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2025년 7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부산의 유엔기념공원과 하야리아기지를 다시 돌아봤다. 이 두 곳은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9곳 중 일부로, 이제는 단순한 공원을 넘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공간이 되었다.
1. 유엔기념공원: 세계 유일의 장소, 부산에 있다
이 공원이 특별한 이유는 분명하다.
도심 한가운데, 그것도 대한민국 부산에 전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 묘지가 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그 규모나 시설보다도 ‘왜 여기에 묘지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곳의 존재를 잘 모른다.
(1) ‘기념공원’이 아닌, ‘기억의 장소’
이곳에는 1951년 유엔군 사령부가 조성한 묘지가 있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 장병들이 안장된 장소로, 전쟁 이후 한국 정부는 이곳을 유엔에 영구 기증했고, 현재도 유엔에서 직접 관리 중이다.
(2) 우리가 모르는 유엔군의 숫자
🙌 참전국이 이렇게 많았다고?
- 전투 병력 지원국: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터키 등 16개국
- 의료 지원국: 인도, 이탈리아 등 6개국
- 총 22개국에서 병력과 지원을 보냈고, 전사자 수는 4만 명을 넘었다
이 중 많은 장병들이 유엔기념공원에 잠들어 있다.
(3) 기념비와 위령탑, 그리고 상징적 구조물들
공원 내부에는 각국의 상징이 담긴 기념비가 조성되어 있다. 특히 호주의 17세 전사자 도언트의 이름을 딴 수로와 캐나다-한국 소년상이 있는 기념 조형물은 각국이 이 전쟁에 얼마나 진심으로 참여했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엔 낯설고 멀게 느껴졌지만, 설명을 하나하나 들으며 걷다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고마움과 함께 ‘이건 오래 기억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2. 평화공원과 위트컴 장군 동상: 전쟁 이후의 이야기도 있다
유엔기념공원 인근, 같은 맥락을 이어가는 곳이 바로 평화공원이다.
이곳에는 리처드 위트컴 장군의 동상이 새롭게 세워졌다. 그는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미군 제2군수사령관으로 부임해 전후 복구, 구호 활동, 교육 시설 마련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줬던 인물이다.
(1) 군법 어겨가며 피란민 도운 장군
1953년 부산 판자촌 화재 당시, 군의 규정을 어기고 이재민들에게 텐트와 음식을 나눠줬다. 이 일로 미국 청문회에 출석했지만, “전쟁은 국민을 위한 것이 진정한 승리다”라는 발언으로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전쟁 당시만이 아니라, 전쟁 ‘이후’를 책임진 사람의 이야기가 새겨진 공간이라는 점에서 평화공원은 단순한 산책로 이상의 의미가 있다.
3. 부산시민공원: 과거의 미군기지에서 시민의 품으로
부산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넓은 공원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곳은 과거 ‘하야리아 부대’라는 이름의 미군기지였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일제강점기 경마장이었다는 사실,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 하야리아? 이름조차 경마장에서 유래
🙋 왜 하야리아일까?
- 미군이 이 부지를 처음 봤을 때, 당시 미국의 유명 경마장 ‘하이얼리어(Hialeah)’와 비슷한 모습이 떠올랐다고 한다.
- 그래서 부대명을 캠프 하야리아로 짓고 본격적인 주둔지가 됐다.
(2) 하야리아 부대의 변화와 시민공원의 탄생
- 2006년 미군 철수 후, 이 자리는 2014년 시민공원으로 정식 개방됐다.
- 공원 내부에는 기억의 기둥, 초소, 옛 장교 숙소였던 북카페 등이 남아 과거의 흔적을 이어가고 있다.
- 미군과 함께 형성됐던 상권, PX 물품, 기념품 가게 등도 역사관을 통해 소개된다.
시민공원이라고만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걷다 보면 과거의 흔적이 곳곳에 숨어 있다.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 공간이라는 게 느껴졌다.
4. 유네스코 잠정등재와 2026년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2023년, 피란수도 부산 유산 9곳이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올랐다.
그중 유엔기념공원과 하야리아기지도 포함돼 있다.
(1) 왜 지금 주목받고 있을까?
- 한국전쟁 이후 70년이 흐른 지금, 당시의 흔적을 제대로 보존하고 기억하려는 ‘평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 특히 2026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최초로 개최될 예정이어서 부산의 역사적 공간들이 다시 한번 조명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2) 평화와 기억을 나누는 여행지로
-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
- 참전국의 기념비
- 전후 복구를 도운 인물의 흔적
- 미군기지에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공원
이 모든 이야기가, 부산 도심 안에서 연결된다.
단순히 오래된 공간이 아니라, 전쟁과 평화, 외교와 기억, 시민의 삶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있다는 것이 이 공간들의 진짜 가치다.
마치며
유엔군 참전의 날인 7월 27일을 맞아 돌아본 부산의 세 곳, 유엔기념공원, 평화공원, 부산시민공원은 그저 ‘공원’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되는 장소였다.
부산은 여전히 이 전쟁의 기억을 품고 살아가고 있고, 우리는 그 위에서 매일을 살아간다.
평화는 주어진 것이 아니며, 지금의 일상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오늘 하루만큼은 기억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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