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겨울 저녁, 부천역 근처로 향했다. 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할 거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유독 방어 생각이 간절해진다. 제철일 때 한 점 제대로 먹어야 그 계절을 보낸 기분이 드니까. 부천역 북부 쪽에 자리한 수산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곳이지만, 이번엔 마음먹고 일찍 찾아갔다.
부천 수산시장은 역에서도 도보로 금방 닿을 만큼 접근성이 좋다. 나는 주로 채림웨딩홀을 지나 다연한우곱창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을 이용한다. 좁은 골목이지만 이 길이 사람도 덜 붐비고, 무엇보다 식당 앞 주차 공간도 확보하기 쉽다.
방어 시즌, 미리 가야 제대로 먹는다
가게는 오후 4시30분 오픈인데, 나는 4시50분쯤 도착했다. 그런데 이미 만석이었다. 다들 내 마음과 같았던 모양이다. 오픈런을 노린다면 4시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입구 앞 수첩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으면 순서대로 연락을 주시는데, 이걸 모르고 그냥 서 있으면 금세 순서가 밀린다. 나는 일행과 나눠서 한 명은 자리를 확인하고, 다른 한 명은 수첩 앞에서 대기했다.
웨이팅은 길었지만, 그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 이미 주방 안쪽에서는 커다란 방어가 손질되고 있었다. 소리만 들어도 칼이 살을 가르는 느낌이 전해질 정도였다.
메뉴 구성부터 남다른 회 전문점
내부는 넓은 편이지만 테이블 간격이 좁아 단체보다는 2~4인 방문이 편하다. 메뉴판에는 대방어, 광어, 연어 등 기본 횟감은 물론이고 물회나 해산물, 매운탕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다. 나는 광어 중(38,000원)과 대방어 특대를 주문했다.
특히 이 집은 방어 특수부위를 아낌없이 내주는 걸로 유명하다. 배꼽, 사이, 가마살이 따로 구분되어 나와서 순서대로 먹는 재미가 있다. 배꼽살의 단단한 식감, 가마살의 부드러움이 번갈아 올라오며 입안을 꽉 채운다. 다른 곳에선 이 부위가 금세 동나서 눈치껏 먹게 되지만, 여긴 그런 걱정이 없다. 넉넉하게 내주기 때문이다.
이 가격대에서 이런 퀄리티라니
광어도 놀라웠다. 지느러미 부위가 큼직하고 두께감이 살아 있었다. 중 사이즈인데도 양이 많아 여섯 명이 함께 먹기 충분했다. 가격 대비 퀄리티를 계산하자면,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밑반찬은 묵은지, 마늘고추, 옥수수마카로니, 기름장, 와사비, 생강, 락교 등 기본 구성이 충실했다. 김도 따로 챙겨주셔서 방어 싸먹기 좋았다. 요즘 백김치를 주는 곳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숙성된 묵은지 조합이 더 좋다. 김에 묵은지와 배꼽살을 올려 한입 먹으면 고소한 지방이 배어 나오며 묵은지의 산미가 살짝 잡아준다. 이 조합 때문에라도 다시 오고 싶을 정도였다.
초대리밥으로 완성되는 한 끼
여기서 꼭 추가해야 할 메뉴가 있다면 초대리밥이다. 단돈 2,000원인데, 일회용 장갑을 주셔서 직접 주먹밥을 만들 수 있다. 밥양이 많아 넉넉히 10개 이상 만들 수 있을 만큼 푸짐하다. 회 몇 점 남았을 때 밥에 싸 먹으면 배도 마음도 꽉 찬다.
마지막엔 매운탕으로 마무리했다. 칼칼하면서도 국물 맛이 진해 회 먹고 남은 기름진 여운을 싹 잡아준다. 그리고 이모님이 기다리느라 고생했다고 해삼, 멍게를 서비스로 챙겨주셨다. 이런 소소한 정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부천역 근처에서 방어회 찾는다면
화장실도 내부에 있어 이용이 편했고, 손 씻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전체적으로 오래된 식당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가 있었다.
여러 지역에서 방어회를 먹어봤지만, 이 가격대에 이 정도 퀄리티는 솔직히 쉽지 않다.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강남 쪽 유명 횟집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부천역 근처에서 제철 방어 생각날 때, 혹은 가성비 좋은 회 한상 찾는다면 수산시장은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다. 겨울이 끝나기 전에 한 번쯤 들러야 할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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