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강남 한복판에 남아 있던 마지막 판자촌, 개포동 구룡마을의 개발계획이 확정됐다. 3,739세대 규모, 용적률 180~250%, 최고 30층, 2027년 착공과 2029년 준공 목표. 숫자만 봐도 단순 정비사업이 아니라 강남 주거지의 구조를 다시 짜는 사업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부동산 현장을 오래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 결정은 상징성이 크다고 본다.
1. 강남 마지막 판자촌이 남긴 시간의 흔적
처음 구룡마을을 걸어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화려한 타워팰리스와 개포동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이런 풍경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1) 왜 이곳은 오랫동안 남아 있었을까
① 개발이 쉽지 않았던 이유를 돌아보면
- 토지 소유 구조가 복잡해 사업 방식 합의가 쉽지 않았다.
- 재개발 방식과 공공주도 방식 사이에서 오랜 갈등이 이어졌다.
- 기반시설이 부족해 초기 사업비 부담이 컸다.
② 생활 환경이 불안했던 현실을 보면
- 화재 위험이 상존했고 실제로 큰 화재가 여러 차례 있었다.
- 집수 체계가 취약해 집중호우 때 침수 우려가 반복됐다.
- 상하수도, 도로 등 기본 인프라가 일반 주거지에 비해 현저히 열악했다.
내가 공인중개사로 일하던 시절, 인근 개포동 아파트를 중개하면서 구룡마을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언젠가는 바뀌겠지”라는 말은 많았지만, 구체적인 시간표는 늘 안갯속이었다. 이번 확정은 그 막연함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2. 3,739세대 친환경 주거단지, 무엇이 달라지나
이번 계획의 핵심은 단순한 주택 공급이 아니라 ‘자연과 연결된 강남 주거지’라는 점이다. 숫자를 하나씩 뜯어보면 그림이 보인다.
(1) 규모와 밀도, 강남 기준에서 보면
① 용적률 180~250%의 의미는
- 강남권 내 다른 재건축 단지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절제된 밀도다.
- 고밀 개발이지만 전면 300% 이상으로 치닫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 토지 효율성과 주거 쾌적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의도가 보인다.
② 최고 25~30층으로 상향된 배경은
- 주택 공급 확대 요구와 도시 스카이라인 조정을 함께 고려한 결과다.
- 층수 완화로 세대 수 3,739세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주변 대모산·구룡산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가 2024년 발표한 자료에서도 수도권 주택 수급 안정을 위해 도심 내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 내 가용 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미 주거 기능이 자리 잡은 구역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나는 투자 관점에서도 밀도를 유심히 본다. 지나치게 고밀이면 향후 주거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고, 너무 낮으면 사업성이 약해진다. 이번 수치는 강남 입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균형을 잡은 편이라고 본다.
(2) 신혼부부 미리내집,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① 다양한 유형이 들어서는 구조다
- 신혼부부를 위한 미리내집 유형이 포함된다.
- 공공임대와 분양이 혼합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 계층 혼합형 단지로 설계해 특정 계층 집중을 피하려는 구상이다.
② 강남에서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 청년·신혼층이 강남 생활권에 진입할 통로가 된다.
- 직주근접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 주변 시세와의 격차가 향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할 만하다.
40대가 되고 나니 집을 고를 때 ‘아이 키우기 좋은가’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주변 학군, 공원, 안전.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 가격은 결국 따라오게 돼 있다. 구룡마을은 입지 면에서 이미 검증된 곳이다. 이번 공급이 단순 물량이 아니라 생활권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3. 9만㎡ 근린공원과 녹지축, 강남에서 보기 드문 구조
이번 계획에서 내가 가장 눈여겨본 부분은 약 9만㎡ 규모의 근린공원이다. 숫자만 보면 감이 잘 오지 않지만, 축구장 여러 개가 들어가는 규모다.
(1) 구룡산·대모산과 이어지는 녹지 흐름
① 단지 안 공원에 그치지 않는다
- 구룡산과 대모산을 잇는 녹지축이 형성된다.
- 단지 내부에서 산책로로 바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상 중이다.
- 도심 속 ‘끊기지 않는 초록길’이 만들어진다.
② 강남 내 다른 단지와 비교하면
- 기존 아파트는 단지 내 조경 중심이 많다.
- 이번 계획은 외부 자연과 직접 연결되는 점이 차별점이다.
- 장기적으로는 지역 전체의 미세기후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3년 발표한 도시 건강 환경 관련 권고에서도, 도보 300m 이내에 접근 가능한 녹지 공간 확보가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밝힌 바 있다. 강남처럼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9만㎡ 공원은 상징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나는 평소 대모산을 자주 오른다. 도시 생활을 하다 보면 결국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집값만 보고 선택하기에는 이제 삶의 밀도가 너무 높아졌다. 이 단지가 완공되면 ‘강남인데 산과 붙어 있는 동네’라는 인식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4. 2027년 착공, 2029년 준공… 시간표를 어떻게 볼까
계획 확정이 끝이 아니다. 진짜 관건은 일정이다.
(1) 착공까지 남은 변수는 무엇일까
①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요소들
- 보상 및 이주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여부
- 공사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조정 가능성
-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분양 전략 수정
② 2029년 준공 목표를 현실적으로 보면
- 대규모 단지인 만큼 공정 관리가 중요하다.
- 공공이 주도하는 만큼 일정 지연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 다만 외부 경제 변수는 항상 열어두고 봐야 한다.
나는 부동산을 볼 때 ‘완공 이후 모습’만 보지 않는다. 착공 전, 분양 시점, 입주 직전의 가격 흐름을 나눠서 본다. 구룡마을은 상징성이 큰 사업이라 시장 심리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단기 시세 변동에만 반응하기보다는, 완공 후 강남 남동권 전체의 주거지 재편이라는 큰 흐름에서 바라보는 게 낫다고 본다.
마치며
구룡마을은 단순한 재개발 구역이 아니다. 강남의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상징 같은 공간이다. 3,739세대, 용적률 250%, 9만㎡ 공원, 2027년 착공과 2029년 준공. 숫자는 차갑지만, 그 안에는 서울 도시 구조의 변화가 담겨 있다.
이제 관심은 하나로 모인다. 이곳이 ‘또 하나의 아파트 단지’로 남을지, 아니면 강남 주거의 방향을 바꾼 사례로 기록될지. 부동산을 고민하고 있다면, 구룡마을의 시간표를 한 번쯤은 달력에 표시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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