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쓰다 보면 이유도 모르게 저장 공간이 꽉 차는 순간이 온다. 사진을 지우고, 앱을 정리해도 여전히 경고창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도 처음엔 단순히 동영상이 많아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저장 공간 세부 정보를 보니, ‘시스템 데이터’라는 항목이 혼자서 38GB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건 생각보다 심각했다.
처음엔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다. 시스템 데이터는 말 그대로 아이폰이 작동하면서 쌓이는 임시 파일과 캐시, 로그들이 모인 공간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단순히 캐시 수준이 아니라, 백업과 복원 과정에서 생긴 찌꺼기나 iOS 자체 오류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나처럼 30GB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라면 사실상 반쪽짜리 아이폰을 쓰고 있는 셈이다.
시스템 데이터는 왜 이렇게 늘어나는 걸까
아이폰을 오래 쓸수록 다양한 파일이 내부적으로 쌓인다. 메시지에 포함된 사진, 업데이트 도중 남은 임시 파일, 백업 실패 기록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들이 조금씩 자리를 차지한다.
보통은 자동으로 정리되지만, 간혹 iOS 버전 차이 또는 복원 과정 중 오류로 시스템 데이터가 해소되지 않고 그대로 남기도 한다.
이럴 때 대부분의 사용자는 앱 삭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앱을 지워도 시스템 데이터는 그대로 남는다. 오히려 더 늘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앱 정리보다 먼저 해야 할 건 ‘시스템 데이터 정리’다.
직접 줄여본 첫 번째 방법, 용량 채워서 밀어내기
이건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컸다. 아이폰은 내부 공간이 꽉 차면 시스템 데이터 일부를 자동으로 정리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용량을 가득 채워주면 시스템이 스스로 청소를 시작한다.
프로 모델을 쓰고 있다면, 카메라 설정에서 ‘ProRes 4K 영상 촬영’을 켜기만 해도 된다. 실제로 몇 분만 찍어도 수 GB씩 차오른다. 일반 모델이라면 최고 해상도로 길게 영상을 찍어보면 된다. 저장 공간이 거의 꽉 차면 시스템 데이터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후에는 찍은 영상을 지워주면 된다.
내 경우엔 이 방법 하나로 약 15GB 가까이 줄었다. 공간을 채워서 밀어내는 원리 자체가 꽤 단순한데, 아이폰이 자동으로 불필요한 데이터를 덜어내는 타이밍을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방법, 설정 바꿔서 줄이기
이건 조금 손이 간다. 그래도 효과는 있었다.
- 우선 실행 중인 모든 앱을 닫는다.
- 설정 > 메시지 > 메시지 기록 > 메시지 유지에서 ‘계속’을 반드시 설정한다.
-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끄고, 비행기 모드를 켠다.
- 설정 > 일반 > 날짜 및 시간으로 들어가 ‘수동’을 선택한 뒤 1년 후 날짜로 바꾼다.
- 몇 분 기다린 뒤, 다시 3개월 후로 조정한다.
- 마지막으로 ‘자동’으로 되돌리고 비행기 모드를 해제한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 캐시 일부가 재정렬되면서 시스템 데이터가 줄어든다. 다만 문자 메시지를 잃지 않으려면 ‘메시지 유지’를 꼭 ‘계속’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건 시스템 시간을 바꿨을 때 메시지 로그가 초기화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시도해보면 몇 GB 단위로 감소하는 걸 바로 볼 수 있다. 다만 이건 오류 상황을 강제로 정리하는 트릭이기 때문에 너무 자주 쓸 필요는 없다.
굳이 줄이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다
시스템 데이터가 10~20GB 내외라면 그대로 둬도 문제는 없다. 아이폰은 여유 공간이 충분할 때는 굳이 시스템 캐시를 삭제하지 않는다. 그게 전체 성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유 공간이 거의 없는데도 30~40GB 이상을 차지한다면, 한 번쯤은 정리를 시도해볼 만하다.
결국 중요한 건 ‘체크 습관’이었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배운 건 의외로 단순했다. 앱을 지우는 것보다 먼저 ‘설정 > 일반 > iPhone 저장 공간’을 들어가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야 진짜 원인이 보인다. 시스템 데이터는 평소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아이폰의 절반을 삼켜버리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아이폰 용량 문제는 저장 공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디서 새고 있는지 몰라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결국엔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진짜 도둑은 앱이 아니라, 시스템 데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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