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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및 부동산/경제 관련

새벽배송 제한 논란, 정말 기사들을 위한 일일까

by 코스티COSTI 2026. 1. 13.

밤 11시에 김치가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새벽배송이 얼마나 고마운 서비스인지 실감하게 된다. 자정이 지나 주문을 눌러두면, 다음 날 새벽엔 문앞에 택배 박스가 놓여 있다. 마치 내가 잠든 사이 세상이 대신 일해 준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세상’에는 사람이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한 지인은 새벽 3시쯤 엘리베이터 문이 계속 열려서 나가보니, 쿠팡 유니폼을 입은 기사가 숨을 몰아쉬며 박스를 옮기고 있었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후로 새벽배송 버튼을 누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졌다고 했다.

 

새벽배송이 너무 커져버렸다

2015년에 마켓컬리가 첫 서비스를 내놓았고, 2018년 쿠팡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불과 10년도 안 되어 시장 규모가 15조원을 넘었다. 이용자는 2,000만 명. 이제는 ‘있어서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없으면 불편한 기본 인프라’가 됐다.
하지만 성장의 그림자는 길다. 최근 새벽배송을 둘러싸고 ‘과로 제한’ 논의가 다시 뜨거워졌다. 여당이 주도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새벽 0시부터 새벽 5시까지의 배송을 금지하거나 제한하자는 안을 꺼낸 것이다. 명분은 단순하다. 밤에 일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누굴 위한 제한이냐’다. 쿠팡 기사 중 다수는 노조에 속하지 않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한다. 새벽배송을 막으면 이들의 일감이 줄어든다. “내 몸 내가 알아서 하는데 왜 못 하게 하느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쿠팡 노조와 비노조 기사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건 단순하다. “우린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새벽배송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만큼 수입이 된다. 단가가 주간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게다가 교통이 좋아 이동 시간이 줄고, 낮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 새벽을 선택하는 이유는 돈뿐 아니라 효율이다.

 

연구는 너무 적고, 논의는 너무 빠르다

정부가 의뢰한 조사에서는 새벽배송 기사 10명과 주간 기사 4명의 혈압과 심박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일부 기사에서 수면 중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표본이 14명뿐이었다. 통계라기보다는 ‘예비 관찰 수준’이었다.
현장에서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게 작은 조사로 우리의 생계를 막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나도 그 말에 공감했다. 과학적 근거 없이 개인의 경제적 선택을 제한하는 건 위험하다.

 

현장의 사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택배 구조를 보면 대부분의 배송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다. 본사인 택배사는 물류센터 운영비를 떼고, 대리점이 또 일정 수수료를 뗀다. 기사에게 돌아가는 건 한 건당 약 800원에서 1,000원 남짓이다. 주간에는 400원 수준이다.
이 단가 구조에서 새벽배송이 막히면, 수입이 반 토막 난다. 기사들은 그 공백을 메우려 ‘투잡’을 준비한다. 이미 일부는 낮에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다. “새벽배송 줄이면 우리는 다른 일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소비자들도 이 논의에 불편함을 느낀다

국회 청원 게시판에는 ‘새벽배송 금지 반대’ 글이 올라와 6만 명 넘게 동의했다. 맞벌이 가정,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많았다.
“아침 준비물, 급식 재료, 이유식… 새벽배송 없으면 버텨낼 수 없다.” 서비스의 혜택을 가장 실감하는 건 이들이다.
그러니 사회적 대화라는 이름으로 정책이 추진될수록, 오히려 소비자와 기사 모두가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건강과 생계, 어느 쪽이 먼저일까

나는 새벽배송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이기도 하고, 택배 물류센터를 현장에서 본 적도 있다. 그곳의 새벽 공기는 무겁다. 하지만 그 안의 기사들은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고 질서 있다. 그들의 얼굴에 피곤함은 있지만, 억지로 끌려 나온 사람의 표정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단순히 “새벽은 위험하다”는 식으로 풀 수 없는 것 같다. 사람마다 체력도 다르고, 선택의 이유도 다르다. 정말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강제 금지보다 정기검진 지원이나 인력 보강, 물류센터 자동화 같은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

 

편리함과 존중 사이의 균형

소비자는 빠른 배송에 익숙해졌고, 기사들은 그 속도에 맞춰 생계를 이어간다. 이 균형을 어느 한쪽의 논리로만 끊어낼 수는 없다.
새벽배송을 완전히 금지하기보다, 기사들이 건강을 유지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 아닐까.
나 역시 새벽에 문 앞의 택배를 볼 때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리고 매번 같은 생각이 든다.
‘이 편리함의 무게를 누가 감당하고 있을까.’

 

※ 이 글은 새벽배송 논란과 관련된 여러 관점을 토대로 작성한 개인적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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