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키위이어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가성비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 브랜드에서 가장 비싼 플래그십을 꺼내 들었을 때, 기대와 의심이 동시에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글은 Kiwi Ears의 최고가 모델인 오케스트라 2를 며칠간 사용하며 느낀 흐름을 정리한 기록이다.
스펙 나열보다는, 왜 이 가격이 납득됐는지에 집중해보려 한다.
1. 처음 상자를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
플래그십이라고 해서 무조건 화려한 박스를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내용물 쪽에서 이전과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1) 유닛을 손에 쥐는 순간 시선이 멈췄다
투명 쉘 안쪽이 단순히 비쳐 보이는 수준이 아니다.
안이 꽉 차 있는 구조라 시각적으로도 밀도가 높다.
- 외형이 과장되지 않았고 로고 노출도 최소화돼 있다
- BA 10개가 들어갔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절제돼 있다
- 귀 밖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이 적어 착용 시 안정감이 있다
이 단계에서 이미 “이번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구성품에서 느껴진 태도의 변화
그동안 키위이어스를 써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부분이다.
이번에는 파우치, 케이블, 이어팁 패키징까지 전반적으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 케이블은 이전과 달리 단단하고 마감이 깔끔하다
- 교체식 단자 구조가 안정적으로 설계돼 있다
- 이어팁도 종류별로 케이스에 담겨 제공된다
단순히 “많이 준다”기보다, 플래그십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쪽에 가깝다.
2. 착용하고 나서 바로 느껴진 차이
이어폰은 결국 귀에 꽂는 순간이 중요하다.
오케스트라 2는 첫 착용에서 방향성이 분명했다.
(1) 기본 이어팁에서 느껴진 한계
처음 제공된 이어팁으로 들었을 때, 저음이 다소 강하게 느껴졌다.
귀 모양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는 부분이다.
- 귓구멍이 큰 편이라면 저역이 과해질 수 있다
- 깊게 착용하면 밸런스가 달라진다
- 이어팁에 따라 음색 차이가 꽤 크게 난다
이건 단점이라기보다는, 이 이어폰이 이어팁 영향에 민감한 구조라는 신호로 느껴졌다.
(2) 이어팁 교체 후 완전히 달라진 인상
조금 더 장력이 있는 이어팁으로 바꾼 뒤부터 소리가 정리되기 시작했다.
- 저음이 눌리면서 전체 밸런스가 또렷해졌다
- 중역이 앞으로 나오고 보컬 위치가 안정된다
- 음장이 넓어지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야 본래 성향이 드러났다고 느꼈다.
3. 소리를 들으며 계속 떠올랐던 장면
이 이어폰의 핵심은 특정 대역의 강조가 아니다.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는 느낌이다.
(1) BA 10개의 일체감
하이브리드나 다른 방식이 아닌, BA만으로 구성된 구조의 장점이 분명히 느껴졌다.
- 대역 간 질감 차이가 거의 없다
- 저역부터 고역까지 한 덩어리로 내려간다
- 소리가 끊기지 않고 매끈하게 이어진다
예전에 BA 특유의 단정함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이 감각이 꽤 반가울 것이다.
(2) 디테일이 많은데 피곤하지 않다
정보량이 많으면 피곤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오케스트라 2는 그렇지 않았다.
- 디테일이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다
- 특정 소리만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 오래 들어도 귀가 긴장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4. 음악 장르별로 느껴진 방향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일정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1) 보컬 중심 음악에서의 안정감
보컬이 앞으로 나오되, 반주를 누르지 않는다.
- 숨소리나 미세한 표현이 깔끔하게 들린다
- 고역이 날카롭지 않아 치찰음 부담이 적다
- 따뜻한 느낌이 남아 있다
보컬이 중심이 되는 곡에서 특히 균형이 좋았다.
(2) 밴드 사운드에서의 공간 표현
악기 수가 많아질수록 정리 능력이 드러난다.
- 기타와 베이스, 드럼의 위치가 명확하다
- 패닝 이동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 합주실 안에 있는 듯한 입체감이 있다
음악의 연출 의도가 잘 전달되는 쪽이다.
5. 가격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지점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계산하게 된다.
(1) 이 가격대에서 기대하는 기준
40만원대 이어폰에 바라는 건 보통 명확하다.
- 한두 가지 확실한 장점
- 어느 정도의 타협
- 브랜드 값어치
오케스트라 2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느낌이다.
(2) ‘착한 가격’이라는 표현이 나온 이유
과장이 아니라, 이 구성과 소리를 놓고 보면 납득이 된다.
- 유닛 완성도
- 네트워크 설계의 안정감
- 전반적인 마감과 구성
가성비라는 단어보다, 가격 대비 정직하다는 표현이 더 맞다.
마치며
오케스트라 2는 “키위이어스가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제품이다.
자극적인 튜닝이나 눈에 띄는 한 방이 아니라, 전체 완성도로 승부한다.
이어팁은 반드시 본인 귀에 맞는 것으로 교체해보는 걸 권하고 싶다.
그 과정을 거친 뒤에야 이 이어폰의 진짜 얼굴이 보인다.
만약 40만원대에서 오래 함께 쓸 이어폰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모델을 한 번쯤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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