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서울의 풍경이 조금 달라질 예정이다. 자동차와 버스가 오가던 도로 위에 다시 전차가 등장한다. 서울에서 마지막 노면전차가 사라진 지 58년 만이다. 이번에 부활하는 주인공은 바로 ‘위례선 트램’이다. 도심이 아닌 신도시 내부에서 시작되는, 우리식 트램 실험의 첫 무대다.
위례선은 서울 마천역과 복정역을 잇는 5.4km 구간으로, 중간에 남위례역 방면의 지선이 하나 더 있다. 총 12개의 정거장이 설치되며, 모든 구간이 지상 노면으로 이어진다. 겉모습만 보면 마치 버스 노선과 비슷하지만, 트램답게 고정된 선로 위를 달린다. 차량 내부에서 교통카드를 태그하고 승하차하는 방식도 버스와 거의 동일하다.
트램이 돌아온 이유를 생각해보면
신도시의 구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위례 신도시는 처음부터 트램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중앙대로 한복판에 전용 구간을 미리 확보했고, 주변 상업시설도 그 동선에 맞춰 배치했다. 다른 도시처럼 도로 일부를 잘라내 트램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었던 셈이다. 이런 점 덕분에 서울시는 민자 사업이 무산된 뒤에도 ‘재정사업’ 형태로 다시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사업 타당성 평가에서 경제성이 기준치에 못 미쳤고, 서울시와 국토부가 재원 부담을 두고 한동안 팽팽히 맞섰다. 이후 LH가 건설비를 맡고, 운영비는 서울시와 성남시가 분담하는 형태로 정리되면서 비로소 착공이 가능해졌다.
속도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다
트램은 노면 위를 달리기 때문에 도로 신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차로마다 차량과 보행자 신호가 얽히면 정시성이 떨어지고, 체감 속도도 낮아진다. 서울시는 트램이 교차로를 통과할 때 우선 신호를 주는 시스템을 검토 중이지만, 경찰청은 기존 교통망과 철도망의 신호 체계가 달라 쉽게 통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트램이 차량 흐름에 맞춰 멈춰 서는 장면이 자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은 해외 사례와 비교된다. 프랑스나 일본의 트램은 ‘트램 우선 신호’ 덕분에 시내 중심부에서도 빠르게 운행된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아직 신호권한이 여러 기관에 나뉘어 있어, 제도적 정비가 먼저 필요하다. 속도가 느려지면 이용객의 만족도와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제성보다 중요한 ‘도시 내 역할’
처음 위례선이 계획될 당시, 하루 4만 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분석에서는 약 2만8천 명 수준으로 전망이 낮아졌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면 연간 30억 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위례선이 ‘생활형 교통’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도시 내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대체 교통수단은 그동안 버스 외에 거의 없었다.
위례선이 개통되면 주민들은 버스를 타지 않고도 복정역이나 마천역까지 바로 연결된다. 출퇴근 시간대 열차 간격은 5~10분, 일반 시간대는 10~15분 간격으로 계획되어 있다. 이런 배차라면 교통 체증이 심한 출근길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공사 과정에서도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위례 신도시 초기에 주민들이 트램 노선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만든 전망 육교가 있었는데, 실제 트램 선로 설계가 확정되면서 이 육교와의 간격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결국 7년 만에 철거됐다. 도시 계획의 변화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회자되었다.
트램 실험이 남길 의미
결국 이 실험은 단순히 ‘트램 한 노선의 성공 여부’를 넘어선다. 위례선은 앞으로 대전, 울산, 동탄 등에서 추진 중인 트램 사업의 참고 모델이 된다. 속도와 신호, 운영 적자 같은 문제들은 다른 도시에서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례선이 겪을 시행착오가 한국식 트램 체계의 표준을 만드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트램이 완벽하게 효율적이진 않더라도, ‘도시 이동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상징적 시도라고 본다. 차가 아닌 전차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다는 감각, 그것만으로도 서울의 교통 풍경이 조금은 부드러워질 것이다.
느림 속에서도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서울 위례선의 첫 운행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다시금 ‘도시 속 전차’라는 오래된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빠르지 않지만 꾸준히, 신호에 멈추면서도 다시 나아가는 그 모습이 어쩌면 지금의 서울과 닮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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