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늘 ‘묶음 판매’로 논란이 많았던 구글이, 그것도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를 ‘스스로’ 바꾸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여전히 광고 제거만 가능한 ‘라이트 요금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한국만 예외로 뒀다.
유튜브를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14,900원짜리 ‘유튜브 프리미엄 + 뮤직’ 결합 요금제. 사실상 끼워팔기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구글이 스스로 시정안을 내놓았다. 그 결과 새로 등장한 요금제가 바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다.
한국에서만 추가된 기능이 있다
이 ‘라이트’ 버전은 원래 광고 제거만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만은 백그라운드 재생과 오프라인 저장 기능까지 모두 포함됐다.
쉽게 말해, 출퇴근길에 음악처럼 틀어놓거나, 데이터 아끼려고 미리 영상을 저장해두는 기능이 생긴 것이다.
더 흥미로운 건 가격이다. 미국에서는 광고 제거만 되는 라이트 요금제가 월 7.99달러, 우리 돈으로 1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한국은 기능이 더 많은데도 8,500원이다. 기능이 늘었는데 가격은 오히려 싸졌다. 이건 확실히 구글다운 행보는 아니다.
상생 기금 300억원, 진짜 의도는 뭘까
요금제 개편과 동시에 구글은 또 다른 발표를 내놨다.
EBS와 손잡고 3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출연한다는 내용이었다. 4년 동안 음악 산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스페이스 공감’ 같은 음악 프로그램 제작에도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한국 음악 생태계 지원’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공정위의 시정 요구에 대한 일종의 ‘자진 상생안’이기도 하다. 제재를 받기 전에 스스로 풀어버린 셈이다.
가격 구조를 보면 전략이 보인다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는 안드로이드나 웹 결제 기준으로 8,500원, iOS에서는 10,900원으로 책정됐다.
아이폰 유저에게는 조금 불리하지만, 이건 애플의 수수료 구조 때문이라 구글만의 결정은 아니다.
흥미로운 건 구글이 이번 요금제의 가격을 최소 1년간 인상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렇게 ‘가격 동결’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드물다. 해외보다 혜택은 늘리고 가격은 내린 셈이니, 단순한 이용자 배려 이상으로 보인다. 시장 여론을 잠재우고, 공정위 조사 국면에서 이미지 리스크를 줄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했다.
가족 요금제는 여전히 빠져 있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많은 이용자들이 기대했던 가족 요금제는 이번에도 빠졌다. 혼자 쓰면 저렴하지만, 두세 명이 쓰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다만 구글이 라이트 버전을 한국에 맞게 조정한 만큼, 앞으로 가족형 요금제까지 추가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구글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착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결국엔 이런 판단으로 정리된다
구글이 이번에 보여준 행보는 단순히 ‘값을 내린’ 게 아니라, 시장의 반응을 빠르게 읽고 전략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한국 시장은 전 세계에서도 유튜브 이용 시간이 가장 긴 나라 중 하나다. 그만큼 여론의 방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변화는 ‘착해진 구글’이라기보다 ‘현명해진 구글’로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변화가 나쁘지 않다.
요금이 내려가고, 기능이 늘었고, 음악 산업 지원이라는 부수 효과까지 따라왔으니까.
결국엔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구글이 바뀐 게 아니라, 한국 시장이 그만큼 중요해진 거다.”
'리뷰 > 전자기기 사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중국 렌즈 호환 논란, 소니 A7V가 바꾼 이마운트 질서 (0) | 2025.12.10 |
|---|---|
| 아이폰 18, 드디어 펀치홀이 사라질까? 새로 바뀌는 디스플레이 변화 정리 (0) | 2025.12.10 |
| 집에서 추억의 철권과 메탈슬러그를, N100 미니PC 바토세라 세팅 경험담 (0) | 2025.12.10 |
| 옛날 오락실 게임이 그리울 때, 파이트케이드로 PC에서 다시 즐긴 방법 (0) | 2025.12.10 |
| 말 한마디로 모든 게 되는 갤럭시 AI 비서 제미나이 사용 후기 (1) | 2025.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