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전자기기 사용기

습관처럼 로우컷 하던 내 믹스, EQ 한 번 바꾸니 감정이 달라졌다

by 코스티COSTI 2025. 12. 11.

처음엔 ‘로우컷은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보컬 트랙만 불러오면 습관처럼 저역을 자르고, 하이 쪽은 살짝 올리는 식으로 정리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했다. 믹스는 깔끔한데, 보컬이 자꾸 힘이 빠져 있었다.
감정이 덜 전해지는 느낌. 그러다 한 음향감독의 말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로우컷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건, 요리하면서 간도 안 보고 소금부터 뿌리는 거랑 같다.”

 

로우컷이 아니라 ‘무게 중심’부터 들어야 한다

보컬의 가장 아래쪽, 20~60Hz 근처 대역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이 구간을 살려두면 소리가 단단해지고 중심이 아래로 내려앉는 느낌이 생긴다.
반대로 잘라내면 깔끔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벼워진다.
이어폰이나 스피커가 발전하면서 이제는 초저역도 명확히 들리기 때문에, 요즘 믹스에서는 이 대역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곡의 트렌디함을 결정한다.
한마디로 ‘저역을 없애는 게 정답’이 아니라, ‘얼마나 남길지’가 포인트다.

 

따뜻한 보컬을 만들고 싶을 땐 150Hz 근처

보컬에 살집이 없다고 느껴질 때는 150Hz를 조금 올려본다.
이 구간은 몸통, 즉 바디감을 담당한다. 올리면 따뜻해지고, 과하면 머디해진다.
반주와 함께 들으면서 전체 밸런스를 확인해야 한다.
솔로로 들을 때는 좋았던 톤이, 전체에서는 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콧소리처럼 들릴 때는 800Hz를 조심

700~800Hz는 보컬의 캐릭터를 결정한다.
이 대역을 살리면 멜로우하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생기지만, 자칫 비음처럼 들릴 수도 있다.
이 구간은 단순히 줄이거나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곡의 감정선과 연결된 영역이다.
좀 더 담백한 보컬을 원한다면 살짝 눌러주고, 따뜻한 톤을 원하면 살려본다.

 

존재감을 조절하는 1.5kHz

1k~2kHz 사이, 특히 1.5kHz 부근은 ‘보컬이 앞으로 나오는 힘’을 만든다.
이 대역을 올리면 보컬이 반주 위로 떠오르고, 줄이면 반주와 어우러지면서 부드러워진다.
흥미로운 건 오토메이션으로 이 구간을 조절하면, 후렴처럼 강한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보컬이 앞으로 나오는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볼륨을 만지지 않고 EQ로 공간감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가사를 선명하게 만들고 싶을 때는 4k~6kHz

이 구간은 딕션, 즉 발음의 명확함과 연결된다.
살짝 올리면 가사가 또렷해지고 입모양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과하면 ‘치찰음’이 튀어나오면서 귀가 피로해진다.
4~6kHz는 미세한 조절이 필요하다. 가사를 살리되, 귀를 자극하지 않게 하는 게 관건이다.

 

윤곽을 세우는 8kHz, 공간을 여는 16kHz

8kHz는 보컬의 윤곽선을 만드는 구간이다.
마치 조명을 켠 것처럼, 음의 테두리가 또렷해진다.
여기에 60Hz 같은 초저역을 함께 살리면, ‘아래는 단단하고 위는 빛나는’ 밸런스가 만들어진다.
더 위쪽의 16kHz는 귀로는 잘 안 들려도, 실제로는 에어감을 더해준다.
열린 듯한 공간감, 공기가 도는 듯한 느낌이 바로 여기서 생긴다.

 

EQ는 지도지만, 목적지는 감정이다

이 주파수 대역들은 결국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일 뿐이다.
보컬의 톤, 녹음 장비, 마이크 거리, 심지어 가수의 발음 습관까지 다 달라서 ‘정답’은 없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표현하려는가다.
따뜻함을 원하면 150Hz를 살리고, 투명함을 원하면 8kHz를 살린다.
담백함이 필요하면 800Hz를 눌러본다. 그 차이가 보컬의 얼굴을 바꾼다.

 

결국 EQ는 기술이 아니라 해석이다.
어떤 사람은 주파수를 숫자로 보고, 어떤 사람은 그 안의 감정선을 듣는다.
나도 예전엔 숫자만 보며 컷과 부스트를 반복했지만, 이제는 귀로 들으며 감정을 그린다.
결국엔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EQ는 감정의 디자인이다.

사업자 정보 표시
코스티(COSTI) | 김욱진 | 경기도 부천시 부흥로315번길 38, 루미아트 12층 1213호 (중동) | 사업자 등록번호 : 130-38-69303 | TEL : 010-4299-8999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8-경기부천-1290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