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로우컷은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보컬 트랙만 불러오면 습관처럼 저역을 자르고, 하이 쪽은 살짝 올리는 식으로 정리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했다. 믹스는 깔끔한데, 보컬이 자꾸 힘이 빠져 있었다.
감정이 덜 전해지는 느낌. 그러다 한 음향감독의 말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로우컷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건, 요리하면서 간도 안 보고 소금부터 뿌리는 거랑 같다.”
로우컷이 아니라 ‘무게 중심’부터 들어야 한다
보컬의 가장 아래쪽, 20~60Hz 근처 대역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이 구간을 살려두면 소리가 단단해지고 중심이 아래로 내려앉는 느낌이 생긴다.
반대로 잘라내면 깔끔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벼워진다.
이어폰이나 스피커가 발전하면서 이제는 초저역도 명확히 들리기 때문에, 요즘 믹스에서는 이 대역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곡의 트렌디함을 결정한다.
한마디로 ‘저역을 없애는 게 정답’이 아니라, ‘얼마나 남길지’가 포인트다.
따뜻한 보컬을 만들고 싶을 땐 150Hz 근처
보컬에 살집이 없다고 느껴질 때는 150Hz를 조금 올려본다.
이 구간은 몸통, 즉 바디감을 담당한다. 올리면 따뜻해지고, 과하면 머디해진다.
반주와 함께 들으면서 전체 밸런스를 확인해야 한다.
솔로로 들을 때는 좋았던 톤이, 전체에서는 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콧소리처럼 들릴 때는 800Hz를 조심
700~800Hz는 보컬의 캐릭터를 결정한다.
이 대역을 살리면 멜로우하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생기지만, 자칫 비음처럼 들릴 수도 있다.
이 구간은 단순히 줄이거나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곡의 감정선과 연결된 영역이다.
좀 더 담백한 보컬을 원한다면 살짝 눌러주고, 따뜻한 톤을 원하면 살려본다.
존재감을 조절하는 1.5kHz
1k~2kHz 사이, 특히 1.5kHz 부근은 ‘보컬이 앞으로 나오는 힘’을 만든다.
이 대역을 올리면 보컬이 반주 위로 떠오르고, 줄이면 반주와 어우러지면서 부드러워진다.
흥미로운 건 오토메이션으로 이 구간을 조절하면, 후렴처럼 강한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보컬이 앞으로 나오는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볼륨을 만지지 않고 EQ로 공간감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가사를 선명하게 만들고 싶을 때는 4k~6kHz
이 구간은 딕션, 즉 발음의 명확함과 연결된다.
살짝 올리면 가사가 또렷해지고 입모양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과하면 ‘치찰음’이 튀어나오면서 귀가 피로해진다.
4~6kHz는 미세한 조절이 필요하다. 가사를 살리되, 귀를 자극하지 않게 하는 게 관건이다.
윤곽을 세우는 8kHz, 공간을 여는 16kHz
8kHz는 보컬의 윤곽선을 만드는 구간이다.
마치 조명을 켠 것처럼, 음의 테두리가 또렷해진다.
여기에 60Hz 같은 초저역을 함께 살리면, ‘아래는 단단하고 위는 빛나는’ 밸런스가 만들어진다.
더 위쪽의 16kHz는 귀로는 잘 안 들려도, 실제로는 에어감을 더해준다.
열린 듯한 공간감, 공기가 도는 듯한 느낌이 바로 여기서 생긴다.
EQ는 지도지만, 목적지는 감정이다
이 주파수 대역들은 결국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일 뿐이다.
보컬의 톤, 녹음 장비, 마이크 거리, 심지어 가수의 발음 습관까지 다 달라서 ‘정답’은 없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표현하려는가다.
따뜻함을 원하면 150Hz를 살리고, 투명함을 원하면 8kHz를 살린다.
담백함이 필요하면 800Hz를 눌러본다. 그 차이가 보컬의 얼굴을 바꾼다.
결국 EQ는 기술이 아니라 해석이다.
어떤 사람은 주파수를 숫자로 보고, 어떤 사람은 그 안의 감정선을 듣는다.
나도 예전엔 숫자만 보며 컷과 부스트를 반복했지만, 이제는 귀로 들으며 감정을 그린다.
결국엔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EQ는 감정의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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