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별 기대가 없었다
인공지능 도구를 오랫동안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된다. 어렵게 짜 놓은 긴 프롬프트를 어떻게 관리할지 하는 문제다. 챗GPT의 경우,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능이 있지만 대개 유료 플랜 사용자에게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매번 새로운 채팅창에서 똑같은 명령어를 붙여 넣는 작업은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이다.
그런데 구글 제미나이에서 'Gem'이라는 기능을 발견하고는 좀 놀랐다. 기능 자체는 챗GPT의 특정 기능과 구성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제미나이에서는 이 Gem 기능을 무료 버전 사용자에게도 열어 두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복잡한 설정 없이, 내가 원하는 프롬프트를 저장하고 이름만 붙여서 언제든 불러내 쓸 수 있다는 점이 꽤 매력적이었다.
대괄호 안에 모든 것을 담는 변수 프롬프트의 간단함
Gem 기능의 진짜 가치는 단순히 프롬프트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선다. 바로 변수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었다. 복잡한 코딩 지식이 필요 없고, 사용자가 입력할 내용을 요청 사항(프롬프트) 안에서 대괄호로 감싸 넣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간단하게 특정 직무의 핵심 역량을 물어보는 안내 봇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요청 사항 안에 '[직무]'처럼 변수를 넣어두면, 사용자가 채팅창에 '마케팅'이나 '챗봇 상담 개발'이라고 입력했을 때 Gem이 자동으로 그 값을 반영해서 답변을 출력한다. 이 과정이 워낙 직관적이라, 몇 번만 해보면 누구나 쉽게 나만의 AI 챗봇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변수를 넣는 기호가 대괄호만 있는 건 아니지만, 실습에서는 대괄호만 써도 충분했다.
복잡한 대화 흐름을 유도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간단한 변수 적용으로 끝낼 수는 없었다. 실제로 AI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질문을 던지고, AI의 답변에 따라 또다시 질문을 던지는 대화 유도형 프롬프트 방식을 선호한다. 진짜 실용적인 Gem은 마치 옆에서 코치해 주듯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단계별로 물어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이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해 '이미지 프롬프트 생성기' Gem을 만들어봤다. 이 Gem에게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의 주제, 스타일, 구도, 색감 같은 세부 요소를 차례대로 물어보게 역할을 부여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AI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성능 향상에 필수적이었다고 하지만, 요즘 AI가 똑똑해져서 필요성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많다. 다만,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에서는 여전히 효과가 있다고 본다.
막상 사용해보니 아쉬웠던 점과 해결책
Gem을 만들어 '작업 시작'이라는 명령어로 대화를 시작해보니, 확실히 사용자를 리드하는 느낌이 있었다. 원하는 요소를 차례대로 입력했더니 이미지 생성에 필요한 프롬프트가 출력되었다.
다만, 실제 사용에서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첫 번째는 한글 프롬프트의 모호성 문제였다. 예를 들어 '개'처럼 중의적인 표현을 입력했을 때, AI가 예상과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롬프트를 개선할 때 주요 표현 옆에 영어 표현을 병기하도록 최상위 지시 사항에 추가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렇게 테스트하고 보완하는 과정 없이는 프롬프트 품질을 높이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두 번째는 사용자 경험이었다. AI가 질문만 던지면 사용자가 막막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예시 10개를 리스트 형식으로 보여줘서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개선했다. 또한, 이미지 생성에 유리한 경우가 많다는 판단 때문에 출력물도 한글과 영어 프롬프트 두 가지로 나눠서 제공하도록 했다. 이렇게 미심쩍거나 불확실한 부분은 직접 테스트하며 완성도 높은 방향을 찾아가야 했다.
지금 Gem을 활용하려는 사람에게 전하는 조언
이 Gem 기능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변수만 넣는 기술을 넘어, '어떻게 AI와 상호작용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 디테일이 핵심이다: 프롬프트 앞부분에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도록 상세하게 작성한다' 같은 문구를 추가하면 이미지의 디테일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 돌발 질문에 대한 지침을 준비한다: 대화형 방식에서는 사용자가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요청을 할 때가 생긴다. 이때 AI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지침을 넣어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 결과 출력 형식을 선택하게 한다: 최종 결과물도 줄글 스타일이나 템플릿 스타일 중에서 사용자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면 만족도가 높아진다.
돌아보면 구글 제미나이의 Gem 기능은 우리에게 AI를 함께 일하는 동료처럼 설계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듯하다. 목표에 맞춰 작업 조건을 설정하고, 대화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해 나가는 방식.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AI와의 협업 방식이 아닐까 싶다.
결국엔 단순한 저장 기능이 아니라, 사용자와 AI가 상호작용하는 패턴을 설계하는 관점의 문제였다. 이 작은 기능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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