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이자카야 분위기 나는 ‘된장삼겹술찜’을 만들어 봤다
이 메뉴는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뭔가 낯설고 궁금했다. 삼겹살에 된장이라니, 익숙한 조합이지만 ‘술찜’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졌다. 막상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간단했고,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하지만 술안주로 내놓으면 분위기까지 달라진다.
냉장고에 남은 알배추 반통과 삼겹살 몇 줄, 그리고 청주 한 병만 있으면 준비는 절반 끝난 셈이다. 이 요리가 가진 매력은 ‘남은 재료로 폼 나게 차린 한 상’이라는 점이었다.
시작은 알배추 손질부터였다
그날은 이상하게 냉장고를 열었는데 알배추가 시들기 직전이었다. 이걸로 뭘 해먹을까 하다가 유튜브에서 보던 된장삼겹술찜이 떠올랐다. 배추는 심지를 잘라내고, 줄기 쪽은 한입 크기로 썰었다. 잎 부분은 너무 얇게 자르면 금세 숨이 죽어버리니 약간 도톰하게 썰어주는 게 좋다.
양파 반 개는 채 썰고, 청양고추는 얇게 송송 썰었다. 팽이버섯은 밑동만 잘라내고 그대로 준비. 이 네 가지가 오늘의 핵심 재료다.
편수 냄비에 양파를 가장 먼저 깔고 그 위로 배추–삼겹살–고추–버섯 순으로 한 겹 쌓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같은 순서로 한 겹 더. 꼭 ‘눕혀서 쌓는 밀푀유’ 느낌이다. 보기보다 꽤 든든해 보였다.
국물의 깊이를 만드는 비밀은 ‘술과 된장’이었다
술찜이라는 이름처럼 이 요리는 술의 향이 은근히 스며드는 게 포인트다. 물 1컵, 청주 1컵, 맛술 1/2컵을 볼에 넣고 된장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을 채반에 걸러 넣었다. 채에 한 번 걸러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찜 국물에 된장 알갱이가 둥둥 뜨면 보기가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집에 청주가 없다면 소주를 조금 넣고 그만큼 물을 더해도 된다. 다만 도수가 높은 술을 쓰면 향이 강하니 양 조절이 중요하다.
냄비를 센 불로 올려 양파 밑면이 살짝 노릇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 순간 양파 단내가 올라오며 주방이 가득 차는 순간이 온다. 김이 오르기 시작하면 준비해둔 된장 양념을 한 바퀴 돌리듯 부었다. 이때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술향이 퍼지는데, 그 향만으로도 이미 한잔이 당긴다.
뚜껑을 덮고 강불에서 2분, 중불로 줄여 5분 정도 더 끓인다. 이 과정에서 배추와 고기 사이사이에 된장 국물이 스며들며 자연스럽게 찜의 향이 완성된다.
찍어 먹는 양념장은 단맛과 새콤함의 균형
찜이 익는 동안 간단한 소스를 만든다. 물 1/2컵, 맛간장 1/2컵, 매실청 1/2컵을 기본으로 잡고, 여기에 다진 양파, 청·홍고추 한 개씩, 쪽파 다섯 줄기, 후추 약간을 섞는다.
맛간장은 진간장과 쯔유를 1:1로 섞으면 된다. 단맛과 감칠맛이 동시에 살아서 삼겹살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매실청이 없다면 설탕 반 큰술과 식초 약간으로 대체해도 비슷한 맛이 난다.
이 양념장은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두면 며칠간 사용할 수 있다. 고기 요리뿐 아니라 두부나 구운 버섯에도 잘 어울린다. 나는 다음 날 남은 소스를 오징어 볶음에 써봤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완성된 찜을 꺼내는 순간, 그 향이 다 했다
뚜껑을 열자 배추가 숨이 죽으면서 국물 위로 살짝 떠올랐다. 알코올이 거의 날아가고 된장의 구수한 향만 남았다. 삼겹살은 부드럽게 익었고, 배추는 국물맛을 머금어 촉촉했다.
그릇에 조심히 덜어내고 쪽파를 솔솔 올리면 보기에도 제법 그럴듯하다. 한 입 먹으면 배추의 단맛, 된장의 구수함, 삼겹살의 고소함이 동시에 올라온다. 삼합처럼 따로 놀지 않고 입 안에서 잘 섞인다.
냉장고 속 자투리 재료로 이런 조합이 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사실 이렇게 간단한데도 ‘집에서 요리했다’는 느낌이 제대로 난다.
다음 번에는 조금 다르게 해볼 생각이다
이번엔 삼겹살을 사용했지만, 목살로 바꿔도 좋을 것 같다. 조금 도톰하게 썰면 식감이 달라진다. 청양고추 대신 깻잎을 넣으면 향이 은근히 올라오고, 팽이버섯 대신 느타리나 표고를 넣으면 훨씬 깊은 맛이 난다.
내 경험상 이 요리는 ‘대충 만들어도 실패하기 어렵다’. 술향이 잡내를 지워주고 된장이 간을 정리해 주기 때문이다. 냉장고 정리용으로도, 손님 초대용으로도 나쁘지 않다.
이 요리를 하고 나서 이상하게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재료비는 8,000원대였지만, 그 냄새와 맛은 훨씬 비쌌다. 결국 요리라는 건 손이 아니라 마음이 만드는 거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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