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몸이 축 처지는 날이 있다. 잠은 잤는데 개운하지 않고, 입맛도 애매하다. 밖에서 몇 끼만 이어 먹어도 속이 더부룩해지고, 괜히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런 날이면 억지로 잘 먹으려 하기보다, 일단 속을 편하게 만드는 쪽을 선택한다. 40대 중반이 되니 ‘많이 먹는 것’보다 ‘맞게 먹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체감한다.
오늘은 내가 몸이 힘들 때 자주 끓여 먹는 집밥 세 가지를 정리해본다. 거창하지 않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충분히 가능한 메뉴들이다.
1. 입맛이 거의 없을 때는 부드러운 죽부터 시작한다
속이 예민해진 날에는 씹는 음식 자체가 부담일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 망설임 없이 죽을 선택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속을 천천히 풀어준다.
(1) 밥 한 공기로 끓이는 기본 죽이 가장 편하다
특별한 재료가 없어도 된다. 남은 밥만 있어도 충분하다. 준비가 간단해 부담이 없다.
① 물 비율만 맞추면 농도는 자연스럽게 잡힌다
- 밥 1공기 + 물 2공기를 기본으로 잡으면 무난하다
- 약불에서 천천히 끓이면 전분이 풀리면서 걸쭉해진다
- 바닥이 눌지 않게 중간중간 저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② 단백질을 살짝 더하면 한 끼로도 든든하다
- 계란을 풀어 마지막에 넣으면 고소함이 올라간다 (+참기름 한바퀴)
- 두부를 으깨 넣으면 자극 없이 단백질을 보완할 수 있다
- 간은 세게 하지 않고,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 정도가 편하다
🥣 죽을 질리지 않게 먹는 작은 변화
-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향이 살아난다
- 잘게 썬 애호박을 넣으면 식감이 부드럽다
- 김가루를 조금 올리면 짭짤함이 더해진다
예전에 간호사로 일하던 시절, 컨디션이 떨어진 보호자들이 무엇을 먹어야 하냐고 묻는 장면을 자주 봤다. 그때 가장 무난하게 권하던 음식이 이런 기본 죽이었다. 부담이 적고, 수분 보충까지 동시에 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서도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저하된 상황에서는 따뜻한 음식과 충분한 수분 섭취가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기본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2. 속이 더부룩한 날에는 배추된장국이 정리해준다
죽으로 속을 조금 달랐다면, 그다음 단계는 담백한 국이다. 나는 된장국을 자주 선택한다. 자극이 강하지 않고, 국물만 떠먹어도 부담이 적다.
(1) 달큰한 배추가 국물 맛을 부드럽게 만든다
요즘 알배추는 단맛이 올라와 있어서 재료를 많이 넣지 않아도 충분하다.
① 기본 흐름은 단순하다
- 멸치, 다시마 또는 육수팩으로 육수를 낸다
- 된장을 체에 풀어 덩어리가 남지 않게 한다
- 배추를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끓인다
② 마지막 재료가 전체 균형을 잡는다
- 두부는 큼직하게 썰어 넣어 씹는 맛을 살린다
- 다진 마늘은 향만 남길 정도로 넣는다
- 대파는 불 끄기 직전에 넣어야 향이 살아 있다
🍲 속이 예민한 날에는 이렇게 조절한다
- 평소 넣던 고기는 과감히 생략한다
- 반숙 계란을 곁들이면 포만감이 보완된다
- 밥을 한 번에 말지 않고, 국을 먼저 마셔본다
나는 예전에는 몸이 힘들수록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았다. 매콤한 음식으로 기운을 끌어올리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다음 날 더 무거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에는 이런 담백한 국으로 속을 먼저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확실히 다음 끼니가 편하다.
3. 어느 정도 회복됐다면 닭곰탕으로 기운을 채운다
죽과 된장국으로 속이 안정됐다면, 이제 단백질을 조금 더 보강할 차례다. 나는 그 단계에서 닭곰탕을 선택한다.
(1) 통닭이 아니어도 닭다리면 충분하다
냉동 닭다리 몇 개만 있어도 넉넉한 한 냄비가 나온다.
① 잡내를 줄이는 과정이 중요하다
- 끓는 물에 닭다리를 2~3분 데친 뒤 물을 버린다
- 이 과정을 거치면 국물이 훨씬 맑아진다
- 기름기가 부담되면 껍질 일부를 제거해도 된다
② 30~40분 푹 끓이면 깊은 맛이 난다
- 새 물을 넉넉히 붓는다, 국물은 생각보다 줄어든다
- 양파, 대파, 마늘을 넣고 중약불로 끓인다
- 채소를 건져내고 닭을 찢어 다시 넣는다
- 소금, 후추로 단순하게 간을 맞춘다
🍗 부담을 줄이는 먹는 방식
- 밥을 국에 말지 않고 따로 먹어 양을 조절한다
- 위에 뜬 기름을 한 번 걷어내면 한결 가볍다
- 김치는 소량만 곁들인다
닭곰탕은 한 번 끓여두면 두세 끼는 해결된다. 몸이 조금 돌아오는 시점에 이런 음식으로 넘어가면 속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보통 죽 → 된장국 → 닭곰탕 순으로 단계를 밟는다. 갑자기 기름진 음식으로 돌아가기보다 천천히 올리는 방식이다.
마치며
몸이 힘들 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보양식이 아니다. 오히려 기본에 가까운 음식이 더 오래 간다. 한 끼만이라도 담백하게 정리하면 다음 날 컨디션이 다르다.
지금 속이 불편하거나 입맛이 애매하다면, 오늘 저녁 한 번쯤은 죽이나 된장국처럼 단순한 메뉴로 바꿔보는 것도 괜찮다. 몸은 생각보다 솔직해서, 편한 음식을 주면 금방 반응한다.
결국 컨디션 관리는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선택에서 시작된다고 나는 믿는다. 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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