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하늘빛이 조금 달라졌다.
색동무늬 날개를 단 아시아나항공기가 점점 줄어들고, 파란색 꼬리의 대한항공기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30년 넘게 한국의 하늘을 양분했던 두 항공사가 하나로 합쳐지는 변화의 한가운데다. 2020년 합병 발표 이후 6년. 미국, 유럽, 일본의 심사를 모두 통과하며 이제 진짜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그런데 이 거대한 통합, 여행객에게는 반가운 일일까. 아니면 또 다른 걱정의 시작일까.
마일리지 전쟁이 먼저 시작됐다
요즘 아시아나 마일리지 몰에 들어가 보면 좀 놀랍다. 칫솔이나 수건 같은 생활용품조차 품절 딱지가 붙어 있다. 그동안 마일리지를 열심히 쌓아온 사람들은 합병 이후 가치가 떨어질까 불안해하며, 가능한 한 빨리 소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럴 만도 하다. 항공사 입장에서 마일리지는 ‘빚’에 가깝다. 언젠가 좌석이나 상품으로 돌려줘야 하는 부채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가 가진 이 마일리지 부채만 약 1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이 이걸 그대로 떠안는다면 재무적으로도 큰 부담이 된다. 그래서 합병 전에 소비자들이 보유한 포인트를 최대한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이 너무 불편하다는 점이다. 마일리지로 탈만한 항공권은 찾기 어렵고, 쇼핑몰엔 살만한 물건이 없다. 오랜 기간 모은 포인트가 종이쪼가리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1대1 교환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합병 후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그대로 1대1 전환될까? 시장에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가치가 애초에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1대0.8이나 0.7 비율로 환산된다면, 10년 모은 10만 마일이 단숨에 7만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부모님 효도 여행이나 신혼여행으로 계획했던 항공권이 사라지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독점이 남기는 그림자
마일리지보다 더 근본적인 걱정은 ‘경쟁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흡수하면, 한국 하늘길은 사실상 한 회사의 독무대가 된다. 유럽이나 미주 노선은 대체할 항공사가 거의 없고, 대한항공이 가격을 올리더라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물론 각국 경쟁당국은 이를 의식해 일부 노선 슬롯을 저가항공사에 넘기도록 조건을 달았다. 실제로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같은 노선이 티웨이항공에 배정됐다. 하지만 장거리 노선을 LCC가 맡았을 때, 서비스 품질이나 기내 안정성 측면에서 기존과 같은 만족감을 기대하긴 어렵다. 요금은 조금 낮을 수 있겠지만, 편안함은 또 다른 문제다.
지역 항공도 재편된다
이번 통합은 본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항공의 진에어, 아시아나의 에어부산·에어서울도 하나로 묶이게 된다. 이른바 ‘통합 LCC’의 탄생이다. 특히 부산을 거점으로 한 에어부산 이용객들은 우려가 크다. 거점이 인천으로 옮겨가면 부산 출발 노선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역 항공 인력의 고용 문제나 서비스 품질도 변수로 남는다.
결국 선택지가 줄어들면 소비자 입장에선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골라 타는 재미’가 사라지고, 한 회사의 결정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합병 후 2년, 진짜 시험대는 그때부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편입한 뒤 약 2년간은 독립 운영을 유지할 계획이다. 즉, 완전한 통합은 2028년쯤 이뤄진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전산망, 노사 문화, 안전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건 단순한 합병 이상의 일이다. 특히 수천 명의 인력이 이동하고 절차가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은 항공사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다.
결국, 승객 입장에서는 ‘가격’보다 ‘안전’이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겉모습은 하나의 항공사로 보이더라도, 내부 시스템이 안정될 때까지는 유연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시선이 힘이 된다
이제 공은 대한항공으로 넘어갔다.
‘메가 캐리어’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요금, 마일리지, 서비스.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여론의 반발이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지금은 SNS 한 줄로도 항공사 이미지를 뒤흔드는 시대니까.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만큼, 감시의 눈을 더 예리하게 가져야 한다. 합병이 끝나는 그날, 우리가 기대하는 건 단순히 커진 덩치가 아니라 ‘더 나은 비행 경험’일 것이다.
어쩌면 이번 변화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일리지를 열심히 모아온 소비자 입장에선 마음이 편치 않다.
대한항공이 진정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항공사로 자리 잡기 위해선, 먼저 국내 소비자의 신뢰부터 지켜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마일리지가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그게 진짜 합병의 성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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