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제품을 손에 넣었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359만원이라는 금액은 결코 가볍지 않았고, 단순히 ‘새로운 폼팩터’라는 이유만으로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완판, 일부 매장에선 밤새 줄을 서서 구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직접 써보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삼성이 내놓은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이름 그대로 두 번 접히는 스마트폰이다. 펼치면 10인치대의 화면이 드러나는데, 이때의 얇기와 확장감은 지금까지 어떤 폴더블에서도 못 느꼈던 감각이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처음 상자를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무게감’이었다. 박스부터 묵직했고, 본체를 꺼내 들었을 때 손끝에 닿는 금속의 밀도감이 남달랐다. 색상은 ‘크래프트 블랙’ 단일 옵션. 고급스러운데, 동시에 실용적인 느낌도 있었다. 구성품에는 충전기(45W), 케이블, 심툴, 전용 케이스가 포함돼 있었다. 최근 스마트폰에서는 보기 힘든 ‘케이스 기본 제공’이라 작은 만족감이 있었다.
기기를 처음 펼쳤을 때의 느낌은 꽤 신선했다. 디스플레이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지만, 완전히 펼치면 주름이 생각보다 덜 보였다. 빛의 각도에 따라 살짝 드러나는 정도였다. 오히려 주름 위치가 중앙이 아니라 약간 측면 쪽으로 이동하면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다.
막상 며칠 써보니 드러난 실사용 감각
일주일간 쓰면서 가장 놀랐던 건 ‘펼쳤을 때의 얇기’였다. 수치상으로 보면 힌지 쪽 두께가 약 13.4mm, 기존 폴드5보다 아주 조금 얇거나 비슷한 수준인데, 실제 체감은 훨씬 더 슬림했다. 완전히 펼쳤을 때는 오히려 갤럭시 탭보다 가볍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접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무게가 약 320g. 손에 오래 들고 있으면 묵직하게 느껴진다. 주머니에 넣기엔 확실히 부담이 있다.
손에 쥐었을 때 세 면의 두께가 다르기 때문에 약간의 단차도 느껴진다. 특히 오른손잡이가 오른쪽부터 접을 때 손가락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 장시간 사용 시엔 약간의 피로가 왔다.
화면이 주는 새로운 사용 방식
이 제품의 핵심은 ‘화면 크기’다. 10인치대의 디스플레이는 웹서핑, 전자책, 만화, 영상 감상 모두에서 압도적인 몰입감을 준다. 만화책을 넘기듯 손끝으로 터치하면 페이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소설은 한 화면에 두 쪽이 나란히 배치된다.
재밌는 건 멀티태스킹이었다. 세 개의 앱을 동시에 띄워 놓고 사용할 수 있는데, 실제로 게임·인터넷·영상 세 가지를 나란히 실행해도 버벅임이 거의 없었다. 마치 작은 데스크톱을 손에 쥔 듯한 느낌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삼성의 ‘원UI’가 아직 이 새로운 폼팩터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듯했다. 일부 앱은 화면이 어색하게 늘어나거나 여백이 과하게 남았다. 특히 인스타그램 같은 앱은 태블릿 UI 그대로 작동해, 세로 스크롤을 해야만 했다.
퍼포먼스와 발열, 그리고 배터리
프로세서는 스냅드래곤 8 Gen2 기반으로, 폴드7과 동일한 세대다. 벤치마크 점수는 준수했고, 일반적인 작업에서는 성능 부족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두께가 얇은 구조 탓인지 발열은 오른쪽 힌지 근처에서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다.
배터리는 5,600mAh로 커졌지만 화면이 워낙 커서 사용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4K 영상 스트리밍 기준 약 7시간 남짓 버텼다. 완충까지는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렸고, 고속충전 성능은 확실히 개선됐다.
태블릿보다 편한 순간들도 있었다
갤럭시 탭을 자주 사용하는 입장에서 느낀 건, ‘버튼 배치의 편의성’이었다. 트라이폴드는 전원과 볼륨 버튼이 측면에 있어 손에 쥔 상태에서 ‘빅스비 호출’이나 스크린샷을 누르기가 훨씬 수월했다. 또 삼성 덱스(DeX)를 단독으로 실행할 수 있어서, 별도의 모니터 연결 없이도 데스크톱 모드가 가능했다.
세컨드 스크린 기능도 지원해 노트북의 보조 모니터로 쓸 수 있었는데, 이때는 10인치 화면이 의외로 제 역할을 했다.
사용 중 가장 불편했던 부분
스피커다. 이 크기라면 쿼드 스피커가 들어갔어야 했는데, 상하 두 개만 배치됐다. 소리는 충분히 크지만 공간감은 아쉽다. 또, 한 손으로 들 때 무게 중심이 미묘하게 오른쪽으로 쏠린다. 왼손으로 잡으면 안정적인데, 오른손으로 잡으면 미세하게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생긴다.
수리비도 적잖다. 내부 디스플레이 교체 시 약 165만원. 다행히 초기 구매자는 1회 50% 할인 쿠폰이 제공되지만, 삼성케어플러스는 지원되지 않는다.
결국 이 제품은 어떤 사람에게 맞을까
정리하자면, 트라이폴드는 ‘폰 겸용 태블릿’을 찾는 사람에게 가장 어울린다. 스마트폰 중심으로 쓰는 사람이라면 무게 때문에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태블릿을 자주 쓰면서 동시에 전화나 메시지도 처리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폼팩터의 가치는 분명하게 느껴질 것이다.
폴드7과 비교하자면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폴드는 여전히 ‘휴대성 중심의 폴더블폰’이고, 트라이폴드는 ‘작은 태블릿에 전화 기능이 들어간 기기’다. 그래서 폴드7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이해하는 게 맞다.
일주일의 결론
트라이폴드를 일주일간 써보면서 느낀 건 ‘이건 실험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완벽하지 않다. 무게, 발열, 가격 모두 쉽지 않은 요소다. 하지만 화면을 펼칠 때마다 느껴지는 그 새로운 감각은, 분명 이전 어떤 갤럭시에서도 없던 경험이었다.
폰이냐, 태블릿이냐. 그 경계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직접 펼쳐 보는 순간, 이 제품의 진짜 매력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리뷰 > 전자기기 사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갤럭시Z 폴드8, 이번엔 진짜 달라진다 — 카메라부터 두께까지 확 바뀌는 변화들 (0) | 2025.12.21 |
|---|---|
| 갤럭시 울트라도 못 따라오는 미친 망원, 비보 X300 프로 직접 써보니 (0) | 2025.12.20 |
| 삼성의 비밀 프로젝트가 멈춘 날, 갤럭시 S26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일 (1) | 2025.12.16 |
| 단축키 몰라도 BIOS 들어가는 방법, 윈도우 재부팅 한 번으로 끝낸다 (0) | 2025.12.15 |
| 카카오톡이 끝내 안 넣는 그 기능, 직접 실험해보니 이유가 보였다 (0) | 2025.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