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일본 여행 중 돈키호테에 들렀다가 계획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결제했던 경험,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과연 이 복잡한 할인 매장은 어떻게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걸까?
1.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구조
“이 조합, 솔직히 반칙이다.”
복잡한 매장 구조부터 소비자의 심리를 흔드는 전략까지, 돈키호테는 ‘우연한 소비’를 유도하는 데 굉장히 체계적이다.
(1) 입구에서부터 빠져들게 만드는 미끼 상품
돈키호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생필품이나 인기 상품들이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진열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사는 ‘휴족시간’, 미용 마스크팩 같은 상품들이 입구 근처에 배치돼 있고, 가격도 현지 드럭스토어보다 저렴해 보여서 일단 하나씩 담게 된다.
(2) 강제 동선: 한 바퀴 돌아야만 계산할 수 있는 구조
돈키호테 매장은 입구와 출구가 분리돼 있다.
들어가면 무조건 매장을 한 바퀴 돌아야만 계산대로 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수십 개의 유혹을 받게 된다.
이런 구조는 미국 대형 마트나 카지노의 동선과 유사하며, 소비자의 인지 자원을 고갈시켜 판단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2. 계획 없이 들어갔다가 장바구니가 가득 차는 이유
“내가 이걸 사려고 들어온 게 아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돈키호테에서 ‘계획 외 구매’를 하게 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1) 뇌가 피곤해질수록 지갑은 더 쉽게 열린다
- 복잡한 상품 진열은 시각적 피로를 유발한다.
- 상품 수가 많아질수록 가격 비교는 어려워지고, 결국 ‘싸 보이는’ 상품을 그냥 담아버리게 된다.
- 이 모든 과정은 사람의 인지 자원을 빠르게 고갈시키고, 그 결과 자제력이 떨어진다.
이때가 바로 과자를 비롯한 군것질 거리나 잡화를 충동구매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계산대 근처에 단 음식을 배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 ‘이 가격에 안 사면 손해’라는 착각
- 상품 중 30%는 정상 유통에서 밀려난 땡처리 제품이다.
- 그 외 70%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이마저도 거의 마진 없이 가격을 낮춰 배치한다. 이런 구성을 보면 ‘이건 지금 안 사면 손해’라는 느낌이 들게 된다.
3. 창업자의 이력에서 드러나는 돈키호테의 본질
“도박판에서 배운 소비 심리, 그대로 매장에 녹아 있다.”
(1) 창업자 야스다 다카오, 전직 도박꾼의 감각
야스다 다카오는 20대를 불법 마작 도박으로 보낸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는 확률과 심리를 배우며 상대방의 패를 읽고, 타이밍을 보는 능력을 키웠다.
이 경험은 이후 창업한 돈키호테에 그대로 녹아든다.
- 매장 동선은 마치 카지노처럼 설계되어 있고
-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한 번 더’를 유도한다
- 상품 구성은 계획 구매와 충동 구매를 섞어 합리성과 욕망 사이를 오가게 만든다
(2) 리스크 관리에 대한 확고한 기준
창업자인 야스다는 ‘로스컷’, 즉 손실을 끊고 돌아설 시점을 항상 정해뒀다.
이는 일반적인 창업자들이 말하는 “끝까지 도전하라”는 메시지와는 다르다.
이 철학 덕분에 돈키호테는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에서는 과감히 접고, 더 나은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해나갈 수 있었다.
4. 할인점의 틈새를 꿰뚫은 전략
“편의점에서 밀려난 상품에 두 번째 생명을 준 셈이다.”
(1) 매년 사라지는 상품들의 ‘두 번째 기회’
일본의 편의점은 매년 100개 이상의 신상품을 쏟아낸다.
하지만 1년 이상 살아남는 제품은 3개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수많은 상품은 시장에서 사라지지만, 그중 일부는 여전히 품질이 괜찮고, 가격만 싸다면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다. 돈키호테는 이런 상품을 저가로 대량 확보해 판매하면서 마진을 남긴다.
(2) 정가품과 저가품의 조화
- 정상 유통 상품 70% + 땡처리 상품 30%
- 소비자는 익숙한 브랜드로 신뢰를 갖고 매장에 들어온다
-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예정에 없던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5. 결국, 돈키호테는 소비 심리의 실험실이다
“당신이 지갑을 여는 모든 순간이 설계돼 있다.”
돈키호테는 단순한 할인점이 아니다.
그 안에는 소비 심리, 인간의 본능, 리스크 계산, 확률 게임까지 전부 녹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나의 매장 안에 구현해낸 사람이 바로 야스다 다카오다.
그가 말한 ‘운의 경영학’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읽고 대응하는 현실적 판단의 철학이기도 하다.
마치며
일본 여행 중 돈키호테에 들어가면 이상하게도 10만 원 이상을 쓰게 되는 이유, 이제야 알 것 같다.
그 안에는 단순히 물건이 많은 게 아니라, 인간의 소비 심리를 정밀하게 분석한 설계가 있었던 것이다.
돈키호테는 결국 ‘본능’으로 쇼핑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한 번 빠지면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유혹의 구조, 이건 단순한 할인 매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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