 확보가 어려워 대형 유통과 협상력 약함
- 선별·저장·포장 시설이 분산돼 비효율 발생
- 농협이 중간 유통의 기능을 못함
결국 농민이 더 받을 수 없는 구조로 고착되는 셈이다.
6. 도매 기능이 축소되는 중, 그렇다고 더 싸지진 않는다
최근 트렌드는 산지→소매 직납이다. 나도 쿠팡, 네이버, 이마트몰 등에서 자주 주문하면서, “요즘은 중간 유통 안 거치고 직거래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도 가격은 낮아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매 수수료, 물류비용, 광고비가 오히려 더 비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쿠팡에 납품하려면:
- 소분, 선별, 라벨링, 포장 자동화 시설 필수
- 거래 수수료 20% 내외
- 즉시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연계
즉, 유통 단계는 줄었지만 비용은 결코 줄지 않았다.
7.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소비자 가격을 내리고, 농민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이쪽이다.
✅ 소비자 입장에서 가능한 구조 개선 방향
| 방향 | 이유 | 기대 효과 |
|---|---|---|
| 산지 유통 조직화 | 규모화 통해 물량 확보 | 유통 협상력 강화 |
| 농협 구조 개혁 | 역할 중복 최소화 | 효율적 출하·분배 가능 |
| 도매 신용 기능 강화 | 저장·가격 조절 역량 강화 | 변동성 완화 |
| 상대매매 도입 확대 | 경매 중심 구조 보완 | 사전 조율로 예측 가능성↑ |
중간 단계 ‘줄이기’가 아니라, ‘역할 재배치’와 ‘협상력 강화’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마치며
이제는 단순히 “유통업자들만 돈 번다”는 말로 문제를 덮을 수 없는 시대다. 산지, 도매, 소매 전 영역에서의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다루지 않으면 해답이 없다.
내가 추천하는 방향은 이렇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생산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를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농업 정책의 방향은 더 이상 단기 가격 안정이 아니라, 산지 규모화와 조직화에 집중되어야 한다.
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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