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오락실에서 들리던 게임 음악만 들어도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철권, 리지 레이서, 메탈슬러그 같은 타이틀은 그때의 공기까지 떠올리게 만든다. 요즘은 그런 게임들을 다시 즐기기 위해 복잡한 세팅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작은 미니PC 하나면 충분했다. 이번엔 N100 미니PC에 바토세라(Batocera) OS를 설치해 직접 에뮬게임기로 만들어봤다.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N100은 전력 효율 위주의 CPU라, 고사양 게임은 무리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설치를 마치고 실행해 보니 꽤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
플스1 게임은 거의 완벽했다
처음 돌려본 건 1995년 플스1 버전의 철권3였다. 이 게임을 60프레임으로 돌리는 데 아무 문제도 없었다. 리지 레이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작감이 가볍고 그래픽은 단순하지만, 오락실 감성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CPU 점유율도 높지 않았고, 프레임 드랍은 한 번도 없었다. 플스1 세대의 게임들은 N100 미니PC에서 전혀 무리 없이 돌아간다.
플스2 세대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가드 오브 워2나 그라디우스5 같은 타이틀은 그래픽이 훨씬 복잡하지만 여전히 안정적이었다. 60프레임을 유지했고, 액션이나 슈팅 장면에서도 버벅임이 거의 없었다. 메탈 슬러그 같은 2D 게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풀HD로 돌린 PSP 게임, 의외의 쾌적함
PSP는 그래픽과 해상도가 한 단계 올라간 세대라, 성능 차이가 더 뚜렷하다. 철권6, 가드 오브 워 올림푸스 체인 같은 게임을 풀HD로 돌렸는데, 프레임 저하 없이 깔끔하게 구동됐다. 화면이 커지니까 오히려 오락실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집에서 아이들과 메탈 슬러그를 함께 했는데, 도트 그래픽 덕분에 ‘추억의 게임’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2009년에 출시된 그란투리스모도 테스트해봤다. 레이싱 휠 없이 키보드로 조작했지만 부드럽게 잘 돌아갔다. N100 미니PC의 내장 그래픽만으로 이 정도라면, 가벼운 레이싱 게임 정도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플스3부터는 한계가 보였다
바이오하자드5를 돌려봤을 때는 확실히 프레임이 떨어졌다. 평균 10프레임 수준이라 플레이가 어렵다. 사운드도 끊기고 그래픽이 깨지는 현상이 생겼다. 체감상 N100의 한계는 플스2~PSP 세대까지였다. 그 이상은 그래픽 카드가 추가되지 않는 한 힘들어 보인다.
설치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바토세라 설치는 크게 어렵지 않다. 공식 사이트에서 데스크톱용 이미지를 내려받고, ‘Balena Etcher’ 프로그램으로 USB에 굽는다. 이후 미니PC의 BIOS에서 부팅 순서를 USB로 바꾸면 된다.
처음엔 USB로만 실행할 수도 있지만, 속도와 안정성을 위해 내부 SSD에 설치하는 게 좋다. 설치가 끝나면 USB를 빼고 재부팅하면 자동으로 바토세라가 실행된다.
초기 설정에서는 패드 인식부터 언어 설정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나는 Xbox 패드를 블루투스로 연결했는데 바로 인식됐다. 플스용 패드를 사용하는 경우엔 유선으로 연결하면 더 안정적이다.
게임 구동을 위한 준비, 바이오스와 롬 파일
바토세라를 설치했다고 바로 게임이 돌아가진 않는다. 각 기종별 ‘바이오스 파일’과 ‘롬 파일’을 추가해야 한다.
공유 폴더를 열면 bios와 roms 폴더가 보이는데, 여기에 파일을 넣어주면 된다.
바이오스는 기기마다 MD5 해시값이 다르기 때문에, 설치 메뉴에서 ‘미싱 바이오스 체크’를 눌러 확인할 수 있다. 누락된 파일이 있으면 구글에서 MD5 값을 비교해 동일한 파일을 추가하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개인적인 사용은 문제없지만 게임 롬 파일이나 바이오스를 인터넷에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이다.
테마와 언어까지 취향에 맞게
기본 테마는 단순한 파란색 배경인데, 메뉴에서 다양한 테마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복고풍 콘솔 UI나 현대식 디자인까지 선택지가 많다.
언어도 한글로 변경할 수 있어,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세팅을 마칠 수 있었다.
결국엔 ‘작은 오락실 하나가 내 책상 위에’
N100 미니PC는 전력 소모도 적고 소음도 거의 없다. 24시간 켜두는 홈서버용으로도 좋지만, 이렇게 에뮬 게임기로 쓰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플스2와 PSP 게임을 부드럽게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 1박 2일 여행용으로 들고 가서 호텔 TV에 연결해도 좋을 것 같다.
결국엔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어릴 적 오락실 감성을, 손끝으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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