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렌즈 호환 논란, 소니 A7V가 바꾼 이마운트 질서

처음엔 단순한 렌즈 호환 이슈로 보였다.
하지만 소니 A7V와 중국 이마운트 렌즈의 충돌은 그 이상이었다.
사진을 찍는 방식보다, 카메라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 순간이었다.

 

단순 오류로 보기엔 이상했던 현상들

발단은 빌트록스 85mm F1.8 테스트였다.
A7V에 연결하자마자 오토포커스가 먹지 않고, 조리개 반응이 멈췄다. 심한 경우엔 카메라가 완전히 멈춰버렸다.
비슷한 증상은 용루, 세븐아티산 등 여러 중국 브랜드에서도 반복됐다. 이 정도면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였다.

 

이후 커뮤니티에는 “렌즈가 인식되지 않는다”, “셔터가 안 눌린다”는 글이 쏟아졌다.
결국 소니는 단 한 문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서드파티 렌즈와의 호환성은 보장하지 않는다.”
냉정하지만, 이 한 줄에 모든 답이 있었다.

 

비온즈 XR 마크2, 변화의 출발점

이번 세대의 핵심은 새로 들어간 비온즈 XR 마크2 프로세서다.
소니는 이 칩셋부터 통신 프로토콜을 완전히 새로 짰다.
렌즈와의 데이터 교환을 더 세밀하게 설계하면서, 비공식 규격으로 맞춰 쓰던 브랜드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시그마, 탐론, 토키나처럼 소니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은 회사들은 문제없이 작동한다.
그들은 소니로부터 AF 알고리즘과 통신 프로토콜을 정식으로 제공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트록스나 용루 같은 브랜드는 바디를 직접 분석해 ‘비슷하게’ 맞춰 쓰는 방식이었다.
그 한계가 이번 세대에서 드러난 셈이다.

 

단순 펌웨어로는 해결이 어려운 이유

빌트록스는 과거에도 소니 펌웨어가 바뀌면 빠르게 대응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곧 패치가 나올 거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비온즈 XR 마크2가 요구하는 통신 방식은 기존보다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레벨이다.
렌즈 펌웨어로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중국 브랜드 입장에선 새 칩셋 구조를 다시 분석하고, 통신 규약을 새로 맞춰야 한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일부 브랜드는 차라리 ‘신규 렌즈부터 새 프로토콜에 맞춘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더 복잡하다

이 문제는 단순히 “렌즈가 안 맞는다” 수준이 아니다.
특히 보급형 렌즈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성해온 사용자에게는 현실적인 타격이다.
기존에 쓰던 빌트록스 85mm나 세븐아티산 35mm 같은 렌즈들이 새 바디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결국 정식 라이선스 브랜드로 갈아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소니가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새 프로세서와 통신 규격은 AF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필연적인 진화였다.
문제는 그 진화가 ‘누구를 배제하는가’의 문제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소니의 방향은 명확했다

소니의 입장은 일관된다.
“우리는 렌즈 통신 규격을 공개하지 않는다.”
이건 단순히 폐쇄적인 태도가 아니라, 품질 관리와 안정성 확보의 문제다.
AI 피사체 인식, 리얼타임 트래킹 같은 기능은 렌즈와의 완벽한 협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서드파티가 임의로 데이터를 해석하면, 그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시그마나 탐론 같은 브랜드는 여전히 ‘공식 인증’ 하에 소니 마운트를 지원하고 있다.
결국 공식 파트너십 여부가 생태계의 경계선이 된 셈이다.

 

앞으로의 렌즈 시장은 어떻게 될까

단기적으로는 중국 브랜드들이 펌웨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며, 새 프로세서가 계속 발전한다면
이 호환성 문제는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선택은 사용자의 몫이다.
가격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안정성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렌즈 하나로 바디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돌아보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술 충돌이 아니었다.
소니는 명확하게 공식 생태계 중심의 폐쇄적 구조로 돌아섰고,
중국 브랜드들은 그 문 앞에서 멈춰섰다.
결국 이 논란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다.

 

“이제는 바디가 렌즈를 고른다.”
카메라가 진짜 진화했다는 건, 아마 이런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